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캐피탈마켓포럼)"금리 인상·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금리 인상, 이자비용 증가·주가 하락·부실률 증가 등 기업에 악영향
채권 시장 위축·시장 불확실성 확대 우려···탄력적 자금 조달 중요
공개 2021-10-20 17:00:02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0일 16:4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유동성 축소 시기, 기업들이 정말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지금,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금리 상승과 시장 불확실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자금조달과 부채 관리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20일 <IB토마토> 주관으로 열린 ‘2021 캐피탈마켓 포럼’에서 김 위원은 “유동성 축소로 전반적인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이자비용이 커질 수 있다”라며 금리 상승에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이 국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미국 장기 국채 금리와의 동조화 현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축소)으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금리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테이퍼링이 추진되면 유동성 흡수로 인한 자금경색 가능성이 증가하고,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선진국의 금리 인상은 곧 신흥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며, 경제적인 파급경로를 통해 자산 가격과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회의 의사록에는 테이퍼링 절차가 11월 중순이나 12월 중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언급이 담겨있었다. 콜린 파월 의장 역시 내년 중순을 테이퍼링 종료 시점으로 제시하면서 연내 테이퍼링 시작 가능성을 높였다. 금융업계에서는 연준이 매월 채권 매입 규모를 150억달러씩 줄여, 8개월 후에는 채권 매입을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고려하는 것은 유동성 공급 확대로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와 자산시장 과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의 급격한 팽창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연준의 의견이다. 
 
김 위원은 “일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위원들은 이미 물가상승을 경고하고 있고, 이 같은 우려가 장기금리 상승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연준은 2023년까지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추이와 경기회복 상황에 따라 내년 중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인해 금리가 오른 적이 있다는 점은 시장의 예측에 힘을 싣는다. 지난 2013년 5월1일 FOMC에서 자산매입을 시사하고 같은 달 22일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금리 상승세는 강해졌다. 본격적인 테이퍼링 실시 전이었음에도, 실질 금리 상승과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가 금리 상승을 촉발한 것이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3년초 1.92%에서 같은 해 9월 2.96%까지 올랐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국내 금리도 동조화하며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3년 상반기에는 하락하고 있던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FOMC에서 자산매입 의사를 드러낸 그해 5월 초순부터 상승세로 전환됐고, 5월1일 2.77%에서 9월에는 3.68%까지 상승했다.
 
테이퍼링으로 인한 전반적인 금리 상승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3년 7월까지 한국과 미국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8월 말까지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 하락은 기업의 자본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차입금에 대한 만기 연장이 중단되는 경우, 한계기업이 도산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계기업이란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을 뜻하는데,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해 기준 15.3%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금리가 오르면 한계기업의 수가 늘어날뿐더러 부도를 맞는 기업도 증가할 수 있다. 김 위원은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면 일부 한계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양한 모험자본을 활용해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과 신용위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기업이 경계해야 할 점으로 김 위원이 꼽은 것은 통화정책 변화로 인한 시장 불안정성과 크레딧 시장 위축이다. 김 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정상화하면서 환율 변동 등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로 인한 자금 유출입 변동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하락한 가운데,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본격적인 유동성 축소가 시작되면 신용도·산업별로 채권 수요의 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유동성이 감소할수록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져, 신용도와 수익성이 높은 산업으로 투심이 강하게 쏠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기업의 총자산 증가율은 전년도에 비해 둔화됐고, 매출이익 증가율도 크게 떨어졌다. 특히 중소기업의 매출이익 감소분이 컸는데, 코스닥기업의 매출이익은 전년도보다 17.7%나 줄었다. 기업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만큼 회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의 수도 적어진다.
 
김 위원은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체적인 자금 조달 다변화 노력뿐만 아니라, 제도를 통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용위험은 근본적인 제거가 어렵기 때문에, 높은 신용위험을 지닌 저신용채권의 경우 신용보강이 도입되거나 신용위험을 대체할 수 있는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를 도입해 저신용채권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라는 것이 김 위원의 판단이다.
 
김 위원은 “올해 3분기부터는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자금 조달 환경 약화와 조달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라며 “중국에서 시작된 채권·부동산 시장 불안정도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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