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박준경 시대'…우호지분 확보가 성공 '열쇠'
주주친화 일환 자사주 소각…사내이사 선임 후 첫 이사회 참여
최대주주 아닌 점은 '불안 요소'…소액주주 등 백기사 확보 관건
공개 2022-10-04 08:00:0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9일 17: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최근 금호석유(011780)화학(금호석화)이 1500억원 상당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가운데 후계자로 떠오른 박준경 금호석화 영업본부 부사장에 관심이 쏠린다. 자사주 소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박 부사장이 금호석화의 진정한 후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주가치 재고와 우호지분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지난 27일 1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며 3세 경영 신호탄을 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지난 7월 사내이사로 선임된 박 부사장의 첫 행보로 향후 주주친화정책 등 지배권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됐다.
 
박준경 금호석화 부사장.(사진=금호석유화학)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의 이번 행보를 절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 달래기로 판단한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상승시키는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분류된다. 실제 자사주 소각 소식을 밝힌 지난 20일 종가 기준 금호석화 주가는 13만500원으로 전일 대비 2.75% 오른 바 있다.
 
박 부사장이 가장 먼저 주주친화 카드를 꺼낸 이유는 불안한 지배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금호석화의 지분은 박 부사장 측과 박철완 전 상무 측으로 나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기준 금호석화 주식을 박 부사장 측은 14.92%, 박 전 상무 측은 8.87% 보유하고 있다. 양측 지분율 차이는 6.05%로 크지 않다.
 
현재도 금호석화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는 지난해 2월 10%에 이르는 보유주식을 무기로 경영권 분쟁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이 소강상태에 빠진 후 누나들에게 0.5%씩 증여하며 지분이 다소 하락했지만 아직도 단일 최대주주다. 
 
 
박 전 상무의 매형들이 김선협 아도니스 회장,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020150) 대표 등 쟁쟁한 기업의 대표라는 점에서 우호지분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 박 전 상무는 지난 7월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안에도 반대의사를 표하며 분쟁의 불씨를 이어갔다. 
 
협력사와 우호지분 교환 등이 박 부사장의 지배력 강화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 조원태 한진칼회장도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백기사 늘리기를 선택했다. 조 회장은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델타항공, 네이버(NAVER(035420)) 등을 우호지분 삼아 지배구조를 단단히 했다는 평가다.
 
박 부사장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것도 문제다. 7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경제개혁연대도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반대 이유로 박 부사장이 부친인 박찬구 회장의 배임 혐의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찬구 회장은 비상장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 자금 107억5000만원을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아들인 박 부사장에게 경영목적과 무관하게 저리로 빌려줬다. 이 일로 박 회장은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최종 선고받은 바 있다. 박 부사장이 우호지분을 부지런히 챙겨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경영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수술용 장갑 등에 사용되는 NB라텍스 등 주력 제품 판매를 진두지휘해 금호석화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공이 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액 4조9615억원, 영업이익 3654억원을 기록한 금호석화는 2021년 매출액 8조7044억원, 영업이익 2조4068억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매출액은 1.7배, 영업이익은 6.5배 성장했다. 10년 이상 국내외 영업실무를 담당한 영업통으로서 저력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실무를 담당했다면 회사를 아는 만큼 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주목받는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입사 12년차”라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후계구도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도 “기업 자체는 주가가 조금 하락했지만 기초 체력이 충분하다. NB라텍스는 준수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실적에 대한 절대적인 레벨이 높아 아직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판단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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