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 가속화…'고비용'은 해결 과제
재활용 플라스틱 포트폴리오 확대…저탄소 제품군 상업화 노력
전처리 공정 추가로 비용 높아…공급망 다변화·공정 개선 추진
공개 2023-04-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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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인택 기자] LG화학(051910)이 재활용 플라스틱 포트폴리오를 잇따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자원 선순환을 위해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다운스트림 포트폴리오를 재활용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다만, 재활용 사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고비용 문제는 과제로 남아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재활용 기반 원료로 제조한 저탄소 제품군 상업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석유화학 기반 포트폴리오를 PCR(Post-Consumer Recycled) 기반 플라스틱으로 탈바꿈하는 신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PCR은 최종 소비자들이 사용한 후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을 선별, 분쇄, 세척 등의 재가공을 통해 플라스틱 초기 원료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플라스틱에 대해서 물리적 재활용 기술이 존재하나 경제성이 떨어져 식품용 용기로 활용되는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나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정도만 물리적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LG화학은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 PC(폴리카보네이트)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LG화학은 화학기업들 중에서도 범용제품부터 고부가 다운스트림제품까지 커버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강점으로 꼽힌다. 재활용 제품군도 포트폴리오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 LG화학이 개발한 PCR PE(폴리에틸렌), PCR PP(폴리프로필렌)의 품질은 기존 신재와 동일한 수준이며 필름용, 사출용 등 용도별로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032640)와 손잡고 PCR ABS 소재로 만든 리모컨도 개발했다. 모니터, 프린터, 셋톱박스 등 이미 폐기된 가전제품에서 플라스틱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PCR ABS는 복합기나 공기청정기, 전자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PCR PC를 이용한 컴파운드 제품도 수요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 수요처는 애플 등 ESG 경영 기조를 내세우는 글로벌 전자제품 기업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자동차 전장부품에도 투입되는 등 수요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가 홍대, 합정, 숭례문 등에 설치한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에도 적용됐다.
 
LG화학의 PCR PC 컴파운드는 2020년 기준 매출이 500억원으로 전년대비 20% 성장했고, 2025년까지 연평균 20%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9년 870톤에 불과했던 생산량도 2021년 기준 1만9000톤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재활용 난이도가 높은 PVC(폴리염화비닐)도 PCR을 적용해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화성시에서 발생한 폐벽지를 재활용 업체인 ㈜성지가 수거하고, 폐벽지에서 PVC를 분리해 LG화학에게 공급하면 LG화학이 바닥재 등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플라스틱 재활용은 탄소량을 감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존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 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 생산 비용이 기존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 대비 높아 사업 확장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지자체,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비용을 줄이거나,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PCR 공정은 폐플라스틱 회수, 색상 및 종류별로 분류, 파쇄, 세척, 펠렛 형태로 가공하는 등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공정이 추가되는 구조상 원가 절감 및 수익성 개선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아직은 시장이 작고, 자원과 함께 비용도 순환되면서 수급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PCR 제품 단가가 올라가면 최종제품 제조업체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부담이 확대되면 공급이 줄고, 공급이 줄면 비용이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LG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존 제품대비 비용은 높은 수준"이라며 "원가 절감을 위해 원료 구매처 다원화 및 공정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LG화학은 CJ대한통운(000120), 쿠팡 등 물류기업들, 이너보틀과 같은 패키징 업체와 MOU(업무협약)를 맺고 자원순환 밸류체인 확보에 나서며 회수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회수 후 전처리 비용 절감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삼일PwC)
 
다만, LG화학의 자원선순환 사업이 중장기 지속가능경영 핵심과제에 포함되어 있고,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다각도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영국 무라테크놀로지와 기술 협약을 통해 초임계 열분해 공장을 충남 당진에 건설하는 등 화학적 재활용 사업도 추진 중이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2019년 368억달러에서 향후 연평균 7.4% 성장 2027년에는 약 63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의 규모는 2019년 1조6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향후 정부 지원과 기업의 ESG 기조로 2027년에는 2조84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플라스틱 부문 외에도 배터리 부문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Li-Cycle, 재영텍 지분에 투자하는 등 자원선순환 사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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