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크레딧포럼)올해 회사채 시장은 '주연' 아닌 '조연'
회사채 시장, 상황 좋지 않지만 작년부터 '회복기'
"기업 기초체력 강해져 러-우 전쟁 영향 심각하지 않을 것"
공개 2022-03-23 17: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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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성훈 기자] 금리 불확실성 등 악재로 회사채 시장이 침체하면서 투자자와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부서장은 채권 시장이 회복기에 있으며, 기업들의 기초체력도 생각보다 단단하다고 설명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현지시간 21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을 통해 “노동시장은 매우 강력하고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라며 물가 억제를 위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한 번 혹은 여러 번의 회의에서 0.2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0.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면 한차례 이상 단행할 의지가 있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부서장. 사진=IB토마토
 
이처럼 금리가 불안해지면 채권 시장도 흔들린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부서장은 “1월은 통화 긴축 환경으로 금리 상승이, 2월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정학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경기(기업) 부담이 크레딧 시장의 약세를 야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IB토마토가 개최한 2022 크레딧 포럼 ‘긴축의 시대로…낯선 생태계에 대비하라’의 연사로 나선 김 부서장은 “1~3월은 채권 시장에서 회사채가 주연으로 자리 잡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회사채 수요예측 쏠림 현상 등으로 시장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2월 수요예측 규모는 1월 4조6900억원, 2월 4조7300억원으로 201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고 발행금액도 컸다. 그러나 수요예측이 1월14일 금통위 이후~설 명절 이전이던 1월 셋째 주에 몰리면서, 수요예측 경쟁률을 의미하는 초과율은 매년 1월 300%를 유지하다 올해 1월 183.6%로 급락했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월 초과율 역시 71.9%로 2016년 대우조선해양(042660)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김 부서장은 “수요예측 쏠림과 금리 인상으로 올해는 결정 금리 측면에서 예년과는 달리 밴드 중반(par)을 상회하는 오버(+) 발행이 대부분이었다”라며 “당분간 민평 스프레드 확대와 투심 약화 등 채권 시장에 비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이 회복할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채권 시장의 주기(Credit Cycle)’는 레버리지(순차입금/EBITDA)와 매출 성장의 변화에 따라 ‘확장→하락→조정→회복’의 4개 국면으로 나뉘는데, 김 부서장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는 ‘회복’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18년의 상황을 돌아볼 때, 2020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기업의 성장성·수익성·레버리지 등이 모두 개선되면서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판단이다.
 
 
김 부서장은 기업들이 회복기에 접어들어 기초체력이 강해진 상황이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업환경 악화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특히 2021년 9월 기준 회사채 시장에서는 자동차·자동차 부품·정유/화학 등의 발행 비중이 컸는데, 이들 업종과 이익 추정치가 개선된 철강·소재 업종 등의 실적 향상이 예상된다는 것이 김 부서장의 설명이다. 업종별로 보면 경기민감 업종인 정유·화학·철강은 2017년을 고점으로 수익성이 저하되었다가 작년부터 개선되고 있고, 자동차 업종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으로의 변화로 인해 수익성이 다소 떨어졌었으나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음식료업의 경우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과 원재료 수급 차질, 루블화 가치하락 등 수익성 저하 요인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IT·전자 업종 역시 공급 사슬상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와 네온가스 등 생산공정에 필요한 원재료 수급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설업종은 러시아 수주잔고가 약 160억달러 규모이고, 조선업계에서도 러시아 선주로부터의 수주 건이 있어 러시아 제재가 강화할 경우, 사업 진행과 대금 회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김 부서장은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섞인 상황이지만, 이익 개선세가 차입금 증가를 압도하며 올해 기업들의 전반적인 신용도는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3월까지 등급전망(Outlook)의 상향 액션은 하향 액션의 7배에 달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산업계 회사채 시장뿐만이 아니다. 제2금융권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문제로 부담을 겪고 있다. 카드사·캐피탈사 등은 여전채 발행을 통해 기업대출을 운용하고 증권사에서도 파생결합증권에 여전채를 편입해 운용하는데,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금융사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에 더해 올해는 중소기업 만기 연장·상환유예조치 종료와 파생결합증권 여전채 편입 한도 축소 등으로 제2금융권의 부실 발생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올해 3월 종료 예정이던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공식 연장하면서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제2금융권의 기업 이자 상환 유예 규모가 660억원으로 적지 않아서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 부서장은 “만기 연장이 는다고 해서 부실 위험이 커지지는 않지만, 이자 상환 유예의 경우 기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될 수 있어 짚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제도상 여전사들의 기업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이 타 업권보다 낮다는 점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 종료시 부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걱정을 키우는 요소다. 특히 가계대출 대비 기업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이 낮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증권사 역시 여전채 편입 한도 축소 기조로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다만 부실이 현실화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서장은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대손충당금을 쌓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비하고 있고, 증권사의 경우 여전채 발행 잔액 고려 시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며 “지금의 부정적인 상황이 여전채 가격에 반영돼 오히려 가격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구간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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