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IBK캐피탈이 지난해 영업자산에서 가계금융 부문을 크게 줄였다. 본래 강점인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 대한 집중도를 더 높이는 모양새다. 이 경우 자산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커질 수 있지만 IBK캐피탈은 오히려 우수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금융 내 부동산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해왔던 것이 주효했다.
가계금융 자산 줄고, 상품도 ‘스탁론’만 취급
29일 여신전문금융 업계에 따르면 IBK캐피탈은 지난해 말 기준 가계금융 자산이 466억원이다. 전년도 1831억원에서 대폭 감소했다. 상품 취급을 제한하면서 영업자산도 축소됐다.
가계금융은 대출채권 가운데 일반 소비자가 거래 대상인 자산이다. 상품군에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스탁론 등이 있다. 스탁론은 고객 명의 증권계좌의 증권·예수금을 담보로 주식매입자금을 제공해주는 상품이다. IBK캐피탈은 현재 가계금융 중에서도 스탁론만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계금융이 축소되면서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전체 영업자산 10조9419억원에서 기업금융은 8조5752억원으로 78.4% 비중을 차지한다. 투자금융은 2조606억원으로 18.8%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인 가계금융과 할부·리스(2369억원) 등은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IBK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반 가계 부문은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고, 기업금융 위주로 가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라면서 “현재 가계금융 상당 부분은 스탁론만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IBK캐피탈은 중소기업은행의 완전 자회사인 만큼 기본적으로 기업금융이 강세다. 그동안 기업금융 중심으로 영업자산을 키워 왔다. 특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역에서 경쟁우위가 있는데, 여기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외에 운전자금대출, 인수금융, 사모사채 등이 있다. 기업은행과 영업 네트워크를 연계하고, 통합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기업금융을 보완하고 있는 것이 투자금융이다. 오래된 업력을 바탕으로 특히 신기술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가계금융이나 할부·리스도 어느 정도 취급하며 자산을 늘려 왔지만 지난 2022년 고금리 업황이 조성된 후로는 계속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금융 건전성이 기업금융보다 오히려 부실하기도 하다. 대출채권 차주별 1개월 이상 연체율을 살펴보면 기업대출 부문이 0.2%에 불과한 반면 가계대출은 1.8%로 나온다. 자산의 규모 대비 건전성 수준이 떨어진다. IBK캐피탈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선택과 집중’ 전략을 더 강화하는 배경이다.
포트폴리오 리스크 높지만 실적 우수…PF 관리 ‘양호’
통상 캐피탈사는 영업자산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기업금융과 가계금융, 일반 할부·리스, 자동차금융, 투자금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내부 밸런스를 맞춘다. IBK캐피탈은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비중이 96.4%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142억원으로 최근 5년 기준 최고 수준이다. 이자마진이 1828억원으로 전년 대비 줄었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기타수지 내 투자금융수지가 1612억원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 성장을 이끌었다.
비용 측면에서는 건전성 관리에 쓰이는 대손비용이 4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완화됐다. 대손비용률은 0.4%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영업자산에서 기업금융 비중이 높으면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반 저하되는 일반적인 흐름과 다른 모습이다.
(사진=IBK캐피탈)
포트폴리오 집중 전략이 유효한 이유는 부동산 대출에서 악화되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IBK캐피탈은 PF 익스포저가 1조7980억원으로 양적 부담이 있지만 리스크 관리가 경쟁사 대비 우수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PF 물건·지역 구성은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65%이며 수도권이 63%다. 변제순위에서는 선·단일순위 비중이 82%로 높다.
IBK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금리로 PF가 활황이던 때도 추후 꺾이는 것을 대비해 자산을 경쟁사보다 많이 늘리지 않았고, 위험한 여신도 취급을 제한했다”라면서 “선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그런 포지션은 또 아니었기 때문에 영업할 때 위험한 것을 덜 취급했고 그에 대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신금융 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IBK캐피탈은 PF 자체 건전성이 타사 대비 괜찮은 편”이라며 “기존에 취급했던 것들이 타사 대비 수익성이 낮더라도 안정성 있는 물건으로 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