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 SK이노베이션, 1조7752억 적자…재고손실에 휘청
2020-05-07 06:21:00
이 기사는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노출된 기사입니다.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국내 정유업계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이 올 1분기에만 1조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안았다. 1962년 창사(대한석유공사) 이래 분기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의 적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제품 소비 감소와 국제 유가 급락의 영향이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며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위기의 상황에 빠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조6144억원(-12.6%), 영업이익은 2조1033억원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255억원(-5.3%), 영업이익은 1조8977억원 줄었다.

환율 강세에 따른 환차손 영향 등으로 발생한 영업 외 손실 2720억원까지 더하면 세전 손실은 2조472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건 유가 급락으로 인한 대규모 재고 손실이 발생한 데다, 코로나19로 국내외 석유제품 수요부진으로 정제마진 약세가 이어진 탓이다.

특히 1분기에만 국제유가가 60% 이상 하락하면서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떠안았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급락하게 되면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 놓은 유가를 싸게 팔아야 해 손해를 본다. 1분기 말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3.3달러로 연초 65.4달러 대비 64% 하락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기말 재고평가손실과 원재료 투입 시차가 발생했다"며 "2분기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유지될 경우 추가적인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실제 1분기 재고관련손실 규모는 총 1조1138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별로 석유사업이 9418억원, 화학이 1393억원, 윤활유 327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1분기 두바이 원유가 30달러 하락하고, 석유제품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에 따라 저가법 평가를 포함해 1분기 영업이익에 대규모 재고관련 손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학사업에서 재고관련 손실이 예전보다 크게 난 이유는 제품뿐만 아니라 원재료로 활용하는 납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고 보충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의 캐파(생산능력)는 하루 121만5000 배럴로 다른 경쟁사를 압도한다. GS칼텍스는 79만 배럴, 에쓰오일은 66만9000 배럴, 현대오일은 43만1000 배럴로 추정된다. 가동률 조정으로 하루 원유처리량은 이에 못 미치지만 생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재고손실도 가파르게 발생하는 셈이다.

석유사업 사정은 다른 정유사들도 마찬가지지만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화학사업에서도 부진했다. 이전 분기보다 제품 마진이 개선되었음에도 납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971억원 줄어들어 8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화학사업에서 분기 적자를 본 건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면 에쓰오일은 올 1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6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로나 사태로 수요는 줄었지만, 유가 하락으로 원재료 가격이 내리면서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가 소폭 상승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사업 대규모 적자는 다른 정유사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화학사업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컸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닌 파라자일렌 등 범용제품의 비중이 큰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업황 악화에 따라 공장 가동률을 추가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지난 3월 정유 공장 가동률을 85%로 낮춘데 이어 5~6월 예정된 정기 보수를 1~2주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수에 들어가면 가동률은 현 수준보다 약 10%포인트 더 내려간다.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률을 60%대로 낮추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SK에너지는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 항공유와 휘발유 수요 급감과 크랙 하락 등을 고려해 울산Complex를 보수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라며 "특히 2분기엔 넘버5 정기보수 계획이 있어 1분기에 비해 15만배럴 줄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