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키우는 DGB금융…묘수일까 자충수일까
수림창투·자산운용, 'DGB' 간판 떼고 자회사 브랜드 달아
상반기 브랜드 사용료로 53억 수취…"브랜드 확장성 제고"
공개 2021-09-24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2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DGB금융지주(139130)가 비은행 부문 계열사 사명을 자회사 브랜드에서 따온 '하이(Hi)'로 교체하며 새판짜기에 나섰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DGB금융지주가 기존 'DGB' 그룹 간판을 버리고 자본시장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활용, 대구·경북 지역을 넘어 수도권 공략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은행계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에 고유CI(Coperate Identity)를 떼고 종속기업의 브랜드를 붙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리브랜딩 전략이 지방금융지주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는 묘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표/DGB금융
 
17일 은행연합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DGB금융 계열사인 수림창업투자는 이달 초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하이투자파트너스'로 변경했다. 올해 4월 DGB금융의 9번째 계열사로 정식 편입됨에 따라 그룹 계열사 내 투자계열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최대한 활용해 벤처캐피탈로서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2014년 8월 설립된 수림창업투자는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창업투자회사로, 벤처펀드 결성과 투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은행의 안정적인 이미지보다 혁신의 이미지가 필요한 만큼 대구·경북 지역밀착경영을 전개하고 있는 'DGB'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보다 투자계열사인 '하이'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투자 영업력을 강화시키고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DGB금융의 '하이' 브랜드 사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DGB금융 자회사인 DGB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임시주총에서 사명을 하이자산운용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19년 홍콩계 사모펀드(PEF)운용사인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에 브이아이자산운용(구 하이자산운용)을 매각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하이' 브랜드를 가져온 것으로, 지난해 하이자산운용이 사명을 '브이아이자산운용'으로 바꾼데 따른 후속 움직임이다.
 
리브랜딩은 글로벌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의 리테일 사업부문 인수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고 밝은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고, 블랙록 분할합병과 맞물려 브랜드 확장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대구은행 수성동 본점 전경. 사진/대구은행
 
하이자산운용은 지난 3월 해외 상품 다양화와 차별화를 통한 국내 리테일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 블랙록자산운용의 리테일 사업부문 분할합병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자산운용시장에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 일환에서 선택된 브랜드가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의 사명으로, DGB금융은 지난 2018년 비은행 부문 라인업을 강화하고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편입한 하이투자증권의 ‘하이(Hi)’ 브랜드 확장성에 두 팔을 걷고 나선 셈이다. 금융지주가 자사의 고유 CI나 브랜드 없이 자회사 브랜드를 타계열사에 붙이는 것은 금융권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문 일이다.
 
통상 그룹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 사명에 그룹 간판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 전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BNK금융지주(138930)JB금융지주(175330) 또한 BNK금융투자, JB자산운용 등으로 사명을 붙이고 있으며 올해 완전 자회사 편입을 추진한 신한지주(055550)우리금융지주(316140) 또한 각각 생명보험사, 캐피탈·저축은행에 그룹 사명을 달았다. 
 
 
 
현재 DGB금융은 2011년 설립이후 △대구은행 △하이투자증권 △DGB생명보험 △DGB캐피탈 △하이자산운용(구 DGB자산운용) △DGB유페이 △DGB데이터시스템 △DGB신용정보 △하이투자파트너스(구 수림창업투자) 등 9개의 자회사와 △DGB라오리싱(DGB Lao Leasing Co.,Ltd) △캠캐피탈(Cam Capital PLC) △DGB Bank PLC △DGB MFI법인(DGB Microfinance Myanmar)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자회사 등에 대한 상표권을 비롯해 지적재산권의 제공 지원 등을 영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수한 핀테크사 '뉴지스탁' 또한 하이투자증권 사명에서 따온 브랜드로 탈바꿈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만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이름값은 대구은행이 수취하는 형태로, 지배구조상 하이투자증권의 역할은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 Hi' 상표권을 출원했던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지주 인수 이후인 지난 2018년 10월 '하이투자증권DGB(Hi Investment & Securities DGB)'라는 상표권을 출원했으나 DGB금융의 선등록 상표와 표장과 지정상품이 동일 유사한 상표라는 이유로 등록이 거절됐다.
 
올해 상반기말 무형자산 잔액은 2390억원으로 전년동기(2149억원)대비 1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계열사에 브랜드라는 무형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브랜드(상표권) 사용료는 53억1400만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DGB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역은행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모태인 대구은행에서 브랜드 관련 금액을 수취하고 있는 상태로, '하이' 브랜드 또한 특허청에 대구은행이 상표 등록을 한 상태"라면서 "(전략적인 이유로) '하이'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지만 명칭을 변경하더라도, 지배구조상 변화는 없고 브랜드 로고 역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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