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가격 인상 시동…수익성 '청신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공급 증가 전망에 실적 개선 예상
공개 2021-09-13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11: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반도체 수급 불안 속에 삼성전자(005930)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대폭 인상할 전망이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선도적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하는 등 경쟁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만큼 삼성전자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가격 전략 수립으로 올해 파운드리 매출이 지난해 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위해 협력사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분은 15~20% 사이가 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실적 개선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반면,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1위와의 격차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52.9%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7.3%에 그쳤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메우기 위해 지난 2017년 이후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이뤄지면서 공급 확대를 위해 파운드리 업체가 일제히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TSMC가 지난 7월 파운드리 공급 가격을 15~20% 올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업계 3위인 UMC도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가격 인상 릴레이에 동참하게 된 삼성전자는 향후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공급 가격 현실화를 가속하겠다”라며 “가격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올해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 대비 20%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난해부터 지속된 세트 교체 수요로 PC출하량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서버업체의 보유 재고도 일시적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D램 등의 메모리 반도체의 현물 가격 하락세로 수익도 크게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하락이 아닌 재고 증가에 따른 수요 둔화로 단기적 조정인만큼 메모리 업황 불확실성이 더 커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실적 전망. 사진/신한금융투자
 
이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수익성 확대를 위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 주요사업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투자 규모만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외에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선단공정 적기 개발을 통해 파운드리 분야 시장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7나노(nm·10억분의 1m) 이하 선단공정 시장에서 TSMC와 치열한 미세 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1세대 3나노 칩 양산을 계획 중이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실적 개선 여부인데, 파운드리 분야 가격 인상과 투자에 따른 생산증가 등으로 단기적인 실적 상승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실적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가 꼽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도체 공급난이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포드의 유럽이사회 의장인 군나르 헤르만은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공급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포드 포커스 차 1대를 만드는 데 반도체 300개가 필요하지만, 전기차 생산에는 반도체 3000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이미지센서 등의 반도체에 비해 집적도(1개의 반도체 칩에 구성돼 있는 소자의 수)가 높지 않아 생산 마진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기차에는 다양한 센서가 추가되면서 전체 프리미엄 차량 부품 원가(BOM)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차량용 반도체의 총 시장 규모(TAM)가 10년 후에는 현재의 거의 두 배인 1150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TAM의 1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전망. 사진/인텔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분야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물량은 극히 일부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파운드리 투자를 통해 생산량 증가와 가격 인상으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현실화되면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반도체(DS) 분야 매출은 22조7401억원, 영업이익 6조92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업부 전체 영업이익 중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이중 비메모리(System LSI) 반도체 분야의 매출은 4860억원, 영업이익은 292억원으로 추정(신한금융투자 분석)된다.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가 실적을 이끌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메모리 분야 쏠림 현상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분야 실적 개선은 이런 우려도 잠재울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장기적으로 보면 가격 현실화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 “고객사와의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 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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