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적극 늘린 애큐온저축은행…당국 규제 유탄 맞나
올 1분기 신용대출 2666억원 증가…업계 1위 SBI저축은행 압도
신평사 관계자 "여신 성장 주요 원인 가계신용대출…성장성 꺾일 수도"
공개 2021-09-0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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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한도를 규제하면서 애큐온저축은행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사진/네이버 지도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한도를 규제하면서 애큐온저축은행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했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했지만, 제동이 걸렸다는 이유를 들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소액신용대출(300만원 이하 대출) 비중 또한 낮았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애큐온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2조1150억원으로 전년 말 1조8483억원 대비 2666억원 불어났다. 이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2427억원, 웰컴저축은행이 225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즉 애큐온저축은행은 자산 순위가 업계 6위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신용대출을 내줬다는 이야기다.
 
올 1분기 애큐온저축은행의 자산은 3조947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윗 순위에는 ▲SBI저축은행(11조8767억원) ▲OK저축은행(9조3567억원) ▲페퍼저축은행(4조8680억원) ▲웰컴저축은행(4조832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4조8306억원)이 포진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한도를 제한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중앙회에 연말까지 연소득 이내로 운영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에 유선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영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대목이다.
 
올 1분기 저축은행별 가계자금대출을 살펴보면 애큐온저축은행은 1조3290억원으로 전년 말 1조1317억원 대비 17.4% 증가했다. 동기간 SBI저축은행은 5조3215억원, 5조1059억원으로 4.2%, 웰컴저축은행은 2조2911억원, 2조397억원으로 12.3% 확대됐다. 가계자금대출에는 가계신용대출을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이 포함된다.
 
 
신용평가사도 애큐온저축은행이 가계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자산을 늘렸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개인고객에 대한 오토론(자동차 대출), 스탁론(주식매입자금대출) 등의 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고 지난 2017년부터 신용대출을 확대했다며 그 결과 담보부대출 비중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애큐온저축은행은 그동안 서민들을 위한 중금리 신용대출 확대를 핵심 과제로 꼽아왔다. 이에 따라 총대출액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7년 40.1%에서 2018년 44.8%, 2019년 56.5%, 지난해 60.4%, 올 1분기 60.2%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담보·보증대출 비중은 2017년 55.9%에서 올 1분기 39.5%로 내려앉았다.
 
특히 애큐온저축은행은 소액신용대출 비중이 매우 적은 편이다. 올 1분기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246억원으로 신용대출 2조1150억원 중에서 1.2%를 점유했다. 웰컴저축은행은 5.8%, SBI저축은행은 2.5%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을 연봉 이내로 제한하라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내려진 이상 애큐온저축은행은 영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셈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올 1분기 대출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올 1분기 애큐온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64억원 대비 79.7%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483억원, 438억원으로 10.3% 늘어났다. 수수료이익은 각각 25억원, 7억원으로 257.1% 급증했지만, 기여도는 높지 않았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애큐온저축은행의 총여신 성장 주요 원인은 가계신용대출”이라며 “이번 규제로 성장성이 꺾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수익성이 당장 급감하지는 않겠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것”이라며 “3분기 실적에 규제 여파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출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하라는 금융당국의 조치로 영향을 받는 부분은 가계신용대출 전체 취급액의 6% 정도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신용대출 안에는 기업신용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도금대출 등이 포함돼 있다”라며 “가계신용대출과 모기지, 기업대출, 기타부문 등 다양한 영역이 10~40%대 비중으로 특정 부문에 편중되지 않고 고루 구성돼 있어 수익성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라고 보탰다.
 
한편, 신용평가사들은 시중은행 대비 열위한 저축은행 차주 특성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정책이 종료된 이후 가계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손충당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애큐온캐피탈의 수익성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애큐온캐피탈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지난 2018년 17%를 기록한 이후 2019년과 지난해 각각 동일한 13.2%를 시현했다. 그러나 올 1분기 14.6%로 산출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동기간 요주의이하충당금커버리지비율은 38.4%, 33.1%, 29.8%, 26.2%로 악화됐다.
 
금융사들은 대출채권을 연체기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요주의이하충당금커버리지비율은 대손충당금을 요주의이하여신으로 나눈 수치로 숫자가 낮을수록 부실자산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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