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 자회사 782억 조달했지만…IPO 실패 땐 조기상환 부담
미래에셋 계열 PEF에 CB 발행…시설자금 547억 투입
2029년 EBITDA 800억 미달 시 전환가 하향
본체 오버행에 자회사 희석 리스크도 부담
공개 2026-06-0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5일 16: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코스닥 상장사 천보(278280)가 자회사 천보비엘에스가 미래에셋 계열 사모투자회사로부터 782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전해질과 전해액 첨가제 설비투자를 위한 성장 자금 성격이지만, 투자 조건을 뜯어보면 단순한 우호자금으로만 보기 어렵다. 천보비엘에스가 정해진 기한 내 적격 상장에 실패하면 투자자는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2029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목표치를 밑돌 경우 전환가액도 낮아진다. 모회사 천보의 경우 추가 오버행 부담은 피했지만, 자회사 지배력 희석과 기업공개(IPO) 성공 부담은 커진 셈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르네상스신에너지사모투자 합자회사'는 천보비엘에스 제1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에 782억원을 투자했다. 만기는 2033년 5월29일, 표면이자율 1.0%, 만기이자율은 4.0%로 정해졌다.
 
천보비엘에스 군산공장 (사진=천보)
 
전환 시 지분 26%…미래에셋, 배터리 소재 성장성에 베팅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주당 3만9463원이다. 전환청구기간은 2027년 5월30일부터 2033년 4월29일까지다. 전환이 모두 이뤄질 경우 발행되는 주식은 천보비엘에스 보통주 198만1603주다. 기발행주식 총수 760만2000주 대비 26.07%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래에셋 측은 CB를 통해 천보비엘에스의 성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보비엘에스는 천보그룹 내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핵심 자회사로 꼽힌다. 이번 자금조달 목적도 전해질 및 전해액 첨가제 설비투자에 집중돼 있다. 전체 조달금 782억원 가운데 547억4000만원은 전해질 및 전해액 첨가제 설비투자에 투입된다. 나머지 234억6000만원은 원재료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일반적인 CB 투자와 달리, 이번 투자엔 상장 조건이 붙었다. 미래에셋 측은 양사가 합의한 기업공개기한 내 적격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은 발행일로부터 5년이 되는 2031년 5월29일부터 만기 3개월 전인 2033년 2월28일까지 3개월마다 행사가 가능하다.
 
이번 투자는 전방산업인 전기차와 배터리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중장기 수요 회복을 염두에 둔 선제적 투자로 풀이된다. 천보비엘에스가 생산하는 F전해질(LiFSI)은 기존 범용 전해질(LiPF6) 대비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고, 저온에서의 방전 성능을 개선하며,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필수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천보비엘에스 모회사 천보가 전기차 및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6월 설립한 자회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전북 군산 새만금 산단 약 20만㎡ 부지에 총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대규모 전해질 양산 공장을 건설해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 PE사업부는 지난해 7월에도 천보비엘에스가 발행하는 1500억원 규모의 CB를 인수, 모회사인 천보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그동안 이어진 캐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향후 상장 절차에 들어갈 경우 해당 CB는 주요 오버행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다.
 
 
 
실적 미달 땐 전환가액 하락…본체 CB 오버행도 부담
 
이번 투자에선 실적 연동형 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포함됐다. 천보비엘에스의 2029년 기준 EBITDA가 800억원에 미달할 경우 전환가액이 조정된다. EBITDA가 600억원에 그치면 목표치의 75%만 달성한 것으로 보고 전환가액도 기존 3만9463원의 75% 수준으로 조정된다. 전환가액이 낮아질수록 같은 투자금으로 전환 가능한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실적 미달 시 천보 측의 자회사 지분 희석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다만 전환가액은 최초 전환가액의 50%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는 미래에셋 입장에서 실적 미달 리스크를 방어하는 장치다. 반대로 천보와 천보비엘에스 입장에서는 2029년 실적 달성 여부가 지분 희석 규모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BITDA가 목표치를 밑돌 수록 전환가액이 낮아지고, 같은 투자금으로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콜옵션 조항도 포함됐다. 천보비엘에스는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뒤부터 만기 1개월 전까지, 또는 적격상장이 완료된 경우 인수인이 보유한 CB 권면금액의 최대 30%를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콜옵션 규모는 최대 234억6000만원이다. 최초 전환가액 기준으로는 보통주 59만4480주를 확보할 수 있는 규모이며, 지분율은 최대 6.20% 수준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천보그룹 입장에서는 본체의 재무 부담을 키우지 않고 자회사 성장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오버행 이슈는 여전할 전망이다.
 
모회사인 천보의 경우, 2024년 발행한 CB의 전환청구 기간이 도래하면서 오버행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투자자인 대신증권(003540), NH투자증권(005940), TS인베스트먼트(246690)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CB 물량이 지속해서 주식으로 전환됐지만, 제6회 CB의 미전환 잔액은 1019억원이다. 전환가액 4만3541원을 적용하면 약 234만주가 추가로 전환될 수 있다. 발행주식 총수의 약 19%에 달하는 잠재 매물이 대기 중인 셈이다.
 
천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CB 발행 결정은 모회사인 천보의 오버행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투자자 측에서 자회사인 천보비엘에스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