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씨피, IPO 부진 씻을까…미국 진출 로드맵 '관심'
실적 성장·CB 전환으로 재무 개선…삼성SDI 분리막 벤더
2024년 북미 진출 추진…생산성 향상 기술 우위 평가
공개 2023-05-19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18:0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분리막 제조업체 더블유씨피(393890)(WCP)가 미국 진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006400)가 자동차 OEM들과 JV 형태로 북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됨에 따라 비중국산 배터리 부품업체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WCP는 미국 중앙 및 주 정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탓에 큰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WCP는 IRA법안이 2032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법률임을 인지하고 그 이후에도 북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염두에 두고 있다.
 
 
IPO 흥행 실패했지만…고무적인 실적 성장
 
WCP는 지난해 9월 말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소 7200억원에서 최대 9000억원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흥행에 실패하면서 4320억원 모집에 그쳤다. WCP는 충주공장 내 분리막 생산 및 코팅 2개 라인 증설과 헝가리 공장 건설을 위해 IPO를 추진했는데, 당시 유럽 에너지 가격 폭등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의 실적 부진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고무적인 건 WCP의 실적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WCP는 지난해 매출이 2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8%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591억원으로 44.5% 늘었다. 여기에 제2회, 제4회 사모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에 따라 340억원의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부채 부담도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매출액은 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영업이익은 160억원으로 387.5% 폭증했다. 영업이익률은 21.4%로 매우 높았다. 원료 가격 약세와 가동률 상승으로 판관비가 감소하고 환율평가이익 등 영업 외 수익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358.5%, 부채비율은 15.4%에 불과하다. 차입금은 815억원이지만,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325억원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IRA 법안에 따라 분리막의 현지 생산 필요성이 강조됨과 동시에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실적도 성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WCP의 미국 진출 계획에 시선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삼성SDI 북미 진출로 안정적 수요처 확보…2024년 추진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에 따르면 올해부터 북미산 배터리 부품 50% 이상을 사용해서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북미산 부품 비율은 연도별로 단계적 상승을 거쳐 2029년에는 100% 북미산이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에 분리막 공장이 없어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WCP도 IRA 조항 상 검토 시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하반기 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부터 북미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 확대를 미리 예상해 진출하는 전략이 아닌 수요처 확정 물량을 먼저 확보한 후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파악된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2년에서 2년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 조달 방안은 미국 중앙 및 주 정부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며, 자체 자금과 차입, 일부 투자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CP에 따르면 IRA 법안 발표 후 국내외 다수 기업들과 신규 사업을 논의 중이며 중국산 분리막을 사용하던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JV, 원단공급, 기술 계약 등 다양한 형태의 제안이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통형 및 파우치형 고객과의 EV용 배터리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신규 고객 중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WCP는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향 제품 양산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시장 대응을 위해 국내 분리막 공급기업 다변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WCP가 믿는 구석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GM과 JV 형태로 미국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다. 국내 및 헝가리 생산물량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북미 생산시설이 가동되면 고객사 JV에 직접 물량 공급도 가능하다. 현재 중장기 공급계약 논의도 진행하고 있는데, 큰 틀에서 공급 물량은 확정됐으나 연도별 수량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안에 공급계약 건을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WCP의 핵심 기술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IRA 효력 끝나는 2032년 이후도 고려해야
 
최근 서구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데, IRA로 전기차 시장을 촉진한 후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내연차를 점차 줄여가는 정책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WCP는 IRA 법안에 맞춰 대응 전략을 수립하면서도 2032년 이후 북미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단순히 보조금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특히, 분리막 시장은 SKIET 외에도 일본 아사히카세히, 도레이, 스미토모 등 제품과 재무 면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 시총으로만 따지면 모두 WCP의 10~20배가 넘는 기업들이다.
 
WCP는 높은 생산성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생산성 향상 기술의 특허 등록이 완료됐고 현재 기술 완성단계에 있어서 미국 시장에서도 생산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WCP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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