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말라버린 현금창출력…현장통 윤영준 대표 '시험대'
지난해 3분기 452억원 적자…영업활동 현금으로 세금도 못 내
4분기 실적 악화에 흑자 '미지수'…2011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매출채권 등 못 받은 돈 증가세…재무건전성 관심 필요 목소리
공개 2023-02-15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3일 18:4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대건설이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452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한 이후 4분기 실적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할 경우 지난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현장 경력 중심의 윤영준 대표이사 체제에서 현금 등 재무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 45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이 1897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법인세 3106억원을 납부하면서 전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52억원 순유출로 돌아섰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세금도 못내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현대건설 본사 사옥. (사진=뉴시스)
 
특히 2021년 3분기 당기순이익(4277억원)보다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6429억원)이 더 높은 상황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6148억원 흑자에서 452억원 적자로 돌아선 것이 눈길을 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보통 당기순이익부터 시작하는 간접법을 주로 사용한다. 현대건설도 간접법을 사용하는데 지난해 3분기 전년보다 더 많은 현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현금의 유출입이 없는 수입과 비용에서 1375억원이 유입됐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으로 5907억원 순유출 효과가 발생했다.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이 늘면서 각각 4916억원 및 2779억원의 현금 순유출 현상이 발생했고, 미청구공사도 늘면서 7079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간 효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충당부채가 줄면서 1029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문제는 4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화리서치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6.1조원, 영업이익 81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4%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7.5% 급락하면서 컨센서스 50%를 하회했다. 해외 공사에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할 경우 지난 2011년(1558억원 적자)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에도 68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부채의 변동으로 1조1103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했다. 미청구공사와 기타유동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하면서 투자활동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1조283억원이 순유입 됐다. 실제 단기금융상품을 사고팔아 1조469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금융상품으로 확보한 금액 대부분이 투자활동현금흐름 흑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21년 말 2조3515억원을 기록한 단기금융상품이 지난해 3분기 1조3117억원으로 44.2%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채권과 기타채권, 미청구공사 등 못 받은 돈이 지난 2021년 말보다 각각 32.3%, 15.6%, 1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현금 등 재무건전성에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윤영준 대표이사가 현장 중심의 주택 전문가라는 점과 맞물린다. 윤 대표는 35년간 현대건설에서 일하며 현장소장 등 현장 중심으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김광평 전무가 재경본부장을 맡고 있지만, 현장 중심의 대표이사 밑에서 재무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표는 취임 이후 주택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비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9조339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초기단계 해외공사 기성금 지급이 마일스톤에 따라 4분기에 수금될 예정이고, 국내 둔촌주공사업에서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나 분양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으며 기성금을 지급받을 예정"이라며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개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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