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바펀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 수백억대 CB 인수 나선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CB 발행한도 늘려 자금조달 발판 마련
3월 정기주총 전에 발행 결정 전망…상장 이후 첫 대규모 CB 되나
상장 이후 줄곧 하락한 주가…오버행 우려 해소·주주 달래기 '과제'
공개 2023-02-02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11: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항체의약품 전문 개발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334970)스가 싱가폴 투자회사인 옥타바펀드(Octava Fund Limited)를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회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와 CB 발행 한도를 대폭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키며 자금조달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바이오업계 전반의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자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동시에 투자 채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사의 주가가 지난 2021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 해소가 과제로 떠오른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사진=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CB 한도 5배 증액…최대 1000억원 자금 수혈 가능성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옥타바펀드는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수백억원대 CB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직 정확한 CB 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3월 정기주주총회 개최 전에 결정될 것으로 전해진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측에선 CB 발행에 따른 오버행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전략적 투자자(SI)를 찾다가 옥타바펀드를 골랐다는 후문이다.
 
이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부 정관변경 안건부터 이사 선임까지 모두 원안대로 가결하며 대규모 CB 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먼저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렸다. 일반적으로 발행주식 총수 증대는 대규모 유상증자 또는 메자닌 발행에 앞서 취하는 조치다. 정관상 발행 가능한 주식 물량이 정해져 있어 대규모 증자·메자닌 발행이 이뤄지려면 정관 개정을 통해 발행 한도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CB 발행 한도도 기존 2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5배 늘렸다. CB를 이용해 최대 1000억원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꾼 셈이다. 내부 정관을 초과해 주식 관련 채권을 발행하면 공시 규정에 어긋나 벌점이 부과된다.
 
 
 
이번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CB를 발행하면 상장 이후 첫 대규모 외부 투자금 유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그간 같은 그룹사이자 최대주주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의 지원을 받는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지난해 8월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에 546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또 2017년과 2018년에는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잇따라 인수하기도 했다.
 
메자닌 발행 규모도 총합이 225억원에 그친다. 회사는 지난 2018년 카무르파트너스의 사모펀드(PEF)인 플루시오스바이오를 대상으로 각각 125억원, 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이후 2019년에는 에스티캐피탈 신기술조합 제11호에 50억원어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들 채권은 2021년 3월과 6월에 걸친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전량 소진됐다.
 
옥타바펀드, 장기적 협력관계 위한 우호지분 유력
 
일각에서는 옥타바펀드가 유상증자 참여가 아닌 CB 인수 방식으로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오버행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한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옥타바펀드 입장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인 만큼 피투자회사에게 부담이 될 요소는 가급적 만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납입이 이뤄지는 즉시 주식 물량이 늘어나는 유상증자와 달리 CB는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기업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옥타바펀드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CB를 인수하더라도 곧바로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는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옥타바펀드가 프레스티지바이오 그룹에 투자를 단행할 당시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 반열에 들어갈 바이오기업을 찾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를 고려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10년간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또한 지금의 규모가 되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됐다”라고 덧붙였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주총에서 옥타바펀드의 탄팅용 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을 뿐 사실상 사내이사와 동일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통상 기업들이 임원을 자회사 이사회에 참가시키고자 할 때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한다. 때에 따라서는 투자회사와 피투자회사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옥타바펀드는 일찍이 프레스티지바이오 그룹의 구원투수로 평가받았다. 지난 2021년 2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지분 17.38%, 3월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지분 6.37%를 잇따라 취득하며 처음 등판했다.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혔으므로 단기간에 처분할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시장 침체와 부정적 임상 이슈 등 대내외적 악재가 잇따르며 주가가 하락하자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후에도 옥타바펀드는 2021년 12월과 지난해 7월, 8월 프레스티지바이오 그룹의 지분을 꾸준히 취득하며 주가 방어에 힘을 보탰다.
 
“주가 이미 많이 떨어졌는데”…주주 불만에 오버행 이슈 해소 ‘과제’
 
다만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이번 발행주식 총수 증대·CB 한도 증액에 대해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주주는 “임시주총 안건 핵심은 주식 발행수를 늘리는 것”이라며 “자금조달을 위해 필요한 방법이겠지만 주주가치가 또다시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옥타바펀드의 잇따른 지분 매입에도 불구하고 상장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사는 2021년 3월 1만2400원의 공모가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초기에는 수요예측 흥행 성공에 힘입어 1만9000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재무적투자자(FI)들의 보호예수 해제와 엑시트 등이 잇따르며 2021년 말 결국 9600원으로 마감했다. 이후 지난해 1월까지 9000원대였던 주가는 증시 혹한기를 견디지 못하고 현재 3분의 1 수준인 3000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주가. (사진=네이버 증권)
 
이 같은 상황에서 최대 1000억원 규모의 CB가 발행될 경우 잠재적 매도 물량 증가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측도 최대한 오버행(대량 매도 대기 물량)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옥타바펀드 외에도 많은 곳으로부터 투자제안이 들어왔는데, FI를 끌어들이기엔 부담이 있는 만큼 최대한 전략적 투자를 받는 쪽으로 생각했다”라며 “(투자유치에 있어) 오버행에 대한 부분들은 충분히 숙고를 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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