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자금 풀리지만…대형사 vs 중견사, 온도차 '극명'
대형사 회사채 '흥행'…중견사는 조달 어려워 '고금리' 발행
과거보다 자금 조달 '숨통'…재무건전성 모니터링 필요
공개 2023-09-13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7일 18: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올 하반기 들어 건설업계 자금조달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업계 내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다각화한 대형건설사의 경우 예상보다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반면, 토목·건축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중견건설사들은 자금을 간신히 조달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상대적 고금리에도 중견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 현 상황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서울 관악구 소재 한 건설현장의 모습.(사진=뉴시스)
 
자금시장 경색에도…대형사 회사채 '흥행'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5일 총 24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각각 1200억원의 공모 무보증사채를 발행하며 각각 2년 물은 연 4.5%, 3년 물은 4.6%의 금리가 책정됐다.
 
앞서 지난달 말 진행된 1200억원 규모 회사채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현대건설은 모집액의 3배에 가까운 3550억원이 몰린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발행 물량을 증액해 최대 금액인 2400억원을 발행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풍부한 수주잔고와 진행 사업장의 기성 인식을 바탕으로 당분간 현 수준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풍부한 재무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위험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현대건설의 신용도를 평가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에도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당시 수요예측에선 예정액의 2배 수준인 3200억원이 몰린 바 있다. 지난달에는 2월보다 더 적은 액수를 발행한 데 비해 더 많은 응찰액이 몰린 것이다.
 
SK에코플랜트도 올 들어 회사채 흥행을 맛봤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월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수요예측에서 4배 이상에 달하는 자금이 몰려 1710억원으로 증액해 발행했다.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모두 수요예측 흥행 후 발행한 회사채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에 전액 사용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그동안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해 온 회사채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사이에 자금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며 추가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수년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넉넉한 수주 잔고를 쌓아 놓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해왔기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올해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업종 공·사모 회사채는 117건으로, 발행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DL건설(001880)은 이달 8일과 9일 각각 200억원, 39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롯데건설의 610억원 규모 회사채의 만기도 오는 14일이고, 대우건설(047040) 역시 오는 18일까지 2020년 9월에 발행한 회사채 1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다음달에도 HDC현대산업개발(294870)(700억원), 11월에는 삼성물산(028260)(1700억원) 등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 고금리 받아든 중견사
 
문제는 좋은 조건에 회사채를 발행해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대형건설사들과 대조적으로 중견사들은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금호건설(002990), 코오롱글로벌(003070), 신세계건설(034300), SGC이테크건설(016250), HL디앤아이한라, 이수건설 등 중견건설사들은 연 7% 이상의 고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SGC이테크건설은 2년물 사모사채 50억원을 발행하며 연 10.0% 금리를 책정했고, 금호건설도 100억원 규모 회사채를 9.6% 금리로 발행했다. 동부건설(005960)의 경우 올해 사모사채를 7번 발행했는데, 연 9~10%의 만기이자율을 기록했고, 신세계건설 역시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연 7.1%의 금리로 발행했다.
 
다만, 대형건설사에 비해 소액이고 고금리이긴 하지만, 발행 자체에 실패했던 올해 상반기보다는 자금조달 환경이 나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지난 3월에는 신세계건설이 8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10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고, 한신공영도 지난 2월 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0%인 50억원 밖에 몰리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고금리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건설사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얼어붙은 채권 시장이 다소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라며 “전반적인 건설경기 전망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올해 상반기 대비 건설업종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금조달 환경 개선에도 일부 중견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신용등급 BBB+인 동부건설의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6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868억원) 대비 23.6% 감소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101억원으로 전년 동기(250억원) 대비 크게 줄었고, 지난해 상반기 4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당기순손실 178억원을 기록했다.
 
6개월 만에 200억원 가까운 현금이 줄어든 데에는 차입금 및 사채 상환에 큰 자금이 소요된 영향이 크다. 동부건설은 올해 상반기 3349억원을 차입한 동시에 3219억원을 상환에 사용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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