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진원생명과학(011000)이 적자 폭을 줄였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깍아내 만든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이 3분의 1 토막 난 상황에서 유상증자 등 외부 수혈로 급한 불을 끈 것이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마저 신규 투자 대신 과거의 빚을 갚고 있어 영업력 회복이 없이는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크다.
진원생명과학 플라스미드 DNA 위탁개발생산 자회사 VGXI 전경. (사진=진원생명과학)
매출 급감 속 외부자금 수혈·비용 통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23억원으로 전년 동기(-91억원)보다 74.15%(67억원) 개선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실적에 대해 일시적인 착시효과라고 분석한다. 본업 경쟁력 강화나 매출 증대 등 사업적 성과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외부자금 수혈과 필수 지출 억제에 기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보면 해당 주장에 힘이 실린다.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6억원으로 전년 동기(85억원) 대비 69.65%(59억원) 급감했다. 외형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진원생명과학이 선택한 손익 보전 방식은 비용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1분기 73억원이던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는 올해 1분기 24억원 수준으로 67.30%(49억원) 줄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판관비 절감이 바이오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결정짓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비용 등 필수적인 영업활동비용을 전방위적으로 억제해 얻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감축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저하와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이유다.
쌓여가는 결손금에 부분 자본잠식 해소 한계
진원생명과학은 수년간 누적된 결손금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그간 발생한 당기순손실이 해소되지 못하고 결손금으로 누적되면서 자본총계(512억원)이 자본금을 밑돌고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유상증자(총 81억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해당 조치로 부분 자본잠식률은 작년 말 52.12%에서 올해 1분기 43.71%로 8.41%p 하향시켰다.
다만 외부 자금 유입에 따른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지표 회복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자체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순이익 창출로 결손금을 직접 보전하지 못하는 이상, 영업손실이 추가로 누적되면 자본 확충 효과는 단기간에 상쇄될 수밖에 없다. 자본잠식 기조를 완전히 벗어나려면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유동성 지표에서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 다수 관측되고 있다. 유상증자 대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장부상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3억원에서 올 1분기 53억원으로 4.01배 늘어났다.
가용 현금이 늘어났지만, 상환 능력은 심각하다. 올해 1분기 진원생명과학의 유동비율은 45.75%다. 유동자산은 247억원,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해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539억원이다. 유동자산 대비 유동부채 규모가 2배 가량 큰 상황으로 단기채무상환 능력이 취약하다.
보유동자산의 질적 구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면 실제 현금동원력은 더욱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원생명과학의 유동자산 총액 247억원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131억원이 재고자산 형태로 묶여 있다. 바이오 원부자재 및 제품의 특성상 재고자산은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단기간 내 현금화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전방 산업 위축으로 재고자산 매각과 현금 전환 주기가 지연될 경우, 향후 재고자산의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있다.
즉, 재고자산을 제외한 자산만으로는 현재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매입채무 263억원을 온전히 방어하기 어렵다. 장부상 현금성자산 수치의 일시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진원생명과학의 실질적인 유동성 압박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영업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자본시장과 금융권을 통한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재무구조 또한 심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진원생명과학의 현금흐름표를 분석하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28억원의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본업에서 지속해서 발생하는 현금손실을 메운 것은 재무활동현금흐름(+75억원)이었다. 자체적인 영업성과를 통해 현금을 비축하는 구조가 아니라 주주 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본과 추가로 실행한 단기차입금 38억원 등의 외부 자금 유입에 의존해 회사의 자금 수지를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대목은 외부 조달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한 생산적 설비투자(CAPEX)나 파이프라인 강화 등 본질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유상증자 및 단기 차입으로 조달된 자금의 대부분은 기만기 도래한 단기차입금 상환(35억원)과 기존 사채 상환(10억원) 등 유동부채 청산에 모두 사용됐다. 신규 자금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아닌 과거에 발생한 빚을 빚으로 갚는 대환 형태의 구조적 돌려막기에 투입되고 있다.
조달 자본이 자산의 증식이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일시적인 채무 변제에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구조 속에서는 대외 신인도 하락이나 금융권의 만기 연장 거부 조치가 취해질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어려워질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만큼, 본업 위주의 매출 회복과 현금흐름 구조 재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진원생명과학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당사는 본격적인 전사 비용구조 개선을 통한 구조조정 효과와 R&D 투자 및 미국공장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목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