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 시장 '불꽃 경쟁'…삼성증권, 1위 자리 굳힐까
메리츠증권에 이어 키움증권까지…국내 10위권 증권사 모두 경쟁 가세
삼성증권 ETN 시장 전통의 강호…퇴직연금 통한 ETN 투자 허용도 기대
공개 2022-08-25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3일 16: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삼성증권(016360)이 ETN(상장지수증권) 시장에서 상품군을 적극 늘리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ETN시장은 지난해 메리츠증권에 이어 올해 키움증권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1~10위 증권사 모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ETN 시장 규모가 해마다 커지는 가운데 선두를 지키려는 삼성증권과 그 뒤를 쫓는 신한금융투자의 1위 다툼도 관전 포인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ETN 시장규모는 9조9022억원이다. 상장종목 수는 모두 307개다. 
 
국내 ETN 시장은 2014년 11월 6개 증권사가 모두 10개의 상품을 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ETN 시장규모는 2014년 4748억원에서 2021년 말 8조8164억원으로 7년 만에 1700% 이상 커졌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유·천연가스 관련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사진=삼성증권)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ETN 사업은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하나증권, 대신증권(003540) 등이 진행해왔는데 지난해 6월 메리츠증권(008560)이 시장에 새로 진입했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최초로 물가 연동국채를 추종하는 ETN 상품 등 1년 만에 42개의 상품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어 올해 4월에는 키움증권(039490)이 미국 달러에 투자하는 ETN 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가세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자기자본 순위 1~10위인 주요 증권사 모두가 ETN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도 ETN 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삼성증권이 발행한 ETN의 지표가치총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2조4234억원이다. 국내 ETN 시장점유율은 24.47%로 1위다. 상장종목 수도 54개로 가장 많다. 
 
삼성증권은 2014년 11월 ETN 시장이 시작될 때부터 사업에 참여해왔다. 이후 지금까지 국내 ETN 시장을 선두에서 이끌어오면서 전통적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에는 ETN 등 파생상품을 담당하는 ETP운용팀을 신설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ETN 사업 초기부터 사업에 관여한 임상백 팀장을 중심으로 인력도 충원했다.
 
삼성증권은 ETN 시장점유율 1위였음에도 ETN 상품 수는 2020년 말 기준 28개로 신한금융투자(52개)보다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양한 ETN 상품군을 적극 출시하면서 상장종목 수도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아졌다. 올해도 최초로 기초지수 구성종목에 따라 발생한 배당수익을 월 단위로 지급하는 월배당 ETN 상품을 출시하는 등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처를 제공하는 데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
 
ETN은 추종하는 기초지수 변화율과 수익률이 연동되는 상품으로 ETF처럼 주식시장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다. 기초지수 변동률을 그대로 추종하거나 그 배수를 추종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가 수익 지급을 약정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증권사 파산의 신용위험이 있다. 또 만기가 있어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고 기초지수 2~3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손실위험 부담도 훨씬 크다.
 
  
 
ETN 시장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데다 수수료율도 높지 않아 당장 증권사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ETN 시장이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며 ETF 시장 규모(75조9596억원)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ETN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연이어 경쟁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ETF와 달리 ETN은 다양한 손익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한국거래소도 기존 ETF에만 허용했던 코스피200 등 주요 대표지수를 ETN 상품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ETN 상장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등 ETN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통한 ETN 투자가 허용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퇴직연금 관련 규정에 따르면 최대 손실규모가 원금의 40%를 초과하는 파생결합증권은 퇴직연금 투자대상에서 제외된다. ETN은 추종 기초지수 변동에 따라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이기 때문에 퇴직연금 투자대상이 될 수 없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원금손실 한도를 30%로 제한해 퇴직연금 투자가 가능한 ETN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투자자 선택권 확대 및 퇴직연금의 효율적 운용 등을 위해 퇴직연금 편입 가능상품 범위, 상품편입 비율 등의 규제를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ETN 투자 제한이 완화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퇴직연금을 통한 ETN 투자가 가능해지면 ETN 시장이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임상백 삼성증권 ETP운용팀 팀장은 <IB토마토>에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투자상품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기초자산의 ETN 상품도 출시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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