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어, 소액주주와 갈등 격화…리파이낸싱 난항
소액주주연합, CB 한도 1500억원으로 축소 요구
"경영진 때문에 주가 하락…두고 볼 수 없어"
단기차입부채 450억원 육박…재무건전성 '경고등'
공개 2023-03-07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15: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진통을 겪고 있는 아이큐어(175250)가 리파이낸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또다시 메자닌 발행 한도 축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효력이 시작된 전환사채(CB)를 비롯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 부채가 400억원을 넘어서는 가운데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이 격화되자 디폴트 우려마저 피어오르고 있다.
 
아이큐어 완주공장 전경. (사진=아이큐어)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큐어는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CB 발행한도를 기존 3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조정하는 정관 개정안을 상정키로 했다.
 
해당 개정안은 소액주주연합(수주연)의 요청으로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이다. 소주연은 당초 아이큐어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사업을 목적으로 CB 한도를 확대해 왔던 만큼, 사업이 취소된 이상 CB 한도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이은 CB 발행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위험을 더 이상 감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소주연 측의 설명이다.
 
정관 변경 내용 대조표.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앞서 아이큐어는 지난 2020년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상 CB 발행 한도를 7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동시에 백신 수입·공급업, 의료용 백신·치료제사업, 항체·단백질 제품 개발, 제조·판매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후 아이큐어는 2021년 2월 500억원 규모의 4회차 CB를 발행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도네페질 치매 패치제의 미국 임상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R&D) 등이 4회차 CB 발행 목적이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가된 채권의 일종이다. 채권자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시 유통주식수가 늘어나 기존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주가에는 악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이큐어는 상장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10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왔다.
 
이에 소주연은 지난해 초 아이큐어에 CB 한도 축소를 요구했고, 해당 요구가 반영된 안건이 3월 정기주총을 통과하면서 5000억원까지 확대됐던 CB 한도가 3000억원으로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주연은 CB 한도를 기존보다 절반 규모인 1500억원까지 축소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아이큐어 소주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장한지 4년도 안 된 회사가 CB를 4번이나 발행했고, CB 한도를 무려 5000억원으로 상향했다”라며 “하지만 CB는 주가 하락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까지 시행한 탓에 또다시 주가 폭락을 낳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큐어의 주가는 경영진의 경영행태로 인해 상장 후 최저점을 형성하고 있다”라며 “회사의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CB 한도를 줄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간 경영진의 경영 실패로 인한 자금난을 주주들에게 떠넘기려 해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빚 갚자고 잠재적 물량 폭탄을 늘리는 행위를 주주로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큐어는 4회차 CB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하면서 소액주주들에게 빚을 떠넘긴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앞서 아이큐어는 지난해 12월 총 34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당초 유상증자로 8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주가가 하락하면서 모집금액이 절반 이하로 축소, 채무상환자금도 못 건지게 됐다.
 
상황이 이런 만큼 다가올 주총에서 소액주주들과 경영진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와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총에서 CB 한도 축소, 경영진 교체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주제안 안건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주총에 상정될 주주제안 안건은 △이사 해임 △이사 선임·후보 추천 △감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이다.
 
 
 
이번 주총에서 소주연이 표 대결에 승리해 CB 한도 축소 안건이 반영된다면 아이큐어의 리파이낸싱 작업에도 경고등이 켜질 전망이다. CB 한도가 더 축소되면 채무상환을 위해 자금을 재조달할 여력이 더욱 악화된다는 분석이다.
 
아이큐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171.6%, 41.2%로 2년 만에 101.5%p, 11.1%p씩 올라가는 등 재무건전성이 나빠졌다. 최근에는 4회차 CB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로 인해 362억원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지만, 미상환 금액이 115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유동성장기차입금 등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부채가 45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아이큐어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자산이 25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채무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아이큐어의 재무건전성 하락 대응 방안에 관해 묻고자 회사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받지 않았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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