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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
공개 2023-04-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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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분식회계가 발생하면 기업의 이사와 감사(감사위원회가 설치된 경우에는 감사위원회의 위원)가 책임을 부담하지만, 부실감사를 했다면 감사인(회계법인과 감사반)과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 감사인이 부실감사를 했는지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감사를 수행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감사인이 부담하는 책임은 ‘회사’에 대한 책임과 ‘제3자(주주와 채권자 등)’에 대한 책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제3자에 대한 책임이다. 감사인은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적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음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3자에 대한 감사인의 책임과 관련된 논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첫째, 감사인과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의 연대책임 또는 비례책임 문제다. 연대책임은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각각 동일한 내용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말하고, 비례책임은 법원이 귀책사유에 따라 정하는 책임비율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말한다. 소송을 제기하는 제3자 입장에서는 감사인과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사인과 회사의 이사 및 감사가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고의가 없으면 비례책임을 지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3자의 소득인정액이 1억 5천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무조건 연대책임을 진다. 
 
문제는 감사인과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는 책임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결국 감사인이 대부분의 책임을 진다는 데 있다. 즉,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는 책임을 지지 않고,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감사인이 대부분의 책임을 진다. 따라서 손해를 입은 제3자는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손해배상능력이 없을 때 상대적으로 재력을 갖춘 감사인을 ‘deep pocket(부자)’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한다는 말도 있다. 일부 예외로서 비례책임을 도입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존재한다.
 
둘째,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가의 문제다. 일반적으로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상대방이 임무를 게을리했음’을 입증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송을 당한 감사인과 공인회계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즉,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다만, 제3자가 금융기관인 경우에는 입증책임이 전환되지 않는다. 
 
입증책임의 전환은 제3자가 회계와 회계감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므로 감사인과 공인회계사가 임무를 게을리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다. 이는 부득이한 측면이 있지만, 감사인과 공인회계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고,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은 소송만 제기하고 감사인과 공인회계사의 입증 여부를 기다리면 되므로 소송 남발이 우려되기도 한다.
 
셋째, 감사인과 공인회계사가 부담하는 책임에 한도를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현재는 감사인과 공인회계사에게 한도가 없는 ‘무한책임‘을 지우고 있다. 즉, 감사인이 수천만 원의 감사보수를 받고 감사한 경우에도 수백억 원 또는 수천억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감사인과 공인회계사 입장에서는 감사보수의 10배 또는 20배 등 손해배상책임의 한도를 두기를 원하지만, 주주와 채권자 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 원으로 정해진 것처럼 한 기업의 주식투자 손실에 일정한 한도를 두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보다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감사인이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현행 외부감사법은 주주나 채권자 등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감사인과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가 연대책임을 지고, 감사인이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감사인에게 무한책임을 지우고 있다.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소송이 외국에 비해 아직은 건수가 많지 않고 금액도 크지 않으므로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관심을 덜 받고 있으나, 조만간 급격히 증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많은 논의를 통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선의의 제3자는 보호하면서 불필요한 소송의 남발이나 무리한 주식투자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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