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2022)임인년 산업계…원자재·공급망·투자 변수 대응해야
저탄소 기조 등에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장기화할 것
미국·중국의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위험에 대비해야
공개 2022-01-03 18: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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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성훈 기자] 기업의 내·외부 상황을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산업계를 어떻게 전망할까? 신용평가사들도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2021년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안정성 등의 위험 요소에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022년 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원자재 가격·공급망 안정성·투자 리스크 등을 새해 3대 모니터링 요소로 꼽았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상무는 “2021년 하반기 이후 원유·천연가스·주요 광물·유연탄 등 기초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급격히 커졌다”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으로 △전선 △조선 △정유 △자동차부품 △철강 △건설 등을 꼽은 안 상무는 철강·정유 산업의 경우 철광석 가격·유가의 상승으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조선·전선·자동차부품 등 산업은 원자재가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철강 산업에 대해 “2022년 글로벌 철강 수요는 경기 회복과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2021년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수요 정체가 예상되는 중국을 제외하면 4.7%까지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철광석 가격 안정화에도 강점탄 가격이 오르면서 높은 원자재 가격에 따른 수익성 감소의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각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설비 개선 등으로 관련 투자 수요가 커져, 재무안정성도 다소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업의 경우 평균적으로 강재 가격 비중이 선박 가격의 15~20%를 차지하는 만큼 강재 가격과 선박 가격의 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강재가 부담을 선가 인상으로 상쇄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며 “상반기 이후 강재가 변화에 주목하겠다”라고 전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자동차부품 산업도 원가 상승과 생산 차질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망 안정성이 떨어졌다는 점도 2022년 산업계에서 대응해야 할 부문 중 하나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코로나19 직후 급락했던 산업생산·주요국 투자 등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 등 경기 부담 요인은 내재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수요예측 실패와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인한 반도체 수급 대란은 여전히 업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안영복 상무는 “공급망의 경색이나 정체는 가격 조정으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산업생산의 핵심 불안 요소”라고 우려했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안 상무는 특히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 등에서 비롯되는 공급망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상무는 “지난해 중국의 철강 등 수출 규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의 공급망 취약성이 부각됐다”라며 “중국의 산업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점, 중국이 최대 생산·최대 소비국인 원자재·제품 등이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위험도는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배터리 등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공급망 위험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안 상무의 관측이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석유화학 산업이 운임 상승과 중국 전력난 등으로 제품·지역별 수급 불균형과 공급망 약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위험 측면에서의 가장 큰 변화로는 ESG·탄소중립 기조를 들 수 있다. 원종현 실장은 “고탄소 배출 업종인 발전·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산업 등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탄소중립 대응 과정에서의 기술 확보와 설비투자 부담 △탄소배출권 구매 △탄소 국경세 등으로 인한 투자와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라고 예측했다. 안영복 상무 역시 “세계적인 ESG 기조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저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라며 “단기간 내의 투자 집행은 기술적 위험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가능성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안 상무는 “2022년의 산업 환경은 기업 간 실적 격차를 확대할 수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공급망 약화·경쟁구조 변화·투자/비용 증가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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