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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포말사건과 회계 용어의 번역
공개 2022-01-21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유럽의 3대 버블 사건으로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17세기 초),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18세기 초), 영국의 ‘남해포말사건’이 있다. 3대 버블 사건의 뒤에는 항상 회계부정이 있었다. 
 
‘남해포말사건(南海泡沫事件)’은 영국에서 1711년에 설립된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가 스페인령(領) 남아메리카 및 태평양제도(諸島)와의 무역독점권을 가지기로 하는 등 무역에서 유리함을 적극 홍보하여 주가가 폭등하였다가 폭락한 사건을 말한다. 남해포말사건은 ‘South Sea Bubble’을 번역한 것으로서 회사 이름인 ‘South Sea’를 ‘남해(南海)’로 번역하고, ‘Bubble’은 ‘포말(泡沫)’로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회사 이름인 ‘South Sea’를 ‘남해’라고 번역하는 것은 미국의 ‘애플사(Apple)’를 ‘사과사’라고 번역하는 것과 같이 어색하다. 또한 ‘Bubble’은 ‘포말’이나 ‘거품’보다는 적절한 우리말이 없으므로 그대로 ‘버블’로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남해포말사건은 ‘사우스시 버블’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와 같이 회계 관련 용어를 어색하게 번역하거나 잘 못 번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공인회계사회(AICPA)는 1972년 재무제표의 목적을 연구하기 위해 ‘Trueblood Committee’를 조직하였다. 위원장인 ‘Robert M. Trueblood’의 성(姓)을 따서 ‘Trueblood Committee’라고 불렀다. 이때 ‘경제적 실체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 제공’이라는 재무제표의 목적이 정립된다. 그런데 처음에 우리나라에서는 ‘Trueblood Committee’를 ‘순혈위원회’로 번역했다고 한다. ‘Trueblood’를 ‘순혈(純血)’로 번역한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그 당시로서는 매우 제한된 정보만이 존재했으니 ‘Trueblood’의 의미를 잘 모르고 ‘순혈위원회’로 번역할 만도 하다.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일반기업회계기준, 중소기업회계기준 등이 있다. 그런데 ‘GAAP’을 ‘일반적으로 용인된(또는 수용되는) 회계원칙’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번역이다. 일상생활에서는 ‘Accepted’를 ‘용인된’ 또는 ‘수용되는’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회계에서는 ‘인정된’으로 번역한다.
 
‘감가상각(depreciation)’은 건물이나 기계와 같은 유형자산을 내용연수(예상 사용가능기간)동안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각 회계기간에 배분하는 절차를 말하는데, 이를 ‘가치하락’으로 잘못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감가상각과 유사하지만 천연자원에 대해서는 ‘감모상각(depletion)’을 하는데, 이를 ‘소모계산’이라고 잘못 번역하기도 한다.
 
‘accounting firm’을 ‘회계회사’ 또는 ‘감사법인’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는데, ‘회계법인’이 적절한 번역이다. ‘accounting firm’을 ‘감사법인’으로 번역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회계법인’ 대신에 ‘감사법인’이라고 하고, 2008년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감사법인(監査法人)’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 드라마는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공인회계사를 주인공으로 해서 회계감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계법인과 기업의 유착관계, 공인회계사의 갈등 등을 다룬 6부작 드라마다. 공인회계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문 드라마다.
 
공인회계사가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하고 발행하는 감사보고서에는 ‘공정하게 표시하고 있습니다.(present fairly)’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fairly’를 ‘정직하게’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회계감사에서는 ‘공정하게’가 공식 번역이다. 
 
특히 회계의 비전문가들이 번역하는 경우에 이러한 실수가 많은 것 같다. 단순히 언어만 아는 것보다는 회계의 기본지식이 있으면 더욱 훌륭한 번역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회계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회계를 배워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회계를 접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을 더욱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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