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카카오(035720)가 인공지능(AI) 전환을 앞두고 그룹 전체의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연말까지 약속한 계열사 정리가 9부 능선을 넘어서면서 비핵심 사업을 축소하고 내부 기능을 재배치해 향후 투자와 의사결정을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남은 기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핵심 사업 중심의 슬림화가 진행되는 반면, 그룹 의사결정을 맡는 CA협의체의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며 지배구조 재편 필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사진=카카오)
국내외 계열사 3개월 새 180곳→164곳으로…슬림한 카카오 코앞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외 계열사 180개에서 3개월 만에 164개로 줄이며 조직 재편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 계열사 역시 같은 기간 113개에서 98개로 15개가 감소했다. 정신아 대표가 밝힌 연내 국내 계열사 80개 목표에 상당히 접근한 셈이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9월 “연내 국내 계열사를 80여곳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밝히며 사업 흐름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정렬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카카오는 콘텐츠 법인 통합, 해외법인 조정, 투자조합 정리 등을 분기보고서에 연속적으로 반영해왔다.
계열사 정리와 함께 재무 구조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10조7217억원이던 유동자산은 올해 9월 말 12조1412억원으로 13.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도 증가하며 유동성 확보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계열사 정리 과정에서는 통합 비용이나 인력 재배치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AI 개발과 데이터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본 투입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이 간결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IB토마토>에 “AI 시대 핵심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고 거버넌스 효율화를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재정비 후 나타나는 호실적…CA협의체 역할 논의 '관심'
카카오는 올해 3분기 매출 2조866억원, 영업이익 208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톡비즈 매출 확대와 함께 카카오페이,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에서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톡 개편과 AI 서비스 효과가 실적에 전면 반영된 단계는 아니지만 비용 통제와 광고 상품 개선 효과로 체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며 “여러 계열사와의 사업적 시너지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 역시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카카오의 그룹 거버넌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단히 다지는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내년부터는 AI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핵심 신규 매출원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AI 전환은 그룹 전체 전략 방향을 다시 짜는 수준의 변화인 만큼, 계열사 정리와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그룹 의사결정 구심점 역할을 맡아온 CA협의체의 정체성과 역할을 명확히 재정의해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CA협의체는 카카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참여해 계열사 투자 총괄, 내부 전략, 인사 조율을 담당하는 사실상의 그룹 컨트롤타워로 알려져있다. 독립기구로서 전략 방향 설정과 계열사 간 이해관계 조정, 투자 검토, 준법 심사, 의사결정 구조 개선 등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계열사 축소 또한 지난해 출범한 CA협의체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CA협의체가 독립기구로서 별도 법적 지위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내 핵심 관리 기능을 동시에 다루면서 조직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이러한 운영 방식이 중복 인력과 절차를 낳아 비용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김범수 창업자 겸 CA협의체 의장이 오너십을 기반으로 그룹 의사결정을 이끌었지만, 사법 리스크와 건강 문제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상황에서 CA협의체가 카카오의 미래 전략을 이끌 핵심 기구로 자리매김할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CA협의체 주요 임원들이 계열사와 겸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다수"라며 "추후 CA협의체의 권한이나 역할 증대와 관련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