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을 당하게 하겠다."
최근 출범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내놓은 강력한 경고입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그 틈을 파고드는 주가조작 수법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피해는 더 파괴적으로 번져왔습니다.
그렇다면 주가조작은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됐을까요.
상품 거래가 아직 활발하지 않았던 역사 초창기에는 가격과 가치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화폐 공급 자체가 제한적이었고, '버블'을 만들어 낼 만큼 투기할 여력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인류 최초의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피어났습니다. 당시 튤립은 부의 상징으로, 정원에 얼마나 많은 튤립을 심을 수 있는지가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척도였습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기 수요까지 겹치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1636년에는 희귀한 튤립 알뿌리 하나 값이 암스테르담의 집 6채 가격에 맞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버블은 순식간에 꺼졌고, 튤립 구근 가격은 단 3개월 만에 99% 폭락했습니다.
이후 진짜 주가조작은 영국과 프랑스 왕실 주도로 본격화됩니다. 실제 가치 이상으로 발행된 주식은 불과 몇 년 만에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이 피해를 뉴턴조차 피하지 못했지만, 당시 왕실음악원장이던 헨델은 반대로 큰 부를 쌓았습니다.
주가조작이 예상치 못한 역사를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1880년 프랑스가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파나마 운하 수주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주가조작 사건은 한 유대인 프랑스 장교의 억울한 유배로 이어졌고, 훗날 이 사건은 이스라엘 건국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역사는 주가조작으로 인한 버블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음을 보여줍니다. 현대에도 정보 불균형은 여전하며,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탐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체 없는 것에 매겨진 가격은 언젠가 반드시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대박을 좇기보다 가치를 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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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