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노티앤알, 자본금 1천만원 투자자가 최대주주?…CB·유증에 '의문'
해밀아이비, CB·유증으로 300억원 투자
지난해말 자산 50억원···납입 여부 '미지수'
공개 2025-07-2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7일 18: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코스닥 상장사 베노티앤알(206400)이 해밀아이비주식회사(이하 해밀아이비)로부터 3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방식은 전환사채(CB) 100억원, 유상증자 200억원 참여다. 거래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해밀아이비는 베노티앤알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해밀아이비의 열악한 재무 상태로 인해 실제 납입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해밀아이비 회사 소재지.(사진=IB토마토)

 

해밀아이비, 300억원 투자 결정에 '납입 의문'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베노티앤알은 최근 5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결정했다. CB로 300억원, 유증으로 200억원 받는 조건이다. 이 중 해밀아이비는 100억원 규모의 11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유상증자에도 약 200억원 상당을 투입할 계획이다. CB의 표면금리는 0%, 만기금리는 1%이며 전환가액은 2256원으로 이날 종가(2190원)보다 3% 높은 수준이다. 납입일은 8월13일로 예정돼 있다.

 

유상증자 발행가는 주당 1876원이며, 해밀아이비는 1066만980주(약 200억원)를 배정받는다. 납입은 오는 10월28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유상증자만 완료돼도 해밀아이비는 베노티앤알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여기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1509만주의 주식을 확보하게 된다. 현 최대주주인 라미쿠스 보유 주식수(452만주·1분기말 기준)의 3배를 웃돈다. 유상증자 이후 전체 발행주식의 약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라미쿠스는 2023년 3월 당시 베노티앤알 지분 15.8%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문제는 해밀아이비의 자금 여력이다. 해밀아이비는 자본금 1000만원 규모의 소규모 투자회사로, 대표이사 조길연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재무제표에 따르면 자산총계는 50억원, 부채는 25억원이며, 당기순손실은 2억원을 기록했다. 외부감사도 받지 않는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해밀아이비가 자체적으로 3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납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외부 차입, 사모펀드 연계, 혹은 대리 투자 구조가 수반되지 않는 이상 자금 납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베노티앤알 측은 공시를 통해 “납입 능력 및 시기 등을 고려해 투자자를 선정했다”고 밝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밀아이비의 보유 자산을 고려하면 유상증자와 CB 납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CB 납입일(8월13일)과 유상증자 납입일(10월28일)이 두 달 이상 벌어져 있어 실제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경우 베노티앤알은 경영권 변경과 대규모 지분 희석을 전제로 한 조달 계획이 무산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납입일 연기는 투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며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리켐은 유상증자와 CB의 납입일을 모두 연기하면서 주가가 장중 8% 넘게 하락하는 등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해밀아이비의 입장을 듣기 위해 <IB토마토>가 16일 회사 소재지를 방문했지만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고 전화 연락도 닿지 않았다.

 

 

  

베노티앤알, 적자 행보 지속…'자본잠식' 우려도

 

이번 거래를 둘러싼 우려는 해밀아이비뿐만이 아니다. 베노티앤알 역시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8% 감소한 12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23억원으로 23.2%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160억원으로 급증했고 이 중 금융자산 평가손실만 132억원에 달했다. 1분기 말 기준 결손금은 147억원이 쌓여 있는 상태다. 자본금은 188억원, 자본총계는 795억원으로 현재 순손실 기조가 이어질 경우 1~2년 내 자본잠식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베노티앤알은 2001년 설립된 실내건축 및 로봇 전문 기업이다. 실적 악화 속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소프트웨어 기술업체 알티캐스트의 지분 35.7%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재무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장이 오히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신규사업 개발’과 ‘타법인 증권 취득’에 사용할 계획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투자처나 사업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기업이 본업과 큰 관련없는 신사업 확장 명목으로 무리한 자금 조달을 할 경우 회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며 "향후 사업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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