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한파에 경쟁자 증가까지…SBI저축은행 1위 자리 '빨간불'
최고금리 인하 및 총량 규제 등 환경 변화…성장 위축 우려
주주기반 자본력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 참가…증가세 확대 예상
공개 2021-11-22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8일 19: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사진/SBI저축은행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던 SBI저축은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정부가 중금리대출을 대출 총량에 포함하면서 업계 1위로 취급액이 가장 큰 SBI저축은행의 타격이 예상되는 탓이다. 정부가 최고금리를 인하하고 금융권 메기로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에 나서는 상황도 SBI저축은행의 경쟁력에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18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작년 저축은행들이 취급한 중금리 신용대출 규모는 8조7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SBI저축은행의 취급액은 2조185억원으로 전체 저축은행 중금리 신용대출 중 2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중금리대출은 일반적으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0% 전후 금리대의 개인신용대출을 말한다. 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취급하는 대출상품이다.
 
SBI저축은행은 2017년 이후 개인신용대출 취급을 확대하며 자산을 크게 늘렸다. 자산포트폴리오 구성을 보면, 2018년 말 3조3324억원이었던 신용대출 규모는 2019년 말 4조4382억원, 2020년 말 5조5969억원, 올해 6월 말 6조469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수익도 개선됐다. 2018년 말 당기순이익은 1310억원에서 2019년 말 1883억원, 작년에는 2583억원으로 우상향을 지속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93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SBI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뤘지만,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 대한 규제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속도 등을 고려해 가계부채 관리방안 과제 3가지를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개인의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 40%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풍선효과로 증가하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조절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과 정책금융상품 포함 가계대출 증가율을 21%까지 관리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차주 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이 60%에서 50%로 하향되고, 평균 DSR 기준도 저축은행은 90%에서 65%로 강화된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기준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이후 대출 증가세는 둔화할 전망”이라며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 시장에서 탈락하는 차주를 일부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신용자 대출 시장 축소에 따른 신규대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라고 진단했다.
 
SBI저축은행은 예금금리 인하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다. 작년 말 34.2%였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1.7%로 줄었다. 이는 정부가 정한 21%를 넘기지 않는 수준이지만, 업계 1위로서의 영향을 고려해 지난 9월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속도 조절 주문을 받은 바 있다.
 
이에 SBI저축은행은 공급량은 조절하되 금리는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 방어에 나섰다. 지난 10월 기준 SBI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14.96%로 전월 대비 0.64%p 상승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말까지는 정부가 정한 가계대출 총량을 넘기지 않는 수준으로, 현재 무리 없이 영업하고 있다”라며 “내년 대출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으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연 24%에서 연 20%로 4%p 인하되며 수익성 하방 압력도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20% 초과 금리 대출을 받은 고객 239만명 중 208만명이 저축은행에 지불해야 이자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SBI저축은행의 20% 이상 고금리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전체 개인신용대출 내 23.2% 비중을 차지한다. 20% 초과 금리로 대출받은 차주는 연 20% 이하로 소급적용돼 이자 수익은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도 SBI저축은행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최근 카카오뱅크(323410),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은 중·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대출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현황을 공시했다.
 
이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신용점수 하위 50%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오는 2023년 말에는 개인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각각 30%, 32%, 44%를 상회해야 한다. 미이행 시에는 정부로부터 신사업 인허가에 불이익 등 규제를 받게 된다.
 
앞으로 중금리대출 시장의 경쟁 강도가 더욱 심화할 전망이지만, SBI저축은행은 큰 위협 요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금리대출은 기본적으로 축적된 경험이 기반이 돼야 하는 사업으로, 과거 시중은행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상품을 늘리고, 낮은 금리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경 변화로 인해 당장 저축은행업계에 큰 타격은 없겠지만, 향후 정부의 총량 규제가 완화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 영업을 강화한다면 저축은행 중심의 중금리대출 시장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중금리대출 비중 확대를 요구했지만, 대출 총량을 규제해 적극적인 영업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을 활성화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이후 저축은행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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