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헷갈리는 회계용어 알아보기
공개 2022-08-05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2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부기’는 ‘장부기입’의 의미로서 ‘기록’에 초점을 두는 반면에 ‘회계’는 ‘정보이용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사건이나 거래를 식별, 기록, 전달하는 과정’이다. 즉, 회계는 부기를 포함한 넓은 개념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부기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해서 ‘재무회계’, ‘원가회계’ 대신에 ‘상업부기’, ‘공업부기’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부기와 함께 많이 사용되던 용어가 ‘경리’였다. 과거에는 기업에 ‘경리부’가 있었는데, 지금은 ‘회계팀’ 또는 ‘재무팀’으로 많이 바뀌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장교로 근무할 수 있는 ‘경리장교’도 이제는 ‘재정장교’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요즘은 ‘계리사’하면 ‘보험계리사’를 떠올린다. 그러나 어르신 중에는 ‘공인회계사’를 떠올리는 분도 있다. 옛날에는 공인회계사를 계리사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1950년 3월에 ‘계리사법’이 제정되었고, 1966년 9월부터는 ‘공인회계사법’으로 변경되어 시행 중이다. 따라서 옛날의 계리사와 지금의 보험계리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1966년 11월에 ‘한국계리사회’에서 변경된 명칭이다.
 
회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용어가 대변과 차변이다. 로마 시대에 주인이 노예에게 금전을 대여하고 오른쪽에 적었고 ‘대여한 것을 기록하는 곳’이므로 대변(貸邊)이라고 불렀고, 차입하는 노예는 왼쪽에 적었고 ‘차입한 것을 기록하는 곳’이므로 차변(借邊)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재무상태표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과거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의 이름은 ‘대변과 차변을 대조하는 재무제표’라는 의미다. 그런데 대변은 영어로 ‘Credit’이고 차변은 ‘Debit’이다. 왠지 대변은 ‘D’로 시작하고, 차변은 ‘C’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반대다. 물론 한글과 영어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처음 회계를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헷갈리는 용어다. 
 
회계에는 ‘대차평균의 원리(principle of equilibrium)’가 있다, 거래가 이루어지면 ‘거래의 이중성’에 의해 반드시 차변과 대변에 같은 금액을 기록하므로 계정 전체를 통해서 본다면 ‘차변의 합계액과 대변의 합계액은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차변과 대변의 ‘합계’가 같다는 의미인데, 대차‘평균’의 원리라는 용어가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따라서 요즘은 ‘대차평균의 원리’라는 말 대신에 ‘대차평형의 원리’라고도 한다.
 
회계에서 ‘보수주의’란 좋은 것(자산과 수익)은 가능한 늦고, 적게 인식하고, 나쁜 것(부채와 비용)은 가능한 빨리, 많이 인식하라는 것이다. ‘보수주의를 설명하라’는 시험문제에 대한 학생의 오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회계를 전공하는 사람은 보수적인 사람이 많다.”라는 것이었다. 회계를 전공하는 사람 중에 보수적인 사람이 많은 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지만, 회계에서의 보수주의와는 의미가 다르다. 과거에는 보수주의가 회계에서 중요한 질적 특성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어느 한 기간에 자산을 과소평가하거나 부채를 과대평가하면(즉, 보수주의에 의해 회계처리하면) 나중에 재무성과의 과대평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현재는 보수주의를 ‘유용한 정보의 질적 특성’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원가를 실제원가로 계산하는 실제원가계산과는 다르게 직접재료원가와 직접노무원가는 실제원가로 측정하지만 제조간접원가는 예정배부액으로 측정하는 원가계산을 정상원가계산(normal costing)이라고 한다. 이 원가계산방법이 ‘정상’이면 다른 원가계산방법은 ‘비정상’인가?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간접원가배부율의 계절적 변동을 줄이기 위해 ‘평준화 또는 정규화한다(normalize)’는 의미로 ‘정상원가계산’이라고 하지만 ‘정상’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요즘은 ‘평준화원가계산’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하듯이 회계도 계속 변하고 있다. 회계 대신에 부기, 공인회계사 대신에 계리사라는 표현을 쓰시는 분을 뵈면 왠지 옛스럽고 반갑다.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는 회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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