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적격성 개선계획 믿었는데…10곳 중 9곳 여전히 '상폐 위기'
상폐 4곳·연장 2곳·유지 2곳뿐…나머지는 살얼음판
개선 계획 중 '경영 투명성' 이행이 가장 부진
"짧은 시간 내 실현 어렵다"…기다린 주주들 볼멘소리
공개 2026-07-21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15일 20:0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기업의 개선계획을 공개하도록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개선계획을 공시한 16곳 가운데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난 기업은 2곳뿐이다. 나머지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거나 개선기간을 연장받은 채 거래정지가 이어지고 있다. 재무구조와 지배구조를 단기간에 뜯어고치기 어려운 현실에서 개선계획 공시가 주주 보호보다 회생 가능성만 부풀리는 '희망고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국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개선계획에도 2곳만 상폐 위기 탈출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 시행 세칙 개선을 통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중인 기업이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경우, 개선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란 상장 기업이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을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절차다. 기업의 내부 통제 체계나 지배구조,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심사 대상에 지정한다.
 
심사 기간 동안 해당 상장 기업의 주식 거래는 정지된다.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은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고, 기업심사위원회는 이를 고려해 개선 기간 및 매매거래정지 기간 등을 심의하게 된다. 이 중 계획서의 일부를 일반 주주들에게 공개하여, 주주들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더 면밀히 판단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지난 세칙 변경 취지였다.
 
 
그러나 개선 계획서를 제출한 기업 상당수가 개선기간 전후로 결국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공시 제도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관련 주요 개선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총 16곳(코스피 4곳·코스닥 12곳)이었다. 이 중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 결과 상장 지위를 유지하게 된 기업은 코스닥에서는 서희건설(035890), 코스피는 일양약품(007570) 등 두 곳에 불과했다.
 
 
 
반면, 개선 기간 종료 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폐지로 의결된 기업은 총 4곳(버킷스튜디오(066410)·플래스크(041590)·현대사료(016790)·세종메디칼(258830))이다. 버킷스튜디오는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 지정 후에도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로 인해 사유가 추가된 바 있다. 플래스크와 현대사료, 세종메디칼은 현재 정리매매에 앞서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통해 상장폐지 절차가 보류된 상태다. 이어 삼영이엔씨(065570)씨씨에스(066790)는 당초 부여받은 개선 기간은 종료됐으나, 상장적격성 미달 원인이 해소되지 않아 개선기간 3개월을 추가로 연장받았다.
 
메디콕스(054180)처럼 상장적격성 개선 기간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도 있었다. 현행 국내 상장폐지 제도에 따르면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병존하는 경우 두 절차가 병행된다. 형식적 상장폐지는 자본잠식이나 매출액 미달 등 실적 수치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둘 중 하나라도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곧바로 상장 지위를 박탈하게 된다. 앞서 기업이 상장적격성 심사 절차를 밟으며 제출하는 개선 계획안에는 '재무건전성' 항목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각 절차는 별개의 절차 같지만, 실제론 원인과 결과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개선 기간이거나 이제 막 개선 기간이 종료돼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위한 기업심사위원회 개최를 기다리는 기업들도 상황이 좋진 않다. 에스엘에스바이오(246250)는 반기 매출액 미달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됐으며, 아이큐어(175250)는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발생'으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 추가 우려가 제기됐다. 
 

강남 소재 버킷스튜디오와 아이큐어 사옥.(사진=IB토마토)
 
개선 계획 중 '경영투명성' 불이행 비율 높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관련 개선 계획안은 '영업 지속성·재무 건전성·경영 투명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공시된다. '영업 지속성'에는 신상품 출시나 신규 고객사 확보 등의 매출 개선 전략과 판매관리비 절감 등 수익성 제고 방안이 담긴다. '재무 건전성'에는 유동성 확보 및 부채비율 개선 방안을, '경영 투명성'에는 이사회 및 위원회 개편이나 최대주주 변경 등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담는다.
 
<IB토마토>가 직접 16곳의 개선 계획과 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한 이행 결과를 비교해 보니, 대부분 개선 계획을 이행하려고 한 정황은 있었다. 다만  이미 상장 적격성 심사까지 이른 기업들은 이미 과거에 상장폐지 위기를 몇 차례 넘겼거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법적 분쟁 등의 문제로 단기간에 개선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16곳 중 11곳이 1940~1999년도에 세워진 업력 긴 기업들이었다. 주력 사업과 지배구조를 1년 내에 바꾸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거래소 측은 <IB토마토>에 "이미 상장적격성 심사를 받는 기업들은 영업 기반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과거 재무 지표가 좋았고 충분한 인력과 설비를 갖고 있음에도 다른 사유로 매출이 감소한 기업들의 경우 과거 이력을 기반으로 개선 계획을 내어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면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개선 계획 항목들 중 가장 이행도가 낮았던 항목은 '경영 투명성'이었다. 기업 거버넌스 개혁에 필요한 내부통제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등 사내 위원회 설립을 미루거나 경영권 악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변경을 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갖은 법적 분쟁을 치르느라 정기주주총회나 임시 주주총회 모두 의결정족수 미달로 변경 결의를 하지 못한 기업도 있었다.
 
이어 '재무 건전성' 항목에선 유상증자나 감자, 종속회사 지분 매각 등의 재무 개선 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기업들도 다수다. 매출 증대나 영업 흑자를 이루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기업들은 대부분 원가나 판관비를 줄여 만든 '불황형 흑자'가 태반이었다. '영업 지속성'은 공시보다 실무 영역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이 많아 실제 이행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원래도 영위하던 사업 내용을 개선 없이 그대로 기재하거나 단순히 '유통망 확대', '판매량 증대', '신제품 출시' 등 원론적인 계획에 그친 공시가 많았다.
 
한국거래소 측은 "개선 계획은 미래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계획 내용이 실효성이 있고 이행 가능성이 타당하다면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있다"라면서 "다만 계획 전체를 이행한다기보단 재무 기반을 마련하거나 의사결정 체계가 바뀌는 등 어느 정도 개선이 있으면 상장적격성을 회복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미 거래 정지됐는데"…개선 계획은 '희망고문'
 
이러한 상황 속 가장 큰 피해자는 개선 계획만 믿고 기다려준 주주들이다. 개선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거래 정지 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에 주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소액 주주는 <IB토마토>에 "요즘 우리나라 주주들의 투자 성향상 단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래 정지 기간을 기다리는 주주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라면서 "이미 상장 적격성 심사에 이른 기업들은 부실 기업들인데 짧은 시간 내에 계획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다른 주주는 "코스닥 부실 기업들은 경영진 이슈가 태반인데 개선 계획을 통해 경영권 이슈가 해결된다면 기대해 볼 것 같다"라면서도 "다만 전문경영진을 통해 회생한 기업들이 있긴 하나 결국 오래 경영을 지속하진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아울러 코스닥시장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지침에 개선계획서 세부 지침이 안내되어 있지만, 현 공시는 '자율 공시'이기 때문에 기업마다 내용 구체성도 제각각인 것은 물론 상세한 계획 이행 마일스톤을 제시한 기업도 한두 곳에 불과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IB토마토>에 "기업 입장에서도 상세한 공시는 부담이 크고 자칫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큰 틀 안에서 공시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라면서 "추가 개선기간 부여는 기업 영업 상황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면 좀 더 시간을 줘서 상장적격성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