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나서는 포스코…주주에 노조까지 불만 폭발
물적분할 방식 두고 소액주주와 민주노조 등 소통부족 제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이번 결정 판가름
공개 2021-12-29 09:10: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포스코(POSCO(005490))가 철강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신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물적분할 방식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며 잡음을 내고 있다. 포스코는 신규 설립되는 법인 상장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노조와 소액 주주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한 채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1월28일 임시주총을 열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이사회는 분할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의결했는데,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칭)는 상장사로 유지되고 철강 생산과 판매 등 일체의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포스코는 물적분할돼 비상장 상태에서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100% 소유하는 구조다.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체제로 변화를 추진하는 배경은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회사 역량이 철강사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되고 있어, 미래 먹거리 확보를 통한 신성장 사업에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이 미흡하다고 봤다.
 
실제 포스코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54조9981억원으로 이 가운데 철강부문이 29조3748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5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포스코가 철강 회사라는 이미지가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탈피해 2차전지(배터리) 소재나 수소사업 등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2007년 당시 시가총액이 67조원에 이르렀는데, 올해 12월 기준 26조원에 그쳐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포스코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크게 기존 철강사업을 포함한 ▲2차전지 소재 사업 ▲리튬·니켈 사업 ▲수소 사업 ▲에너지 사업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핵심 사업별 경쟁력 제고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주주들 물적분할로 주주가치 훼손…대응책 마련해야
 
문제는 지주사 전환방식을 물적분할로 결정했다는 점을 두고 소액주주들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물적분할을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일부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분할 자회사 지분 100%를 갖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은 분할 자회사의 주식을 갖지 못해 주주가치가 희석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 확보가 필요한데, 기존 회사를 물적분할로 나눈 뒤 각각의 회사를 재상장하면 효과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되기 때문에 물적분할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 등이 이미 2차전지 사업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바 있다.
 
포스코 지주사 전환 방안. 사진/포스코
 
다만 물적분할을 한다고 무조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신설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거나 제 3자에게 넘기지 않는다면 그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다. 이에 포스코도 이번 지주사 전환을 예고하면서 이런 우려를 대비해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를 신규 상장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의 신규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관 변경을 통해 언제든 재상장을 추진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분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는데, 이번 사안 역시 같은 입장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현재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최대주주로 9.75%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고, 이어 씨티은행(7.3%)만 5% 이상 지분을 보유했을 뿐 소액주주가 대부분이다. 분할안이 임시 주총을 통과하려면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이상, 총 발행주식의 3분의 1이상 동의를 받아야 해 최대 관건은 국민연금의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지회, 기존 사업회사에 대한 대안 마련 요구
 
여기에 더해 포스코 내부에서는 최근 노조와의 소통 문제도 안고 있다. 포스코는 크게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의 포스코지회(지회)와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이 있다.
 
그러나 이번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포스코 지회는 물적분할 방식에 대해 사전에 직원들고 소통하지 않고 통보하는 데 그쳐 정작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전략에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지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 사측에 지주사 관련 문제를 제기한 이후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라며 “당시 우리가 준비한 질문에 대해서 일부 얘기를 해주긴 했지만, 여전히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추진 내용을 설명해 주는 데 그쳤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당시 포스코 지회는 직원들이 지주사 전환에 따라 모회사에서 자회사로 전환되면 고용불안이나 임금하락, 대출규제 등 불이익이 예상되는데 대안이 있냐는 질문에 사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못했고, 이에 따른 보상 등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가지고 있는 이익잉여금 약 49조원에 대해서 포스코홀딩스에 귀속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는 법적으로 이익잉여금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에 귀속되며, 이중 현금성 자산 12조원에 대해서는 상호 협의를 통해 나뉘겠지만, 사업회사인 포스코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비전에 따라 비철강 분야에 수십조원 단위의 자금과 투자가 필요한데, 배당 외에 현금창출능력이 없는 지주사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포스코 제철산업의 지분과 각 그룹사의 배당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앞서 소액주주들과 마찬가지로 노조 측 역시 사업 분할과 관련해서 지주사 전환에 앞서 추후 법적 효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추가 분할에 대해서는 안 하겠다고 했고, 오너가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국민연금은 적극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데, 결국 이번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안건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한 기존주주들과 노조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주사 전환은 포스코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포스코 노조와 지회에 추가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가장 우려가 많은 자회사 상장은 최정우 회장이 지속적으로 입장을 밝힌 만큼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