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국부유출에 행장 고임금까지…고객 이탈 부추기나
노조 "SC그룹에 통 큰 배당하며 국부유출 자행 중…지극히 비정상적"
이미지 타격·저조한 지역재투자로 낮은 고객 충성도 보완 어려울 듯
공개 2021-08-26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4일 10: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낮은 고객 충성도를 보완해야 하는 SC제일은행 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사진/SC제일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낮은 고객 충성도를 보완해야 하는 SC제일은행 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실적과 상관없는 과도한 배당금을 영국 본사로 매년 보내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졌고, 경영진의 고임금 구조와 투자부진 등으로 이미지 타격이 예상돼서다. SC제일은행은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2년 연속 꼴찌를 차지하며 지방자치단체·교육청 금고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SC제일은행지부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비정상적인 배당으로 막대한 자금이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 전달됐다며 투자돼야 할 금액이 빠져나가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그 결과 낙후된 전산시스템을 낳았으며 고객에게 외면받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은행권 중 유일하게 기술금융 실적이 꺾인 것도 이에 기인한다고 보탰다.
 
이처럼 SC제일은행 노조는 사측이 국부유출을 자행한다고 주장 중이다. 특히 지난 2005년 SC그룹이 SC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가져간 금액은 배당금 2조6000억원, 해외용역수수료·브랜드사용료 1조원 등 3조6000억원으로 당시 인수가액인 3조4000억원을 이미 넘어섰을 정도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2019년 배당성향을 208%로 책정하면서 6500억원을 배당했다. 여타 은행의 배당성향이 20~30%인 점을 고려하면 10배 이상을 배당한 셈이다. 아울러 노조는 2014년 646억원의 순손실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1500억원을 배당하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이러한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SC제일은행 이사회는 490억원 배당을 결정하는 등 배당성향을 19.7%로 정했지만, 운영자금을 마련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하면서 이뤄진 배당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 이달 실시한 중간배당(800억원)을 포함하면 올해 들어 1290억원이 배당됐다며 배당성향은 31.1%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노조는 경영진 보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박종복 은행장의 보수는 8억6300만원(급여 3억1200만원·상여 5억5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7억9700만원 대비 8.3% 올랐다며 동기간 SC제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848억원, 1820억원으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힐난했다.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은 SC제일은행이 낮은 예금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배당·보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일각에선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례로 한국신용평가는 SC제일은행의 원화대출금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0%를 상회하는 등 주택담보대출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는 영업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며 예수금이 저축예금, 저축성예금 등 비핵심예금 위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할 때 높은 자산 집중도를 뒷받침할 수신 기반의 지속가능성은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SC제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27조7870억원으로 원화대출금 44조3080억원 중에서 62.7%를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 2018년 18조8090억원에서 2019년 21조5270억원, 지난해 26조3050억원으로 불어났으며 동기간 원화대출금 대비 비중은 56.9%, 59.1%, 61.6%로 올라섰다. 이미지 타격이 예상되는 SC제일은행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은 저조한 지역재투자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예금고객 축소가 불가피하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2021년 금융회사의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를 통해 SC제일은행이 전체 평가대상에서 유일하게 가장 낮은 등급인 ‘미흡’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최하위 등급에 머무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금융위가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를 금감원이 진행하는 경영실태평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지방교육청 금고 선정기준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지난해 5월과 8월 각각 행정안전부, 교육부 예규를 개정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지역예금을 받는 금융사가 지역경제 성장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지자체·지방교육청 금고에 선정된 은행은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십조원대의 예산을 관리하게 되며 이는 예수금으로 잡힌다.
 
SC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금융위의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로 SC제일은행은 지역사회 평판은 물론이고 영업에 악영향을 받게 됐다”라며 “SC제일은행이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없는 부분, 또 금융소비자보호에 무관심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법원 출장소 12곳에 대한 폐쇄를 이미 진행했다”라며 “계약기간이 3~4년 정도 남아있지만, 사측이 법원 측에 먼저 계약 해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했다. 또 “지극히 비정상적인 배당이 투자 축소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직원은 물론 고객에게도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SC제일은행은 지난 1959년부터 62년간 독점해온 제주지방법원 금융업무를 NH농협은행에 내줬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오는 2025년 말까지 1800억원대의 금전, 유가증권공탁물을 수납·관리·지급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SC제일은행은 제주지방법원 출장소를 인근 지점으로 통폐합한 상태다.
 
<IB토마토>는 SC제일은행 측에 국부유출 논란과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에 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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