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시동 거는 에이블씨엔씨, 침체터널 '탈출구'는 있나
브랜드전략부문장에 '신유정' 상무 앉혀…김 대표와 할리스 매각 주도 인물
지난해 영업이익률 -22%까지 떨어져…해외사업과 자회사 '휘청'
"국가별 히트 상품 육성해 해외공략 가속"
공개 2021-11-08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4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코스메틱 로드샵 신화를 쓴 에이블씨엔씨(078520)가 긴 침체의 터널에서 탈출하고자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그룹을 관장하는 중책에 브랜드 관리와 매각에 정통한 인물을 앉히는 등 인사개편을 통해 엑시트(투자 후 자금회수)를 서두르고자 하는 모양새다. 다만 에이블씨엔씨가 최근 수년째 실적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회복이 변수로 떠오른다.
 
4일 코스메틱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이블씨엔씨는 조직을 9개 본부로 재정비하고 헤드급 인사에 변화를 줬다. 가장 눈여겨볼 파트는 브랜드전략부문이다. 부문장에 오른 신유정 상무는 상품·플랫폼·마케팅·D2C 등 4개 본부를 지휘하는 중책을 맡았다. 신 상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KG할리스에프앤비(할리스)에서 대표직을 맡은 뒤 에이블씨엔씨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상무와 김유진 에이블씨엔씨 대표는 과거 할리스에서 인연을 쌓았다.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 혈통인 김 대표는 2017년부터 할리스 대표로 활동하다 지난해 할리스를 KG그룹에 팔았다. 김 대표가 할리스 재직 당시 신 상무는 전략본부에서 일하며 브랜드 제고를 통해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 이번 에이블씨엔씨 인사가 ‘매각’ 신호탄으로 읽히는 이유다. 아울러 사모펀드가 통상 인수 5년 후부터 엑시트를 궁리하는 만큼, 2017년 매각 시점으로부터 내년이 시기도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미샤, 어퓨 등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로 이름을 날린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017년 IMM PE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이후 중국의 사드사태 등의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침체 국면이 더욱 심해진 상태다.
 
영업이익률(연결)을 살펴보면 2016년 5.59% 절정에서 2017년 3.01%→ 2018년 -5.49%로 내리막을 걷다 2019년 0.43%로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해 팬데믹 악재로 -22.11%까지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매출채권회전율과 재고자산회전율은 각각 19.94회, 9.3회에서 지난해 9.32회 4.36회로 5년 줄곧 하락이 이어졌다. 2017년 22%로 비교적 탄탄했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62%까지 올라왔다.
 
실적 침체와 맞물려 경영 안정성도 급격하게 흔들렸다.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인수 이후 올해까지 수차례 대표가 교체됐다. 에이블씨엔씨를 설립한 서영필 전(前) 대표이사부터 올해 사모펀드계열 김 대표로 잇따른 수장 교체를 단행하며 ‘경질성인사’라는 눈초리를 감내해야 했다. 
출처/에이블씨엔씨
 
결과적으로 엑시트를 위해서는 땅에 떨어진 기업 밸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만큼, 에이블씨엔씨는 실적 정상화에 매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블씨엔씨의 전략은 크게 해외시장과 온라인 확대로 나눠볼 수 있다.
 
지난해 에이블씨엔씨는 자본금 74억원을 출자해 100% 지분을 갖는 미국법인 ‘Able C&C US INC’를 설립했다. 앞서 에이블씨엔씨는 2004년 미국에 진출한 뒤 2013년 수익성 부족으로 현지 파트너사에 판권을 넘기며 사실상 손을 씻었지만, 다시금 직진출을 선택하며 미국시장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과거와 비교해 K뷰티 위상이 달라짐에 따라 미국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성과는 크지 않다. 올해 상반기 미국법인은 매출 41억원, 3억7000만원 순손실을 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법인도 갈 길이 멀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북경과 상해애박신화장품상무유한공사 법인은 각각 28억원, 2000만원 순손실을 냈다. 이미 북경과 상해법인은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이라는 점에서 글로벌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북경법인을 청산하고 상해로 이전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본 법인은 지난해 코로나라는 악재에도 불구 386억원으로 최고 매출을 경신했고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라면서 “주요 국가별 히트 상품 육성으로 해외 공략을 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주력 부분은 온라인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비효율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온라인 파이를 키우는 데 힘써왔다. 지난해 4월 자사 브랜드인 ‘미샤’와 ‘어퓨’, 국내외 수백여 브랜드를 입점시킨 온라인 H&B스토어 ‘마이눙크닷컴’를 대대적으로 론칭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에이블씨엔씨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8년 9.7%→2019년 12.5%→지난해 24.15%까지 올라가며 기대를 모았지만, 올해 상반기 21.89%로 다소 뒷걸음질 쳤다.
 
설상가상 자회사도 골칫거리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019년 제아에이치앤비(제아H&B)를 952억원에 인수했다. 제아H&B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에이블씨엔씨가 80%를 갖고 자사주가 20%다. 제아H&B는 해외코스메틱을 비롯해 색조 브랜드를 면세점과 H&B스토어에 유통하는 사업을 전개한다. 제아H&B는 에이블씨엔씨와 가족이 된 첫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그룹 내 굳건한 입지를 다졌지만, 지난해 1년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매출의 90%를 면세에서 올렸던 제아H&B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전년 대비 매출이 45% 감소했고, 228억원 적자 탓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45억원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자본잠식 탈출이 더욱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 속 지난 7월 에이블씨엔씨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제아H&B와 합병을 마무리했다. 양사는 이미 지배-종속 구조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왔던 만큼 매출과 손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존에 제아H&B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부채도 215억원 있었다는 점에서 합병 후 재무제표상 에이블씨엔씨 자본총계는 기존 1357억원에서 862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올해 상반기 기준 에이블씨엔씨 종속회사인 지엠홀딩스, 닥터셀라피 역시 자본이 -44억원, -6500만원으로 납입 자본금마저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법인 운영 관련 비용절감 및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회사 합병을 완료했다”라면서 “직접적인 관리비 절감뿐만 아니라 인력 공유, 일원화 관리에 따른 운영 효율화, 상호 역량 보완 등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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