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 업계, 반덤핑·제품 관세 겹쳐 '수출 절벽'
금속산업 지원 법안 전무…철강 지원법 3건 대기 중
수익성 낮고 규모 작은 산업 특성상 관세 대응 능력 취약
구리·알루미늄 대미 수출 관세 50%에 매출 감소 현실화
공개 2025-09-1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7일 14:3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구리·알루미늄 등 금속산업이 정책 외면 속에 고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일부 업체는 반덤핑 관세에 제품 관세까지 부과 받으며 사실상 대미 수출이 고사 상태에 빠졌다. 국내 금속업체 다수가 중견 이하 업체라 대미 수출 관세에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철강에 집중된 정책적 관심이 비철로 확대돼야 관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정부 정책에서 소외된 비철산업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구리 및 알루미늄의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부터 해당 금속 및 해당 금속이 사용된 제품(이하 파생제품)에 최대 50%의 관세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금속 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견 및 중소기업의 실적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구리와 알루미늄은 지난해 국내 금속 수출액(약 136억달러)의 80%를 차지하는 핵심 금속으로 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도 커진다.
 
현안이 시급하지만 금속 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철강에 비해 적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철강산업 지원 법안은 3건에 달한다. 국내 철강 지원법 발의안에 따르면 인허가 및 조세 감면 지원 절차 간소화 등 재무적 혜택도 담고 있다. 아울러 저탄소 철강 생산 촉진, 자발적 생산량 조정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 업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금속산업 지원 방안은 현재 발의된 법안이 없다. 금속업체들은 한국비철협회 등 유관단체와 공동으로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권을 찾아가는 실정이다. 현재 수출 타격 금속업체에 자금 저리 대출 등 정책이 진행 중이지만, 이는 향후 상환 부담을 수반한다. 업계에 따르면 대미 수출 관세 피해 일부를 상계할 수 있는 세제 혜택, 전기요금 인하 등 비용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더 선호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관세 문제는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현지 수입업체에 대한 협상력이 부족한 다수의 금속업체들은 대미 수출 관세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수입사들이 관세 부담을 제조사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수출을 할수록 비용 부담이 불어나는 것이다. 해외 네트워크가 있는 일부 대형 금속업체는 미국 지사가 수입 관세를 부담하는 등 고통 분담이 가능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국내 금속업체 중 중견 이하 규모 비율은 98~99%에 달한다. 업계 대다수가 관세 영향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매출 급감에 따른 피해를 버틸 수 있는 자금력도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향후 높은 대미 수출 관세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미 수출 타격 하반기 현실화
 
국내 금속업계의 수출 실적은 8월부터 급감하는 모습이다.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나타나는 재무적 변화는 이번 3분기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국내 금속산업은 광석 등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기 힘들다. 여기에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인해 국내 금속업체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미국 시장을 잃을 경우 수익성 감소에 기름을 붓는 효과로 이어진다.
 
통계상 국내 금속 제품 수출 감소를 살펴볼 수 있다. 국산 구리관의 대미 수출량은 지난 8월 1254톤으로 직전연도 8월(1555톤) 대비 19.4% 감소했으며, 황동봉(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봉)의 8월 대미 수출량 역시 전년대비 28.6% 감소했다. 배터리 부품,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박의 8월 대미 수출량은 1년 사이 4.5% 감소했다.
 
국내 금속 업체들은 지난 1~7월 대미 수출량을 끌어올리며 관세 부과에 미리 대응했다. 다만, 향후 고관세 체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어 선제적 대응 효과가 오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겹악재가 나타난 황동봉 업체 대창(012800)은 사실상 대미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대창은 최근 미 상무부로부터 반덤핑 관세 12%를 부과 받았다. 여기에 9월 현재 대미 금속 수출 시 부과되는 상호관세 15%와 구리 함유량(65%)을 반영한 제품 관세를 더하면 대창의 대미 수출 관세는 60%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황동봉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제품 관세는 최대 50%까지 부과 가능하다.
 
알루미늄박 제조사 DI동일(001530)(디아이동일) 역시 대미 수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알루미늄 사업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포장재용 알루미늄박 수출 타격 시 알루미늄 사업부 매출이 흔들릴 수 있다. 포장재용 알루미늄박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하다. 고율의 관세 부과 시 시장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디아이동일은 배터리 부품과 포장재 용도의 알루미늄박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 금속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원 법안이 대기 중인 철강산업과 달리 금속산업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원 법안 마련이 어렵다면 세제 혜택, 생산 비용 지원 등 다른 방안이라도 마련돼야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