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배터리 소재 제조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이하 SKIET)가 적자에 시달리던 중국 분리막 자회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2000억원을 추가로 빌리며 재무 부담을 더 키웠다. 이미 해외 생산기지 신·증설로 차입금과 현금흐름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자회사 부채 상환까지 모회사가 떠안은 것이다. 여기에 중국법인 매각손실과 손상차손이 겹치며 2분기 순손실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섰고 생산 역량을 집중할 폴란드법인마저 재무약정 위반과 유동성 압박에 놓여 재무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총차입금 규모 5년 새 119% 급증…자회사 처분 자금까지 떠안아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IET는 최근 2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단행했다. 적자를 지속하던 중국 분리막 생산법인 SK hi-tech battery materials(Jiangsu) Co., Ltd.의 매각 결정에 따른 필요 자금을 차입으로 대응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SKIET는 해당 자회사의 부채 상환을 위해 2499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고, 단기차입으로 이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이미 악화된 상태라는 점이다. 전기차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실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과 폴란드법인의 신·증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현금흐름 악화와 차입 부담 확대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582억원 대비 38.3% 급감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32억원으로 적자 폭이 5.2% 확대됐다. 당기순손실은 818억원으로 전년 동기 217억원보다 3.8배 불어났다.
실적 부진은 곧바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380억원으로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했고, 여기에 368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이 더해지며 잉여현금흐름(FCF)은 -74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분리막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해외법인에 연평균 4500억원 내외의 CAPEX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온 결과 현금유출 기조가 구조적으로 굳어진 상태다.
자체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지자 외부 차입 부담도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조 6834억원으로 이익창출력 대비 과도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총차입금 규모는 2021년 7685억원 대비 5년 새 119.1% 급증했다.
유동성 지표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109억원인 반면,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등 포함)은 1조 1060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이 이를 크게 밑돈다. 통상 현금성자산이 단기성차입금을 하회하면 단기 지급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해외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투입했던 투자를 온전히 회수하지 못한 채, 중국법인 매각 과정에서 부채 상환 부담까지 떠안으며 재무부담이 한층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매각손실·손상차손에 순손실 1.3조…폴란드법인 전망도 '흔들'
중국법인 매각은 올해 2분기 연결 실적에도 직격탄이 됐다. 자회사 처분에 따른 매각손실과 생산중단에 따른 유형자산 손상차손 등 총 1조 4720억원의 영업외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당기순손실은 1조 3278억원으로 전년 동기 190억원 대비 70배 가까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잠정 매출은 395억원, 영업손실은 634억원으로 본업 실적 자체도 전년 동기보다 나빠진 상태에서, 대규모 매각손실과 손상차손까지 겹치며 순손실 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적자 자회사를 털어낸 SKIET가 향후 악화된 실적과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중국법인 정리 이후 생산 역량을 폴란드법인에 집중해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생산 효율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폴란드법인 사정도 녹록지 않다. 올해 1분기 폴란드법인은 매출 241억원, 당기순손실 32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상태다. 특히 자산 2조 8995억원 중 부채가 1조 9842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16.7%에 달해 재무 건전성이 저하된 모습이다. 이는 연결 실적 하방 압력으로 이어지고, 향후 모회사의 추가 자금 지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폴란드법인은 4500억원 규모 외화장기차입금에 걸린 재무약정을 지키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상태다.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대비 차입금 규모가 과도한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약정을 위반했고, 이에 따라 해당 장기차입금은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장기부채로 재분류됐다. 이로 인해 상환 압박과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SKIET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산 소재 공급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산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 흐름을 발판삼아 SKIET는 생산망을 폴란드를 중심으로 재편해 글로벌 생산거점 운영을 효율화하고 유럽 내 안정적인 양산 이력과 공급 안정성을 기반으로 해외 고객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법인 처분과 같은 생산 효율성 확대와 고정비 절감 효과로 전사적인 손익 개선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에 따른 자금 조달 방식은 시장과 사업 상황을 고려해 수시로 최적화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