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 고삐 죄는 한국철강, 자사주 소각 나설까
자사주 신탁 계약에 주가 상승…향후 소각 가능성도
미처분 이익잉여금 충분·경영권 안정 등
철근 사업 외길에 주가 부양 요인도 적어
공개 2024-05-0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11:3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지난 3월부터 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철근 제조사 한국철강(104700)이 자사주 소각까지 진행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철강은 건설산업 불황에 따른 철근 수요 감소로 회사 외형 축소가 현실화되자 주가 부양을 통해 주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특히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한국철강 주가가 상승했지만, 올해 철근 시장 불황에 따른 외형 감소가 예상되며 주가 부양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주가 부양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소각 가능성이 관측된다. 한국철강은 이익 소각 재원이 넉넉한 데다 지난 2022년 자사주 절반을 소각한 바 있어 향후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상태다.
 
(사진=한국철강)
 
600억원 통 큰 자사주 매입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철강은 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은 신탁계약을 통해 이뤄지며 내년 9월19일 자사주 매입 신탁 계약이 종료된다. 한국철강의 자사주 취득금액 한도는 2479억원으로 이번 자사주 매입에 한도의 24.2%를 소진한다.
 
자사주 신탁계약은 특정 시기에 자사주 매입 의무가 없이 계약 기간 내 자유롭게 신탁기관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된다. 지난 3월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 발표 이후 한국철강의 주가는 지난 4월 25.7% 상승했다. 이에 한정된 자금으로 많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자사주 매입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올해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신탁계약 기간은 통상 1년이지만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주가 부양을 위해 6개월 이내에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국철강의 신탁계약사인 NH투자증권(005940)도 지금 당장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고 치솟은 주가가 안정화되는 시기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한국철강의 주가는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4월 한달간 25.7%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철강의 총 발행주식수는 4245만주로 같은 기간 자사주 비율은 8.5%(362만5478주)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른 한국철강 목표주가(9200원)을 반영할 경우 자사주 매입량은 600만~700만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한국철강의 자사주 보유량은 900만~1000만주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자사주 신탁 계약이 계획대로 완료될 경우 한국철강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1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할 것인지 소각할 것인지 향후 처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철강은 현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7%에 달해 경영권도 안정적인 상태인데다 미처분 이익잉여금도 2400억원에 달해 향후 소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철근 시장 위축에 '주가 부양'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철강의 매출액은 9051억원, 영업이익은 86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 비해 매출(1조642억원)과 영업이익(1215억원)이 각각 15%, 28.7% 감소했다. 한국철강의 매출 비중은 철근 99%, 산업용 가스·산소 1%로 이뤄져 있다. 사실상 철근 단일 사업만 영위하고 있다.
 
철근은 건설 산업의 수요가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건설 산업의 업황에 따라 철근 사업의 실적도 결정된다. 올해 들어 태영건설 리스크 등 고금리로 촉발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리스크에 건설 산업이 끝없이 위축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근의 경우 수요 위축에 따라 수입량이 감소했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철근은 내수 시장 내에서 수요와 공급이 이뤄져 수입이 개입할 여지가 적지만, 최근 몇년간 원가절감 차원에서 수입산 철근이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수요가 감소하며 수입산 철근 수입량도 크게 줄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 수입량은 48만3000톤으로 지난해 1분기(61만6000톤)보다 21.6% 감소했다.
 
국내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올해 한국철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한국철강의 예상 매출액은 8710억원, 영업이익은 7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3.8%, 14.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의 외형 감소가 예상되면서 주가 부양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소각으로 이어져야 주가 부양의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은 지난 2020년 11월 700억원을 들여 2021년 5월까지 자사주 722만5478주(발행주식수의 15.7%)를 매입 후 2022년 3월 보유 자사주의 절반(360만주)를 소각한 바 있다. 소각 방식은 이익소각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미처분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했다. 이익소각은 자본금 감소 없이 주식 소각이 가능하다. 자사주 소각 이후인 2022년 3월부터 4월까지 한국철강 주가는 48%가량 상승해 주가 부양에 성공한 바 있다.
 
한국철강은 소각을 위한 재원도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철강의 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 규모는 2552억원으로 자사주 매입분 600억원을 제외해도 자사주 소각에 사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최소 1952억원에 달한다. 보유 자사주를 2022년 소각처럼 절반을 소각할 경우, 이익잉여금 감소 규모는 600억~700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철강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시점에서 소각은 계획이 없다”라며 “우선 자사주 매입 기간까지 자사주를 매입한 후 향후 소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