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코스메틱 등 마스크팩사, 적자 눈덩이…탈출구 안보인다
리더스, 관리종목 지정 위기·제이준 등도 실적 곤두박질
높은 중국 의존도에 마스크팩 단일 구조 리스크 문제
신사업으로 다각화 모색…성과는 '글쎄'
공개 2022-01-19 08:55:00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마스크팩 신화를 쓴 국내 중소 코스메틱 기업들이 전성기를 뒤로한 채 수년째 실적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마스크팩 단일품목에 치우쳐 업황 경쟁력이 낮은 데다, 중국발 매출의 거품도 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스크팩 기업들은 저마다 사업 다각화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가시적 성과가 여의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리더스코스메틱(016100)을 비롯해 제이준코스메틱(025620), 제닉(123330) 등 국내 대표 마스크팩 기업들이 수년째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리더스코스메틱. 출처/리더스코스메틱
 
마스크팩으로 호황을 누렸던 대표적인 화장품 기업으로는 리더스코스메틱이 있다. 한때 1500억원 넘는 매출을 구가하던 리더스코스메틱은 누적되는 적자로 관리종목지정 위기에 놓인 상태다. 지난해 3분기(개별)까지 리더스코스메틱은 53억원의 영업손실을 올리며 흑자전환 가능성이 묘연해졌다. 이들은 최근 2018년 영업손익 -73억원→2019년 -264억원→2020년 -104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올렸다는 점에서 관리종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 제이준코스메틱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이준코스메틱은 개별기준 3분기 누적 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450억원, 2020년 –113억원 영업손실과 함께 3년째 11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누적됐다. 올해는 관리종목 해당 사항이 없지만 적자 폭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에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더스코스메틱과 제이준코스메틱은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이다. 이들은 2010년 중반 한류스타 연예인을 모델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마스크팩으로만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구가하며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한한령(한류제한령) 등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제이준 매출은 2018년 1320억원→2019년 526억원→지난해 305억원으로 떨어졌고 리더스코스메틱은 2016년 1141억원 수준에서 2018년 787억원→395억원→2020년 324억원으로 양사 모두 전성기 대비 매출이 3분의1 토막이 났다.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중국이라는 단일국가 의존도가 높은 데다 매출이 마스크팩에만 치우쳐 사업 리스크 분산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유미팩으로 이름을 날린 ‘제닉’도 사드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제닉은 팩에 첨단 소재인 하이드로겔을 접목한 고급형 마스크팩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매출(별도)은 2011년 1000억원 이상 절정에서 2016년 614억원→2018년 505억원→2020년에는 421억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자본총계는 2018년 389억원→2019년 271억원→2020년 223억원까지 줄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업손실을 지속해 관리종목지정 위기에 놓였으나 2020년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국내 마스크팩 업체들이 사드와 한한령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설상가상 향후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마스크팩 시장규모는 321억위안(5조9933억) 규모에서 2024년에는 619억위안(11조5573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낸다. 문제는 중국 내 마스크팩이 ‘일상품’이 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자국(중국) 상품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표한 쳰잔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10대 마스크팩 브랜드는 모두 가격이 저렴한 국산 제품이었다. 리더스나 제이준 등 한국화장품의 고급화 이미지가 중국 마스크팩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벼랑 끝에 놓인 국내 마스크팩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SNP 마스크팩으로 유명세를 보유했던 에스디생명공학은 마스크팩에만 그치지 않고 기초와 색조 화장품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현재 색조브랜드 셀레뷰, 더마코스메틱 히든랩 등을 함께 영위하며 포트폴리오를 분산했다. 그 덕분에 매출은 2016년 1047억원에서 이듬해 1274억원→2018년1566억원→2019년 1563억원→2020년 1407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다. 과거에는 전체 매출에서 마스크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었지만, 2021년 3분기 기준 30%까지 내려왔다.
 
최근에는 건강기능식 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건강식품 사업 확장을 위한 공장 신축과 설비 증설에 자기자본(962억원) 대비 31.18% 달하는 300억원이나 투자했다. 이에 더해 자회사인 건강식품 유통기업 ‘에스디프렌즈’를 흡수합병하며 건강기능식(건기식) 분야 벌크업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 자회사 부분이 자본잠식에 빠져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는 점에서 건기식 사업이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리더스코스메틱과 제이준코스메틱은 ‘미용의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제이준은 미용의료기기 업체인 디알씨(DRC)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미용 시장에 진출했다. 디알씨의 계열회사인 다오닉을 통해 직접 의료장비 제작까지 도맡고 있다. 지난해 리더스코스메틱도 기존 사업목적인 의료장비 임대업을→‘의료장비,의료용품 및 의료기기의 임대업, 제조 및 판매사업’으로 정관을 변경하며 미용의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DRC헬스케어 플래그쉽 스토어 전경. 출처/제이준코스메틱
 
다만 미용의료 부문은 화장품과 비교해 인증이 복잡하고 높은 초기 투자비 등 문제로 아직 수익성 확대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3분기(누적) 제이준코스메틱 계열사인 디알씨는 9억6000만원, 다오닉은 약 2억원 순손실을 냈다. 의료장비 제작업체인 다오닉은 자본잠식 상태로 손실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화장품업계 상품기획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국 마스크팩 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마스크팩은) 진입장벽이 낮고 한번 쓰고 버린다는 인식 때문에 화장품처럼 브랜드 충성도나 고가 수요가 탄탄하지 않다. 이점이 패 요인으로 보인다”라면서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시장 루트를 확대하거나, 수익성을 늘릴만한 화장품 등과 시너지를 내는 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