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텔레콤, 유진證 8% 매집…배경은
2020-08-13 15: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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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며 총 8.26%까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이 외환위기 때 증권사를 인수, 매각해 큰 차익을 거뒀다는 점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지분 공시 이후 기타법인을 통한 매도량이 쏟아지며 주가 하락이 크게 이뤄져 세종텔레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영향일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또한 세종텔레콤의 자금력에 의문이 나오기도 해, 경영권 분쟁까지 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텔레콤은 지난 10일 유진투자증권 지분이 종전 7.23%에서 8.26%로 1.03%포인트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지분 공시를 처음 띄운 것은 지난 4월23일이다. 당시 5.7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세종텔레콤은 이후에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지난 7월10일 7.23%로 늘렸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동아증권을 인수해 7년 만에 농협중앙회에 매각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이력으로 그가 다시 증권사 인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중이다.

유진증권 주가는 지난 4월부터 실적 개선과 경영권 분쟁 기대감에 힘입어 코로나19 영향권을 빠르게 벗어났다. 주가는 지난 3월19일 1160원까지 내렸으나 이달 11일 장중 4875원까지 치솟았다. 저점 대비 약 320% 오른 셈이다.

특히 유진증권은 세종텔레콤이 지난 7월10일 장 마감 이후 5.75%에서 7.23%로 지분을 늘렸다고 공시하자, 다음 거래일인 13일에 10.78% 올랐다. 처음 지분 공시를 띄운 4월에도 공시 이후 5거래일 동안 무려 46.4%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달 세종텔레콤의 지분 취득에 대해 사뭇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공시 이후 유진증권 주가는 지난 11일 14.1% 하락하고 12일 0.5% 올랐다.

유진증권 주가는 세종텔레콤이 유진증권 최대주주 유진기업 지분(29.03%)을 따라잡을 자금력이 있을지 등을 이유로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텔레콤의 시가총액이 약 1600억원에 불과해 두 배에 달하는 유진증권을 사들일 여력이 있겠냐는 의구심이다.

세종텔레콤은 현재까지 자금을 약 200억원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최대주주 지분율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600억원가량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세종텔레콤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에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세종텔레콤이 이번 공시를 띄운 다음 일부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급락한 지난 11일에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은 82억원을 사들였지만 기타법인과 외국인은 각각 51억원, 27억원을 순매도했다. 세종텔레콤이 기타법인으로 보유 지분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기타법인의 매매는 일반적인 주식 매매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 등 금융기관을 제외한 것으로, 통상적이지 않아 경영권 분쟁 등의 가능성을 키운다. 한진칼을 매수한 반도건설도 기타법인을 통해 매수에 나섰던 바 있다. 주가로 보더라도 4월 이후 세종텔레콤의 신규 주식 매입 단가는 약 2900원으로 벌써 38% 이상 벌어들인 상태라 차익실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간 세종텔레콤이 주로 NH투자증권을 통한 주문을 낸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11일의 경우 키움증권 창구를 통해 매도량이 크게 발생해 세종텔레콤의 매도 주문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세종텔레콤이 지분 공시에 나섰을 때부터 현재까지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해 회사에 면담 요청을 했던 바가 없으며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텔레콤 측도 "공시에서 써놓은 바와 같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며 그 이상을 말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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