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선언한 토스뱅크…주주사 지원 여력은 '물음표'
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 적자 지속…현금유동성 소진 흐름
금융권 관계자 "대주주 적극 참여 수반돼야 주주사들 움직일 것"
공개 2021-10-27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19:5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토스뱅크가 자본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주주사들의 지원 여력에 물음표가 붙었다. 사진/토스뱅크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토스뱅크가 자본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자금경색 우려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주주사들의 지원 여력에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출범 9일 만에 대출중단을 선언한 토스뱅크는 제한적인 수익구조를 갖게 됐다. 반면 고객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모든 수신 상품에 연 2%의 금리를 적용하는 등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자본금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금융당국이 제시한 한도 5000억원을 모두 소진하면서 대출을 중단했다. 지난 5일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반쪽짜리 영업을 하게 된 것이다. 반면 고객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사전고객 170만명 중 55만명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개방했다. 이에 따라 수신잔고도 여신잔고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토스뱅크는 예상보다 빨리 자본 확충을 선언했다. 이날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주사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연 2%의 수신 상품금리는 고객과의 약속이며 신뢰를 위해 비용 부담까지 각오하고 있다”라며 “수신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 역시 현재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토스뱅크가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주주사들의 지원 여력이 감소세라는 점이다. 토스뱅크 지분 34%를 보유한 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경우 적자를 지속 중이다. 현금유동성이 소진되는 구조상 유상증자 참여에 필요한 현금및현금성자산(현금성자산) 투입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지난해 토스는 별도기준 8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전년 순손실(1244억원)과 비교해 적자 폭을 28.1% 줄였다. 하지만 동기간 현금성자산(사용 제한 자산 제외)은 각각 1439억원, 1158억원으로 2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전체 현금성자산은 2471억원으로 사용이 제한된 현금성자산은 시중은행 고객예수금 신탁 1022억원, 법원이 지급정지를 신청한 자산 10억원으로 집계됐다.
 
 
 
토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크게 늘었다”라며 “지난 6월 진행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만 내년 감사보고서가 나와봐야 정확한 실적, 가용 현금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탰다. 그러나 시장에선 토스가 2000억원 가량을 토스뱅크에 이미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외에도 자본 확충분 일부를 지난해 8월과 이듬해 2월 탄생한 토스페이먼츠, 토스증권에 조달한 것으로 봤다.
 
토스뱅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이랜드월드 또한 지갑 사정이 충분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11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3344억원의 순익을 시현했지만, 적자 전환한 것이다. 현금성자산이 각각 1098억원, 659억원으로 66.6% 늘었지만, 토스처럼 현금유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반면 이랜드월드와 지분율이 동일한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003530)의 경우 지원 여력이 넉넉하다. 하나은행의 현금성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 8조7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4426억원과 비교해 81.7% 치솟았다. 한화투자증권도 1844억원, 740억원으로 산출되며 현금성자산을 149.2%나 끌어올렸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는 “여타 인터넷전문은행 유상증자가 그러했듯 대주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수반돼야 주주사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상증자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케이뱅크 사례를 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19년 케이뱅크는 대주주였던 KT(030200)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자본금 확충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지난해 7월까지 1년 넘게 대출을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2019년 1월 591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도했지만, 5개월 만에 포기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운영자금 목적의 전환주 유상증자(412억원 규모)를 추진했다가 일부 주주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276억원만 지원받았다. 이후 KT가 BC카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비로소 영업이 정상화됐다.
 
한편, 토스뱅크 지분 10% 미만을 보유한 주주사는 중소기업중앙회(9.99%), SC제일은행(6.67%), 웰컴저축은행(5%), 알토스벤처스(4.49%), 굿워터캐피탈(4.49%), 한국전자인증(041460)(4.01%), 리빗캐피탈(1.35%)이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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