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손보, 결손금에 금리 영향까지…끝 모를 '자본잠식' 수렁
매도가능금융자산 계정 분류 쏠려…금리상승으로 평가이익 감소
상반기 개선했던 결손금, 3분기 들어 다시 확대…분기 적자전환
공개 2022-12-07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5일 18:4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악사(AXA)손해보험이 자본잠식의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결손금이 늘어나 이미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부족한 상황인데, 올해는 수익성 요인에 금리 영향까지 새롭게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자산 계정에 대한 재분류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5일 악사손보 경영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3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2138억원으로 자본금인 2509억원보다 적게 나온다. 부진한 수익성으로 결손금이 발생한 가운데 금리상승 영향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기타포괄손익누계액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악사손보의 자본총계 구성을 살펴보면 자본금 외에 △자본잉여금 72억원 △결손금(이익잉여금) -204억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239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자본잠식의 수준을 나타내는 자본잠식률은 14.8%로 계산된다.
 
 
 
작년 말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결손금이 대폭 줄었지만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손실로 전환했다. 지난해 자기자본 구성은 자본금이 2509억원으로 올해와 같고 △자본잉여금 76억원 △결손금 –581억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14억원으로 나타나며 자본총계는 2018억원으로 집계된다.
 
자본잠식 주요 배경으로 수익성 측면에 금리 요인까지 더해진 셈이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항목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당장의 손익을 실현하지 않는 자산 변동을 반영하는 만큼 공정가액과 장부가치 차이를 계산해 기타포괄손익으로 계상한다.
 
구체적으로 악사손보는 매도가능금융자산 5127억원 가운데 4522억원(88.2%)이 채권으로 이뤄졌는데 여기서 평가손익이 –235억원 발생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격이 평가절하됐고 그만큼 자본 규모가 감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산 분류를 만기보유금융자산 없이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만 설정해 놨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악사손보의 유가증권 구성은 매도가능증권과 함께 당기손익인식증권(1439억원), 관계종속기업투자주식(333억원)으로만 이뤄졌다.
 
만기보유금융자산은 해당 증권을 계속 보유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공정가치 적용에 따른 평가손익 변동을 인식하지 않지만 매도가능금융자산은 투자수익과 시세차익이 목적인 만큼 이와 다르게 평가된다. 앞서 저금리 시점에서는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을 늘려 자본과 지급여력금액을 제고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금리가 정반대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결과를 얻게 됐다.
 
유가증권 계정은 내년도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이 도입되면 금융자산에 대한 회계 기준 IFRS9이 필수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현행과 달리 재분류가 어려워진다. 사업모형 변경과 같은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악사손보처럼 매도가능증권으로만 구성한 경우 금리 변동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계정분류에 대한 보험사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해 채권 평가이익을 좋게 가져갈 수도 있지만, 이제부터는 재분류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다른 경우(금리 하락기)에는 상황이 또 달라지니까 보험사 전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IFRS17으로 부채도 시가 평가하는 만큼 자산도 시가 평가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들어 다시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는 수익성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결손금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이는 상반기 영향이 컸고 3분기 개별적으로는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결손금 추이는 지난해 말 –58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46억원 △2분기 –97억원 △3분기 –204억원으로 나타난다.
 
악사손보는 실적이 악화되면서 수익성 지표도 부진했다. 3분기 총자산순이익률(ROA)은 4.91%로 지난 상반기 9.75% 대비 4.84%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4.54%에서 24.21%로 20.33%p 감소했다. 손해율은 74.1%로 2.8%p 상승했다.
 
3분기 적자는 특히 자동차보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 시장은 코로나 장기화로 반사이익 효과를 얻었다가 최근에는 점점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상태다. 악사손보는 지난 9월 기준 총 원수보험료 6683억원 가운데 76.5%(5113억원)가 자동차보험일 정도로 비중이 높게 나온다. 나머지는 장기보험(18.9%)과 특종보험(4.6%)이다.
 
악사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장기보험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신계약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향이 있고,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소폭 악화된 측면이 있었다”라면서 “장기보험 확대 전략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예상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자산 계정 분류에 대해 “투자는 그룹 기준 정책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데 유럽은 이미 IFRS17을 거의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 보유 상황 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예정이다”라면서 “세부적인 사안은 내년도 사업 계획이 명확히 나와야 알 것 같고, IFRS17이 발동하면 숫자적으로 나빠질 영향은 없어서 자본확충 계획은 아직까지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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