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2%대 자체사업에 묶였다…PF 10조가 발목
도급으로만 수익성 확대 불가능…자체 사업 필요성 확대
자체공사 비중 1.6%→2.2% 상승했지만 경쟁사 대비 낮아
PF 부담이 만든 보수 전략…서울 핵심지만 선별 참여
공개 2025-11-13 16:56:18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8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자체사업 비중을 넓히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다. 도시정비 1위 건설사답게 도급 물량은 탄탄하지만, 토지 매입부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분양까지 책임지는 자체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비사업 PF에 더해 준자체·민간개발 사업이 포함된 '기타사업 PF'까지 합치면 대출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서, PF 부담이 자체사업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역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 조감도(사진=현대건설)
 
매출 97%가 도급…자체사업 비중은 업계 최저권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누적 공사수익(도급·분양 합계)은 101조2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분양공사 누적수익은 2조2464억원으로, 전체 공사 가운데 자체사업형(분양) 비중은 약 2.2% 수준이다. 현대건설의 주력인 도시정비사업이 포함된 건축·주택 도급부문 누적공사수익은 40조6411억원으로, 전체 공사수익의 40%를 차지했다. 즉 전체 매출의 97% 이상은 여전히 도급공사 중심으로 '시공 중심 대형사' 구조인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전체 공사(도급·분양) 누적수익은 116조2893억원에서 올해 101조원으로 감소했지만, 분양공사 누적수익은 1조9000억원에서 2조2464억원으로 3464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자체사업형 매출 비중도 1.6%에서 2.2%로 0.6%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기간 내 건축·주택 도급부문은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도급공사는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받는 전통적인 시공형 매출이며, 분양공사는 현대건설이 토지를 매입하거나 개발을 주도해 분양수익을 직접 인식하는 '자체사업형' 매출을 말한다. 자체사업이란 건설사가 직접 시행(사업주체)이 되어 토지매입, 인허가, PF 조달, 시공, 분양까지 모든 리스크와 수익을 부담하는 사업구조다.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 도급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도급 중심의 매출 구조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늘 한계가 있었다. 공사비만 인식하는 도급 방식은 원가 변동에 실적이 그대로 흔들리고, 마진 역시 낮게 고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한계가 누적되자 현대건설은 단순 시공을 넘어 시행 이익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자체사업·준자체사업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의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도급공사의 영업이익률이 업계 통상 2~4%에 머무는 반면, 토지 매입과 분양을 함께 주도하는 자체사업은 10~20%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단일 프로젝트로도 도급 여러 건의 이익을 대체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현대건설이 수익성 회복 국면에서 자체사업 확대를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의 재고자산 흐름을 보면 자체사업 확대 움직임이 좀 더 분명해 보인다.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 7632억원 중 약 7191억원(용지·완성주택·미완성공사) 대부분이 현대건설이 직접 추진하는 분양사업에서 생긴 자산이다. 건설사 재고자산은 도급공사와 달리, 현대건설이 직접 참여하는 분양형 사업에서 발생한 자산으로, 부지(용지)·공사진행분(미완성공사)·준공 후 분양 중인 주택(완성주택) 등이 이 항목에 포함된다.
 
특히 미완성공사는 지난해 말 4280억원에서 2768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준공 후 분양 중인 완성주택은 256억원에서 248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일부 자체사업이 착공 단계를 지나 준공·분양 회수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재고 비중 대부분이 자체사업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현대건설이 도급 중심 체질임에도 시행 참여를 점점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체사업 비중이 늘고 있지만, 경쟁 건설사들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시공평가 10위권 건설사들은 자체사업이 보통 매출의 10~20%를 차지해 수익의 한 축을 이룬 것과 반면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자체사업 비중이 2%대에 그치며, 업계 평균과의 간격이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PF 누적 10조대…추가 PF 여력 제한, 자체사업은 '선별적 확대'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건설의 PF 구조를 뜯어보면, 회사가 아직 자체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PF 우발부채는 보증금액 12조2973억원, 대출잔액 10조8293억원에 이르며, 대부분은 정비사업 조합 PF와 준자체·지분참여형 개발사업(PFV 등)에서 발생한 것이다. 완전 자체 시행 PF는 많지 않지만, 기존 도급 기반 정비 PF와 준자체사업 PF의 누적 규모가 워낙 커서 추가로 자체사업 PF를 얹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F를 더 얹는 자체사업 확대는 신용도·레버리지·현금흐름 전부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의 자본총계가 9조764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자기자본을 넘어서는 PF보증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자체사업은 토지 매입부터 브릿지론, 본PF 조달, 책임준공 약정까지 모든 단계에서 시공사(현대건설)가 전면에 서야 한다. 그런데 현대건설은 정비사업 PF만으로도 기한이익상실 위험금액이 5조6815억원, 기타사업 PF에서도 5조2157억원이 잡혀 있다. 기한이익상실 위험금액이란 분양 지연, 자금 차질, 시공사 신용등급 하락 등 조건 위반 시 금융기관이 모든 상환 일정을 무효로 만들고 즉시 전액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규모를 뜻한다. 이 지표가 크다는 것은 PF사업에서 작은 위험 신호가 발생해도 현대건설이 감당해야 할 '즉시 상환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사업 PF까지 더하면 레버리지 비율이 단숨에 뛰고, 신용등급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수준의 위험 노출을 감안하면 자체사업을 빠르게 늘리는 전략은 재무건전성과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현대건설 역시 자체사업을 '완전 시행'보다 준자체사업·지분참여형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가양동 CJ공장 부지를 비롯해 서울역 힐튼호텔, 이마트 가양점, 역삼 르메르디앙, 이태원 크라운호텔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조합·시행사·금융기관과 리스크를 나누는 구조로, 실패 위험을 홀로 떠안지 않는 방식이다. 서울 핵심지 위주 선별 참여 전략 역시 PF 부담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지난 4년간 현대건설의 용지 매입 규모를 봐도 같은 흐름이 관찰된다. 투자활동현금흐름 내 투자부동산 취득액을 보면 2022년 51억원, 2023년 71억원, 2024년 43억원, 2025년 5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통상 대형 건설사가 본격적으로 자체사업을 확대하려면 연간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용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곤 하는데, 현대건설의 경우 매입 속도가 연간 수십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결국 자체사업 의지는 있으나, '풀(full) 자체사업'이 요구하는 리스크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제한적 용지 매입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자체·준자체사업 비중은 작년보다 증가했으나, 향후에도 무리한 확대보다는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전제로 우량 사업지를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고금리·고원가 환경에서는 선별적 참여가 재무 안정성에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F 우발부채와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전사 차원의 PF 협의체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라며 "프로젝트별 사업 타당성과 예상 현금흐름, 담보력, 시행주체의 신용도 등을 다각도로 심사해 내부 승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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