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금융 경쟁 격화…'흔들리는 챔피언' 현대캐피탈
전체 영업자산 중 74% 자동차금융…저금리 강점 둔 카드사와 경쟁
렌트·리스 등 임대 상품 출시·마이데이터 결합 통해 수익 다각화
공개 2022-04-14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2일 19: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자동차 할부금융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캐피탈업계의 텃밭이었던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 카드사들이 저금리 상품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동안 현대캐피탈과 사업이 중복돼 자동차 할부금융업을 하지 않았던 현대카드도 자동차 구매 시 결제서비스를 지원하며 계열사끼리 집안싸움을 벌이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43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1% 증가했다. 실적이 개선된 것은 상품자산과 리스수익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 성장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영업이익 중 리스수익은 전년 대비 19.5% 증가한 1조3597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대출채권수익 7926억원, 할부금융수익 6099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영업자산은 31조3407억원이다. 이 중 74.7%(23조4000억원)는 자동차 금융으로 영업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동차 금융은 △신차 14조8000억원 △리스 6조7000억원 △중고 1조9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Captive) 업체로, 현대차(005380)·기아(000270)와 연계 영업을 통해 자동차 할부시장에서 1위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의 할부·리스·오토론 판매량 중 상당 부분을 취급하며 공고한 영업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또, 현대캐피탈은 자동차금융 고객을 활용해 소비자금융 자산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소비자금융 자산 중 자동차금융 고객을 연계한 비중은 87.5%를 차지한다.
 
그동안 자동차 할부시장에서 강자로 자리 잡아 온 현대캐피탈은 최근 카드사들의 시장 진출로 앞으로 그 지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카드론이 포함되는 등으로 본업인 카드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캐피탈사가 주로 영위하고 있던 자동차 할부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기준 6개 카드사(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9조76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늘었다. 카드사 중 자동차 할부시장을 이끄는 것은 국민카드와 신한카드로, 이들의 자산은 각각 3조4569억원, 3조8919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20조8941억원으로 카드사와 비교해 규모는 2배 이상 크지만, 전년 대비 3.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시장의 점유율을 키울수록 캐피탈사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카드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로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 심리가 카드사로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 신차를 할부(현금구매 비율 20%, 대출 기간 48개월)로 구매할 경우 현대캐피탈이 1.7%로 가장 낮은 금리로 나타났지만, 최고금리는 7.6%로 금리 간 폭이 컸다.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다른 캐피탈사의 최저금리는 3.5~6.81%였고, 최고금리는 3.5~7.94%로 나타났다.
 
반면, 카드사들의 최저금리는 2.2~4.1%로 캐피탈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최고금리도 3.6~4.7% 수준으로 금리 부담이 캐피탈사보다 낮았다.
 
카드사 대비 불리한 위치의 캐피탈사들은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신차 할부 대신 중고차금융 시장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KB캐피탈은 국민카드가 자동차할부 시장에 진출하자 그룹 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를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계열사 간 자동차 할부금융 경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 속에 현대카드까지 가세하며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과 경영 분리에 들어가자 지난 1월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구매 시 카드할부 결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마저 자동차 할부 시장에 발을 들이며 경쟁구도가 본격화됐다는 시각이지만, 현대카드는 당장 자동차 할부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각축전 속에서 자동차 관련 자산을 줄이기보다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수익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신규 상품을 출시하거나 대규모의 금리 인하 등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며 “최근 렌트나 리스 같은 자동차 임대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마이데이터와 자동차금융 결합을 통한 디지털포메이션 등 자동차금융 내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확대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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