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LA서 카셰어링 사업 본격화...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 나서
2020-01-05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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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뉴시스] 이종희 기자 = "2025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제조기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고객들의 이동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정헌택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모빌리티사업실장(상무)은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에서 모션랩(MOCEAN Lab)의 현재와 이를 바탕으로 변신한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미국 내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법인 모션랩을 설립했다. 모션랩은 M.E.C.A(Mobility·전동화Electrification·커넥티비티Connectivity·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의 실현을 위해 만들어졌다.

모션랩은 미국 최대 교통 도시로 꼽히는 LA를 전략적 지역 기반으로 삼아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모빌리티 기술의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혁신 시대에 발맞춰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고객들의 이동의 자유에 기여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움직임이다.

모션랩은 지난해 11월부터 LA의 최대 번화가이자 한국의 서울역에 비견되는 유니언역(Union Station)을 비롯한 4개 주요 역에서 모션 카셰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모션 카셰어는 이미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일반적인 카셰어링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사용이 수월하다.

스마트폰 앱을 구동하면 시작화면이 뜨고 바로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가까운 곳에서 사용 가능한 공유 차량의 정보가 뜬다. 사용자는 이 중 탑승을 원하는 차량을 선택한 뒤 해당 차량 근처로 이동해 앱에 나타나는 문 열림 버튼을 눌러 차량에 탑승하고 시동을 걸어 운행하기만 하면 된다.

서비스 이용요금은 최초 서비스 가입비 12달러를 제외하고, 주행시간에 따른 사용료(연료비 포함)는 시간당 12달러이다. 같은 거리를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하철과 버스 요금은 약 7달러, 택시나 우버 요금은 약 60달러 정도여서 가격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올해 3월부터 분당 요금제가 적용되면 약 20분간 운행시 비용은 4달러가 전부다. 버스나 지하철 등 전통적 대중 교통에 비해 시간은 줄이면서도 비용은 비슷하고, 택시 요금에 비해 저렴하다.

2015년 기준 ▲카투고(Car2Go) ▲집카(Zipcar) ▲드라이브나우(DriveNow) 등 약 16개 카셰어링 업체의 평균 이용료가 등록비 약 25달러, 편도 이용료 약 11~18달러, 왕복 이용료 약 53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션 카셰어는 높은 비교 우위를 지녔다.

데이브 갤런(Dave Gallon) 모션랩 전략담당 상무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범운영 개념으로 사전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카셰어링 시작으로 실증사업 본격화..."미래 모빌리티 시대 연다"

모션랩은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라스트마일 모빌리티)와 다중 모빌리티 서비스(Multi-modal) ▲셔틀 공유(커뮤니티형 이동버스) ▲개인용 항공 이동수단(PAV: Personal Air Vehicle)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첨단 모빌리티 서비스의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앱티브(APTIV) 등과 자율주행 기술 관련 협력을 적극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미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박사를 영입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관련 연구도 진행중이다.

이외에도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미고(Migo)와 카 넥스트 도어(Car Next Door) 등에 전략투자를 단행해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올라(Ola), 그랩(Grab)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전동화,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과 관련 분야에 2025년까지 총 41조원 투자를 통해 다가올 모빌리티 혁신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올해 신년회에서는 2022년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해 2023년 상용화를 통해 일부 지역 운행을 실시하고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자동차 기반의 혁신은 물론 로봇, 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PAV는 하늘을 새로운 이동의 통로로 활용, 도로 정체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고객들에게 더 큰 이동의 자유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로, 서비스 플랫폼 등을 통합해 UAM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달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인 2020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는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으로 ▲UAM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 등 세 가지 구성 요소의 긴밀한 연결성을 통한 미래 청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LA는 현대차그룹이 선택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실험실

현대차그룹이 미국 LA에 가장 먼저 모빌리티 서비스 법인을 설립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 검증에 나선 이유는 LA가 가진 도시의 특성과 2028년 올림픽 준비를 앞둔 LA시가 교통과 환경 개선 사업 발벗고 나서며 미래 모빌리티 사업 검증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 상무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시 중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인 LA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필요성과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LA는 뉴욕(New York)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인근 지역의 위성 도시들까지 합치면 약 10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또 2014년 미국 브루스킹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8604억 달러의 GDP(국내총생산)를 발생시키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기도하다.

LA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LA의 연간 방문객 수가 처음으로 5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매년 여행이나 사업 목적으로 이 곳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시내로 출퇴근하는 탓에 자동차 교통량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LA시에 따르면 주민들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연평균 약 102시간을 교통체증 속에서 보내고 있고, 연간 245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등 과밀화된 교통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배출가스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해지고 있다.

LA시는 202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심각한 교통 문제 해결 등 성공적인 대회 유치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2025 비전 제로(Vision Zero) 계획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내연기관 제로(Zero) ▲교통사고 제로(Zero)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A시는 이를 위해 도시 교통체계 개선 협의체인 어반 무브먼트 랩스(UML: Urban Movement Labs)를 발족했다.

여기에는 LA시 산하 ▲LA메트로(LA metro) ▲LA교통국(LA DOT) 등의 기관과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Verizon) ▲미국 차량공유전문기업 리프트(Lyft) ▲구글의 자율주행 전문 기업 웨이모(WAYMO)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션랩 설립을 통해 2020년부터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 UML의 카셰어링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현대차그룹과 LA시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철학,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의 방향성 등과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LA시는 미래 혁신 모빌리티 사업을 검증할 수 있는 시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실제로 LA시민은 1인당 연평균 9,741달러를 교통비로 지출, 미국 최대의 도시인 뉴욕(7907달러)과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5445달러)를 앞지르고 있다.

LA시는 미국 전체의 약 20%에 해당하는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유형 스쿠터 및 자전거 등 3만6천개의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배치돼 있다.

또한 뉴욕의 2배 이상인 90개의 대중교통 관련 스타트업이 6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관련 유무형적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

정 상무는 "시장환경 등 여건이 성숙된 미국 LA에서 카쉐어링 서비스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혁신 모빌리티 사업 검증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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