에이프로, 신사업 자회사 부실 누적…공시 관리도 '허점'
신사업 확장에 자회사 자금 지원 규모 확대
자회사 줄 적자에 흑자 별도 실적이 연결 적자
재무 부담 커지는데 공시도 누락…관리 체계 '구멍'
공개 2026-09-01 07:3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8일 16: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에이프로(262260)가 신사업 확대를 위해 자회사에 자금을 계속 투입하고 있지만 성과보다 재무 부담이 먼저 커지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에이프로세미콘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다른 종속기업들도 일제히 적자를 내면서 별도 흑자에도 연결 실적은 적자로 돌아섰다. 출자와 대여, 지급보증까지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시 누락까지 반복되면서 신사업의 수익성과 자회사 관리 능력을 둘러싼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에이프로세미콘 구미공장. (사진=에이프로세미콘)
 
출자·대여·보증까지…신사업에 커지는 모회사 부담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프로는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순이익 36억 20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사업을 비롯한 종속기업들의 손실이 반영된 연결기준으로는 61억원의 반기순손실을 냈다. 연결 매출은 599억 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5억 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4억 3000만원에서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이 같은 별도와 연결 실적 간 괴리는 최근 수년간 이어져 왔다. 에이프로 자체 실적과 달리 신사업을 추진하는 자회사들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에이프로의 별도 순이익은 151억 5000만원이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120억 7000만원에 그쳤고, 2024년에도 별도 102억원에 비해 연결 순이익은 27억 6000만원으로 격차가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결국 연결 기준 107억 5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연결 실적 악화의 중심에는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에이프로세미콘이 있다. 에이프로세미콘은 올해 상반기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75억 7000만원까지 떨어지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마이너스 199억 6000만원에서 반년 만에 자본잠식 규모가 약 76억원 더 확대된 것이다.
 
매출은 3000만원에 그친 반면 순손실은 76억 1000만원에 달했다. 회사는 경북 구미 5국가산단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8인치 GaN 에피웨이퍼 판매를 시작하는 등 신규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실적 기여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에이프로세미콘만의 문제도 아니다. 나머지 종속기업 6곳 역시 올해 상반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2차전지 장비 본업의 해외 고객사 대응을 위한 현지법인인 A-PRO USA·A-PRO CA·남경에이프로를 비롯해 급속충전·2차전지 소재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그린볼트·그린볼트피클1호·에이프로머티리얼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그린볼트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3억 27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으며 손실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3억 6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던 그린볼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11억 7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A-PRO USA 역시 지난해 16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6억 7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신사업 법인은 물론 기존 해외 현지법인까지 실적 부진이 나타나면서 종속기업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자회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에이프로의 지원은 계속됐다. 특히 에이프로세미콘에 대한 지원이 두드러진다. 에이프로는 올해 상반기에만 에이프로세미콘에 25억원을 추가 출자해 지분율을 53.66%에서 54.94%로 높였고, 41억 6000만원의 자금도 대여했다. 여기에 은행권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도 139억원 규모로 제공하고 있다. 지분투자와 대여금, 지급보증 등을 포함하면 에이프로가 에이프로세미콘에 투입하거나 부담하고 있는 자금 규모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이러한 자회사 지원이 모회사의 재무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프로의 연결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11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42억원으로 반년 만에 결손금 상태로 전환했다.
 
유동비율 역시 2024년 말 90.5%에서 지난해 말 65.1%, 올해 상반기 56.7%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본업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자회사 지원까지 이어지면서 연결 기준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신사업 전략이 당초 기대했던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투자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나 신사업 매출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경영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사업은 초기 투자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모회사의 지원까지 계속된다면 투자 규모와 회수 가능성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본업의 실적까지 악화된 상황이라면 신사업의 성과가 언제 나타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공시 허점까지…커지는 관리체계 의문
 
신사업뿐 아니라 공시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에이프로는 2024년 자산양수도와 관련해 제출한 주요사항보고서에서 자본시장법 제161조 등이 요구하는 중요사항을 누락했고, 금융감독원은 이를 이유로 같은 해 12월20일 '경고' 조치를 내렸다. 상장사는 합병·분할·자산양수도 등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하면 사유 발생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제재 이력마저 이후 정기공시에서 누락됐다는 점이다. 에이프로는 올해 3월19일 제출한 2025년 사업보고서의 '제재 등과 관련된 사항'에 해당 경고 조치를 기재하지 않았다. 이후 4개월여가 지난 7월31일에야 기재정정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기재누락'을 정정 사유로 들어 뒤늦게 반영했다. 한 차례 공시 누락으로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은 뒤 그 제재 사실을 알리는 정기공시에서도 다시 누락이 발생한 셈이다.
 
물론 이를 고의적인 제재 은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위반 조치 기준상 '경고'는 과징금 등 중조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반에 내려지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재의 경중과 별개로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할 제재 이력이 최초 사업보고서에서 누락됐다가 뒤늦게 정정됐다는 점에서 공시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산양수도 관련 중요사항 누락에 이어 제재 이력까지 정기공시에서 빠졌다는 점은 공시 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결국 에이프로는 신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회사들의 손실이 누적되며 별도와 연결 실적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완전자본잠식 자회사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공시 누락과 제재 이력의 뒤늦은 정정까지 겹치면서 신사업 투자 성과는 물론 전반적인 관리 체계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결국 에이프로가 지금까지의 신사업 투자를 실질적인 성장동력으로 전환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향후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과 신사업 투자 성과를 얼마나 가시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토마토>는 에이프로 측에 자회사들의 경영 성과 안정화 시점 및 자산양수도 누락 사유를 묻기 위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