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은행권 충당금 적립 대폭 확대…코로나19 적극 대응 중
인터넷은행·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시장서 경쟁 불가피
공개 2021-12-27 08:30: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2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특유의 꼼꼼함과 책임감, 자긍심. 안태영 한국기업평가(034950) 선임연구원이 말하는 신용평가사 연구원의 기본자세다. 그는 사업환경과 규제환경의 변화, 금융사와 계열의 재무상태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해야 정확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신용평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신력 있는 정보로 활용되는 것에 매력을 느낀 안 연구원은 업계에 뛰어든 후 다양한 분석을 통해 각 금융업권과 금융사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발견하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1983년 한국경영컨설팅으로 설립된 한국기업평가는 1987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회사채 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됐다. 사업 부문은 크게 신용평가와 사업가치평가 두 가지 부문으로 신용평가 부문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과 같은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회사에 대해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사진/김형일 기자
 
다음은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로 금융권의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대응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은행권의 경우 작년부터 충당금 적립을 대폭 확대하면서 충당금 적립률이 매우 높아졌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판단된다. 일부 저축은행도 감독 규정상 충당금 적립 기준 대비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 하지만 업권 전체의 충당금 적립 수준은 은행권보다 크지 않다. 물론 저축은행은 코로나19 만기연장, 이자 상환 유예 관련 대출 규모가 크지 않지만, 다중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는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각종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이 소매금융보다는 기업금융(CIB), 자산관리(WM) 부문 등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건전성, 수익성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겠는가?
△통상 기업대출의 건전성은 가계대출보다 미흡하다. 그러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수년 동안 우수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했다. 따라서 건전성이 유의미하게 변화하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다만 리스크는 존재한다.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기업대출이 증가한 가운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관련 대출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성은 건전성 변화에 따른 대손비용 인식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건전성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수익성 또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앞서 제시했다. 향후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 것으로 보는가?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하향됐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업계의 주요 자산은 저신용자 대상 고금리대출에서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중금리대출을 빠르게 확대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입장에선 고금리대출과 비교해 이자마진이 줄었으므로 대손비용률 관리 성공 여부가 향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중금리대출 시장은 금융당국이 활성화 정책을 내놓을 정도로 블루오션 성격의 시장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개선을 시사했다. 업계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하는가?
△현재 저축은행은 PF대출 한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경우에만 대출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 일단 이와 관련된 규제 변화 필요성에 공감한다. 저축은행의 리스크 관리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외형성장을 지속해왔으며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그동안 업계는 오피스텔, 상가 등 소규모 PF대출만 취급했으나 비교적 규모가 큰 아파트도 다룰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효과는 우량 저축은행이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뛰어들면서 저축은행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업권별 강점과 포지션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두 업권이 노리는 고객군이 다르지만, 경쟁은 불가피하다.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은 저금리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고금리 인하로 일부 저축은행이 연금리 10% 미만의 중금리상품을 출시하면서 겹치는 구간이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금리대출 비중 목표치를 2023년까지 맞춰야 하므로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저축은행은 수년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면서 데이터를 쌓아왔으며 신용평가시스템(CSS) 또한 정교해졌다. 이 부분이 저축은행의 강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금융 정보 활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차별화된 CSS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후발주자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을 공격적으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CSS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금융권의 자금조달 방식과 조건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업권별 현실과 과제는?
△은행과 저축은행의 경우 수신기반을 확보한 탓에 타 금융업권 대비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측면의 부정적인 영향은 적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약 2.3%로 올해 초와 비교해 50~60bp(1bp=0.01%p) 오르는 데 그쳤다. 오히려 회사채와 차익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캐피탈업계의 타격이 비교적 클 것으로 추측되며 증가한 조달비용만큼 운용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외에도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가?
△내년 3월 코로나19 만기연장, 이자 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된다. 잠재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내년에는 각 회사별 자산건전성 추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비교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또 금융업권별 또 회사별 대출포트폴리오 구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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