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부유식 원전' 새 동력 될까…여전한 수익성 불안감
부유식 원전, 인허가에 시간 소요···시장 규모·경쟁 문제도
원자재 가격 폭등·러-우 전쟁에 수익성 불안
공개 2022-04-15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3일 19: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부유식 원자력발전소(원전) 개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탈원전 백지화 선언으로 올해부터 원전 산업 자체는 부활이 예상되지만, 부유식 원전의 경우 환경 문제와 수요·경쟁력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덴마크의 SMR(소형원자로) 전문 기업 ‘시보그’와 손잡고 바다 위 선박형 구조물에서 원자력 발전을 하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를 개발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 7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연내 최대 800㎿급 부유식 원전 설비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시보그(SEABORG)의 부유식 원전 설비 랜더링 이미지. 이미지=SEABORG 홈페이지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는 시보그가 만든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바지선 형태의 해상 구조물에 설치하는 형태다. 용융염원자로(CMSR)란 핵연료와 냉각재를 혼합한 액체용융염을 원전의 연료로 활용하는 SMR이다. 연료와 냉각재를 합친 구조로 소형화가 쉽고, 이상 신호 발생 시 액체용융염이 굳도록 설계돼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삼성중공업 측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으며,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청정에너지원인 수소·암모니아 등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부유식 원전의 장점을 설명했다. 시보그와 삼성중공업은 추후 부유식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한 수소·암모니아 생산설비 개발도 함께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야심을 갖고 준비한 신사업이지만,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유식 원전 설비에 대한 선급 인증과 각국 정부의 인허가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6월 미국선급협회(ABS)가 시보그의 CMSR에 대해 ‘선박 적용 가능성(feasibility)이 있다’라고 판단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선급 인증을 받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선급 인증은 각국의 선급협회가 요구하는 규정을 충족해야 하고, 심사를 거쳐 이뤄진다. 시보그와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 해상 원전의 안전성이 높다고 해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선급 인증을 쉽게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보그 측은 자사가 개발한 용융염 원자로의 경우 사고로 방사선물질이 누출된다고 해도 가스 형태로 유출되지 않아 확산이 적고, 물과 반응해 폭발하지도 않으며 물에 녹지도 않기 때문에 바다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물속 깊은 곳으로 침전돼 고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사고 시 어떠한 변수가 일어날지 알 수 없으며, 원자로가 심해로 떨어질 경우 추락 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과 심해에서의 처리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부유식 해상 원전은 그린피스와 벨로나 재단 등 환경단체로부터 ‘핵 타이타닉’·‘바다 위 체르노빌’ 등의 수식어로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부유식 해상 원전은 러시아 국영 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호다. 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는 지난 2010년 제작이 완료됐지만, 환경 관련 검토와 전력 공급 대상 도시와의 협의 등으로 실제 운영은 약 10년 뒤인 2020년이 돼서야 시작됐다. 부유식 해상 원전 설비가 개발된다고 해도 실제 수출과 운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에는 독일을 필두로 원자력 발전에 강하게 반대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기에 수출과 인근 국가와의 협상 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훈 배재대학교 한국-시베리아센터 소장이 지난 2020년 한국해양안보포럼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는 2019년 당시 전력 공급 예정 도시인 러시아의 페벡(Pevek)으로 항해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원자력 원료를 공급받을 예정이었지만, 노르웨이·스웨덴 등 주변 국가의 항의로 항로를 변경해야 했다. 
 
부유식 원전의 글로벌 수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해양용 SMR의 수요 규모가 2030년에는 7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분석하는데,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이 6조6220억원임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거대하지는 않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부유식 SMR 개발에 나서고 있어, 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제14차5개년계획’ 과제 가운데 하나로 해상부유식 SMR을 선정하고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며, 러시아로부터 부유식 SMR 설비 개발 관련 수주도 따냈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부유식 SMR이 가능성 있는 사업이며, 2023년이면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어 신사업이 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병호 한국원자력연구원 SMR사업단장은 “환경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부유식 SMR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사업모델”이라고 전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출 기준 수주잔고는 2년 6개월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며 ‘2023년부터 흑자 구간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흑자전환 후에는 신성장동력 확보에 다소 여유가 생길 수 있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유식 SMR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총 20억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를 통해 올해 목표 88억달러의 23%를 채웠다. 하지만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이 변수다. 지난 1월7일 1t당 125.18달러에 거래된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159.25달러로 치솟았다. 조선사의 경우 후판이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인상은 수익성 하락에 직결된다. 철강업계 역시 완강하게 가격 인상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조3120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4521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도 원자재 가격 인상의 영향이 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수익성 우려를 키운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선주와의 선박 계약뿐만 아니라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ARCTIC(아크틱·북극) LNG-2' 프로젝트에 설비 공급 계약도 체결해 5조원 규모의 수주액이 묶여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분석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단기에 승부를 보기 어려운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이 큰 결정일 수 있다”라며 “삼성중공업의 경우 내년 흑자 전환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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