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명예회장의 자사주쇼핑…효성 승계 '캐스팅보트' 되나
최대 73% 하락한 계열사 주식 '줍줍'…두 아들 지주사 지분 '비슷'
형제 간 분리 경영에도 활용 가능…아들 직접 매입보다 비용 줄이는 효과도
공개 2022-11-15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1일 17:3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최근 '자사주 쇼핑'에 적극 나서면서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명예회장이 향후 그룹 승계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명예회장의 두 아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효성' 지분율 차이가 1%를 넘지 않고 있어서다. 아울러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향후 형제 간 계열 분리 등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올해 2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지주사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 지분을 약 349억원 어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별 자사주 취득 주식수와 증가 지분율은 △효성(004800) 1만9380주, 0.33% △효성티앤씨(298020) 2만3985주, 0.58% △효성첨단소재(298050) 6550주, 0.14% △효성화학(298000) 1만5128주, 0.51% △효성중공업(298040) 1만9380주, 0.21% 등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효성그룹)
 
조 명예회장의 잇따른 자사주 지분 매집과 관련해 회사 측에서는 “주가 부양이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가 하락 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주가를 부양시키기 위해 기업 또는 임원진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최근 1년을 기준으로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들은 대부분 하락세다. 효성화학의 경우 최고점 대비 주가가 73.10%나 빠져 심각한 수준이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도 각각 58.87%와 59.7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가 34.51%인 효성은 준수한 수준일 정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명예회장의 전방위적인 자사주 취득이 주가 부양보다 승계 완성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하락은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는 점이다. 먼저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이 각각  21.94%, 21.42% 등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이 꼽힌다. 조 명예회장은 지주사 효성 주식을 현재 9.76%를 보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그룹의 주인이 결정될 수 있다.
 
여기에 조 명예회장의 자사주 쇼핑이 지주사 뿐 아니라 계열사에 전방위적으로 펼쳐져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룹 전체를 아들 한 명에게 넘기는 것보다 형제 간 계열 분리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형제 간 계열분리가 진행될 경우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한 명이 그룹의 중심을 맡고 다른 한 명이 계열사를 분리해 나가는 방식으로 형제 간 계열분리가 마무리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세계 1위 스판덱스업체인 효성티엔에스, 조 부회장은 탄소섬유의 효성첨단소재에 공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현재 조 회장은 효성첨단소재의 지분이 없고, 조 부회장도 효성티엔에스의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티엔에스와 효성첨단소재 지분이 향후 어디로 갈지 관심이 쏠린다.
 
 
조 명예회장이 캐스팅보트가 돼 보유 계열사 지분을 정리할 경우 효성의 승계작업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도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회장에 보유지분 전량(한국앤컴퍼니 23.59%,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5.67%)을 넘기며 승계를 마무리 지은 바 있다.
 
여기에 조 회장 부인인 이미경 씨의 주식 취득도 눈길을 끈다. 이 씨는 올해 4억5000만원 정도를 들여 효성첨단소재 주식 655주, 효성티앤씨 320주, 효성화학 325주, 효성중공업 330주 등을 취득했다. 시아버지인 조 명예회장과 유사하게 그룹 중심축인 화학주 중심으로 지분을 매집한 것이다. 이씨의 지분은 남편인 조현준 회장의 우호지분이 돼 경영안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은 2021년 스판덱스로 화학 3사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과 지주사 지분 차가 0.52%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불안요소”라며 “아버지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계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받은 배당금(354억원)으로 올해 자사주 쇼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 명예회장이 자사주 쇼핑에 직접 나서면서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보다 자금 부담이 적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 주식을 증여받을 경우 자사주를 직접 매입하는 것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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