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한달새 정기예금 12.5조 흡수…유동성 확보 총력전
타행 대비 낮은 LCR 비율…고유동성 자산 확보 위해 수신 금리 경쟁
LCR 비율 정상화 6개월 유예…정기 예금 증가 속도 둔화 전망
공개 2022-11-18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6일 18:1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지난 10월 한 달간 KB국민은행으로 12조5000억원의 정기예금이 유입됐다. 타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정기예금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기준 금리 인상에 적극 대응한 결과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됐다. 특히 국민은행은 타행 대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비율이 낮았던 만큼 고유동성 자산 확보에 열을 올렸다. 
 
16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171조8606억원으로 집계됐다. 적금까지 합산하면 저축성예금은 총 185조6551억원이다. 전달 정기예금 잔액은 159조3823억원으로, 한달 새 12조4782억원의 돈이 은행으로 몰렸다. 지난 한 달간 4대 은행 중에서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정기예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이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분기 홀로 예금 고객이 이탈해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지난 4월 1900억원어치 채권을 찍어내기 시작해 2개월 만에 은행채로 총 3조8000억원을 모집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기준 금리를 1.50%로 올린 이후 5월 1.75%, 7월 2.25%, 8월 2.50%, 10월 3.00%로 '빅 스텝'을 밟았다. 이에 은행들도 수신 금리를 올렸는데, 국민은행의 경우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은행연합회가 제공하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보면, 지난 7, 8월 국민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 8월 공시된 국민은행의 수신 금리가 2.99%라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3%가 넘는 이자를 제공했다. 9월 기준 국민은행의 수신 금리는 3.52%로, 타행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일례로 지난 5월 말 국민수퍼정기예금(만기지급식) 3년만기 상품의 이자는 1.95%였는데, 현재 3.05%로 상승했다.
 
 
 
가파르게 상승한 예금 잔액은 제 속도를 찾을 전망이다. 최근 당국이 LCR 규제 비율을 천천히 정상화하겠다 발표했기 때문이다. LCR 규제는 30일간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가정 하에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고유동성자산에는 국채, 금융채, 예금 등이 포함된다.
 
지난달 금융위는 단기 자금 시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은행이 적극 진화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그러면서 LCR 비율 정상화 시기를 6개월 미뤄주기로 했다. 당초 당국은 연말까지 LCR 비율을 92.5%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LCR 비율은 93~96%였다. 반면, 국민은행은 91.63%로 유동성이 가장 떨어졌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이탈률이 높은 저원가성예금 비중이 타행 대비 높다. 예·적금 금리 인상으로 저원가성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갈 것을 대비해 예금 고객을 유인하는 한편 서둘러 은행채를 발행했다. 당초 연간 총 11조원 규모의 은행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9월까지 계획한 규모의 채권을 모두 발행해 지난달 65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9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LCR 비율은 92.69%다. 여전히 타행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당국의 '6개월 유예' 조치로 여유가 생겼다. 또,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계속된 예금 확보 경쟁은 지양하지 않겠냐는 게 금융시장의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LCR 규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조달 경쟁이 심화됐는데, 채권 시장의 불안으로 LCR 규제를 일시적으로 유예해 줘 유동성에 여유가 생긴 만큼 연말 조달 금리 경쟁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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