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북미 진출 시점 관심…속도 조절론에 '무게 추'
실적 악화로 CAPEX 부담 늘어…외부조달 가능성 높아
중국 제외 생산력 1위 자신감…2029년까지 시간적 여유도
공개 2023-04-19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7일 11: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구체화되면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의 북미 투자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SKIET가 미국의 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진출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SKIET가 북미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RA 세부지침 상 시간적 여유가 있고, 실적과 현금흐름 개선이 우선 과제인 탓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IRA 보조금 지급 방법에 대해 발표한 이후 SKIET의 북미 투자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SKIET가 주력하는 분리막이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되면서 미국에서 생산해야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발표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의 50%(2029년부터 100%) 이상이 북미산이어야 보조금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IET가 북미 진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일단 SKIET의 목표는 2025년 글로벌 분리막 생산능력을 40억2000만㎡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건설중인 폴란드 3~4공장에 더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12억9000만㎡의 추가 캐파를 확보할 방침이다. 폴란드 공장 증설 투자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북미와 유럽에 추가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약 1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SKIET가 실적과 현금흐름을 개선한 후 투자를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분리막 보조금 조건이 엄격화되는 2029년까지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북미에 분리막 공장이 없고, 배터리 보조금 혜택을 위한 미국산 부품 조달 비중이 2029년에야 100%로 엄격해지므로 아직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을 제외하고 생산능력 1위를 달리는 SKIET가 시간 벌기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LG화학이 도레이와 손잡고 북미 진출을 계획하는 가운데 일본 아사히카세이는 2023년까지 자국 공장 증설을 마무리 지어야 하고 스미토모케미칼과 우베는 아직 증설 발표가 없다. 업계에서는 SKIET가 2029년 전까지 유휴설비를 가동하면 북미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의 현금성자산이 2조를 넘는 등 풍부한 반면 SKIET는 5500억원 수준이어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고, 북미 진출 시 투자 부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고객사들과 JV나 과거 대비 긴 시계열의 중장기 공급 계약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론 배경에는 2021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도 한몫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SKIET는 2022년 매출이 5858억원으로 전년대비 3.0% 감소했고, 영업손실 52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SKIET는 SK온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SK온의 수율 문제까지 겹쳐 SKEIT로서는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낮은 가동률과 현재도 진행 중인 폴란드 추가 증설에 투입되는 자금으로 CAPEX(자본적지출) 부담은 2020년 5785억원에서 2022년 7530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현금흐름은 206억원 유입에 그치며 CAPEX 대부분이 FCF(잉여현금흐름)에 반영됐다. 그 사이 총차입금은 1조원을 넘겼고, 수익성 악화와 이자비용이 늘어나 이자보상배율은 -2.51배까지 떨어졌다. 2022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515억원으로 전년대비 38.7% 감소했다.
 
다만, 유동비율은 189%, 부채비율도 61% 수준으로 지표가 양호한 수준이어서 업계에서는 SKEIT가 추가로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SK온에 자금 조달을 집중하고 있어 모기업 차원의 지원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신평사들은 아직 SKIET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망은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SKIET의 실적이 2~3분기 내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70%까지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5~6월 중 BEP(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SKIET는 2023년 2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CAPEX는 적자 여파로 2022년 7544억원에서 2023년 6423억원으로 줄어들고, 2024년 8033억원, 2025년 849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IET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미 진출과 투자 계획과 관련  "6~9월 발표될 AMPC 세부지침 등을 포함해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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