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수소 활용 먹거리 확보 박차···'이퓨얼' 개발 나서
현대오일뱅크, 덴마크 기업 할도톱소와 친환경 연료 이퓨얼 개발 협력키로
이퓨얼, 휘발유·경유 대체, 기존 주유소 활용 가능···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공개 2021-11-04 17:13:48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4일 17: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희망’으로 불리는 친환경 연료 ‘이퓨얼(e-fuel)’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업계에서는 이퓨얼 관련 기술이 성숙할 경우, 수소 사업 활성화와 정유기업의 안정적 수익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 자회사 현대오일뱅크는 4일 덴마크 기업 할도톱소(Haldor topsoe)와 ‘친환경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할도톱소는 그린수소 생산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기업으로, 블루·그린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리 생산하거나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친환경 기술 협력 양해각서’ 화상 체결식에 참석한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왼쪽)와 롤랜드 바안 (Roeland Baan) 할도톱소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양사는 친환경 연료인 ‘이퓨얼’의 연구개발을 이번 협약의 우선 추진 과제로 삼았다. 이퓨얼은 ‘전기기반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약어로, 원유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음에도 휘발유·경유와 비슷한 성질을 구현하는 연료다. 대기에서 모은 이산화탄소나 질소 등을 청정수소와 결합해 만드는데, 석유와 화학적 구성이 거의 같고 에너지 밀도도 경유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덕분에 선박용 디젤 엔진이나 비행기용 제트 엔진에도 그대로 쓸 수 있어, 지난 1월에는 네덜란드 에너지 기업 ‘셸’이 만든 이퓨얼을 주입한 여객기가 실제로 운항하기도 했다.
 
기존 주유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퓨얼의 장점이다. 수소·전기차처럼 차량을 새로 개발하거나 충전소를 새로 짓지 않아도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바꿀 수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에도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 비율은 최대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뒤에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상당수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퓨얼은 이산화탄소 합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직접 낮춰 전기차보다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장비인 ‘DAC’ 한 대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무려 10만t으로, 이는 나무 400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비슷하다. 포르쉐가 개발 중인 이퓨얼은 탄소 배출량이 휘발유의 15%에 불과하다.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해 이퓨얼로 만들 수 있어 탄소중립적 자원순환시스템 구축도 가능하다.
 
포르쉐가 칠레 파타고니아의 푼타 아레나스에 건설 중인 이퓨얼 공장 전경. 사진/포르쉐
 
이 같은 장점을 일찌감치 파악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이퓨얼의 개발과 생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르셰는 지난해 약 270억원을 투자해 칠레에 이퓨얼 공장을 세웠고, 내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2024년에는 5500만ℓ의 이퓨얼을 생산할 예정이다.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완성차 3사도 지난해 이퓨얼 연구를 시작했다.
 
정부와 정유사들도 이퓨얼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19년 이퓨얼 전략을 확정해 예산을 배정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2050년까지 휘발유보다 싼 이퓨얼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미국 정유기업 엑손모빌은 포르셰와 공동으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이퓨얼 생산에 약 3조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스페인의 렙솔도 811억원을 들여 이퓨얼 공장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를 주축으로 현대차(005380)·SK(034730)에너지·현대오일뱅크·S-OIL 등 산업계와 카이스트·산업연구원 등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이퓨얼 연구회를 발족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친환경 건축 소재·산업용 탄산가스 등으로 재활용하는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CCU)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국내 연구회에 더해 할도톱소와의 이번 협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이퓨얼을 포함한 수소·이산화탄소 활용 분야 외에도 바이오 연료, 폐플라스틱 자원화 등 다양한 친환경 분야에서 기술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혁신적인 대안으로 불리는 이퓨얼에도 단점은 있다. 고온·고압 공정으로 인해 생산단가가 높다는 점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이퓨얼의 1ℓ당 생산비는 약 5000원으로, 세금을 제외한 휘발유 가격의 약 10배다. 100km를 주행할 만큼의 이퓨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100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는 전기차의 7배·수소차의 3.4배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휘발유보다 싼 이퓨얼 생산 시점을 2050년으로 잡고 있는 점을 보면 기술 성숙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학계 관계자는 “업계 선도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이퓨얼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가격 안정화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다”라며 “탄소세 도입으로 인한 석유 가격 상승도 이퓨얼의 경제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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