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혼소' 속도내는 한화·SK·두산…전망은 '불투명'
한화임팩트·SK가스·두산 등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발
수소 가격 비싸 발전 단가 상승 우려···LPG의 8배
청정수소발전의무화 통과됐지만 불확실성 여전
공개 2022-05-10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8일 12: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화(000880)그룹 계열사 한화임팩트·SK가스(018670)·두산에너빌리티(034020)(옛 두산중공업) 등이 선도적으로 수소혼소 발전 준비에 나섰지만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소혼소 발전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전소 발전으로 가는 전 단계로 징검다리 시장일 뿐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어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수소발전의무화제도의 구체적인 내용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내 수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연길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이사(왼쪽부터)가 '대형 가스터빈 수소혼소 적용 실증사업 기술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임팩트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임팩트는 지난달 28일, 한국서부발전·한국세라믹기술원과 대형 수소혼소 가스터빈 실증사업을 위한 기술 협약을 맺었다. 수소혼소 발전이란 가스터빈에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발전하는 방식으로, 무탄소발전으로 가는 과도기적 발전 형태의 하나다.
 
한화임팩트는 이미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80㎿급 가스터빈에 수소를 최대 55% 섞어 탄소배출량을 최대 20% 이상 낮추는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협약으로 각 사는 발전 용량이 더 큰 대형 가스터빈에도 수소혼소를 적용하는 실증사업을 함께 추진할 예정으로, 한화임팩트는 수소혼소 가스터빈 기술 전반과 실증에 필요한 수소 공급을 담당한다. 2023년에는 실제 가동 중인 가스터빈 1기에 수소혼소 발전을 적용해 연간 이산화탄소 1600만t을 저감하겠다는 것이 한화임팩트의 목표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지휘 아래 ‘수소혼소 발전은 탄소 제로로 향하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라는 기조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화임팩트는 이를 위해 수소 혼소 기술 전문 글로벌 기업 PSM/ATH을 인수하기도 했다.
 
SK가스의 수소·LPG복합충전소 'SK행복충전 논현충전소' 전경. 사진=SK가스
 
SK가스도 LPG부문의 강점을 활용해 수소 공급자로서 수소혼소 가스터빈 실증 사업에 참여 중이다. 지난해 6월 두산에너빌리티·한국동서발전·울산시와 협약을 맺었다. SK가스가 울산에 2024년 발전 가동을 목표로 울산에 짓고 있는 1.2GW 규모의 LPG·LNG복합발전소 등에 수소 혼소 가스터빈을 적용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수소혼소 발전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정부 에너지 정책의 영향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11월 가스터빈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하고, 2040년까지 대형(300MW급) 수소전소터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수소·암모니아 발전을 통한 무탄소 가스터빈으로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있었다.
 
오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도 수소에는 긍정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수소산업 세계 1등’이라는 목표를 밝혔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발전 공기업을 비롯한 발전 기업에 요청해 수소·암모니아혼소 발전 계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발전단가와 정책 불확실성이다. 우선 발전단가의 경우 한전 경영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석탄발전기에 암모니아를 20% 혼소할 경우 발전단가(LCOE)는 kWh(킬로와트시)당 93원으로, 76원인 석탄은 물론 81원인 LNG복합화력보다도 15%가까이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 수소혼소 가스터빈 역시 공급되는 수소의 가격에 따라 발전 단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공급되는 수소 가격은 1kg당 8000원대, LPG 가격은 5월 첫째 주 오피넷 기준 1135원이다. 수소혼소 비율이 높아질수록 발전단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단가가 오르면 전기세를 인상하거나 정부가 발전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단가 상승분을 상쇄해야 하는데, 원자력발전소의 가동률을 올려 기저원전으로 삼겠다는 새 정부의 방침상 비용이 더 큰 수소혼소 가스터빈 사업을 제대로 지원할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수소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에너지 정책의 중심은 원자력 발전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는 원전 비중 확대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지난 4일 청정수소발전의무화(CHPS) 제도 시행을 주요 내용으로하는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소 가격 인하와 수소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수소혼소 발전의 장점 중 하나는 순도가 낮은 수소를 사용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인데, 청정수소의 범주에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부생·추출수소 등은 포함되지 않을 기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청정수소의 범위는 시행령에 세부적인 내용을 규율하도록 위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정수소발전의무화(CHPS)란 전기사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청정수소 생산 전력 구매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청정수소는 물을 분해해 만든 수소인 ‘그린수소’와 천연가스로 생산한 부생수소에서 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 등을 가리킨다. 아직 청정수소 생산설비가 미비한 국내 특성상 청정수소만을 활용한 발전에는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 시행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청정수소에 부생·추출수소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수소 생산·조달 비용과 발전단가가 높아져 관련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여기에 의무발전비율까지 유의미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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