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생명, 어닝쇼크·신용도 타격·이미지 실추 '3중고'
즉시연금 충당금 2500억~3000억원 추정…지난해 순익의 약 29.6%
신사업 추진 어려운 상황서 대고객 이미지 실추 점쳐져
공개 2021-08-03 09:20: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30일 16: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올해 2분기 어닝 쇼크는 물론 신용등급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출처/삼성생명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삼성생명(032830)이 즉시연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2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는 물론 신용도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신용등급 하향 요인인 연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이 더 떨어질 수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력 저하뿐 아니라 이미지 실추까지 우려되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1일 4300억원대 즉시연금을 둘러싼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즉시연금은 계약자가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납입하면 보험사가 매달 연금 형식으로 보험금을 지금하는 상품이다.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해 준다는 점 때문에 계약자들이 크게 몰렸다.
 
1심 패소에 NH투자증권(005940)은 여타 생명보험사의 충당금 적립 비율을 고려해 약 3000억원의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2분기에 반영하면 예상 지배순이익은 전년 동기 4486억원 대비 87.3% 줄어든 571억원 수준이라고 보탰다. 충당금은 비용이나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쌓아놓는 돈으로 당기순이익 감액 요소다.
 
대신증권(003540)은 지급의무가 필요한 60% 계약에 한해 충당금을 가정하고 2분기 2500억원이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고려하면 지배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6.6% 감소한 105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컨센서스 3274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도 2분기 지배순익을 전년 동기 대비 38.4% 축소된 2764억원으로 예견했다.
 
문제는 2분기 어닝 쇼크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생명의 연간 ROA를 신용등급 변동 검토 요인으로 꼽으며 0.4% 미만을 지속 하회한다고 판단되면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삼성생명의 연간 ROA는 지난 2019년부터 0.3%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업계 평균은 0.4%p로 0.1%p 웃돌았다. 
 
ROA는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익을 얼마나 올렸는지 가늠하는 수익성 지표로 당기순익을 총자산으로 나눠 계산한다. 연간 ROA가 상승하기 위해선 분자가 되는 연간 순익이 크게 늘어야 하지만 삼성생명은 그렇지 못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의 지난 2019년 당기순익은 별도기준 8338억원으로 전년 1조7978억원 대비 48.3% 쪼그라들었으며 지난해에는 9288억원으로 1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총자산은 지난 2018년 262조2305억원에서 2019년 287조3579억원으로 9.6%, 이듬해 309조8026억원으로 7.81% 성장했다.
  
  
여기에 이번 즉시연금 소송 패소로 삼성생명은 한 분기 순익이 통째로 사라질 예정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익 9288억원에서 2500억~3000억원이 감액되면 약 29.6%가 증발한다.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순익 8338억원의 약 33%에 해당하는 숫자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충당금 적립이 ROA 하락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충당금은 일시적으로 전부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올해 순익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기에 연간 ROA 추이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은 금융당국의 중징계에도 발목이 잡혀있다.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처지지만, 지난해 말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을 이유로 1년간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징계 ‘기관경고’를 통보하면서 금융위원회의 최종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즉시연금 소송 패소가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예를 들자면 삼성생명은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어려운 상태다.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카드(029780)는 지난해 ‘통합자산조회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준비해왔으나 삼성생명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가 중단됐다. 
 
신사업 진출의 타격으로 경쟁력이 저하가 예상되는 데다 일부에선 삼성생명의 이미지 실추를 점치고 있다. 생보업계에서 가입자가 가장 많은 삼성생명이 지난 2017년부터 요양병원 암 입원비 지급을 두고 암환자들과 분쟁을 겪어왔고 이번에 즉시연금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이미지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고객과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은 보험사로서 큰 타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내달 13일 2분기 실적발표회(IR)에서 자세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관경고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요양병원 암 입원비 관련은 합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즉시연금 소송 항소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지배순익이 1조881억원으로 전년 동기 2299억원 대비 373.2% 도약했다. 하지만 일회성 비용인 삼성전자(005930) 특별배당금 8019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1분기 순익은 4406억원에 불과했다. 다만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연간 순익 전망치 1조5000~1조7000억원을 달성하면 ROA는 약 0.5%로 올라설 전망이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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