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최악 전방교섭력 인터로조…판매부터 대금회수까지 2년
2019-12-23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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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콘택트렌즈 클라렌으로 유명한 인터로조의 제조-출고-대금회수 기간이 햇수로 2년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렌즈 판매규제로 전방산업 교섭력이 취약한 중에, 프랜차이즈 안경점의 PB렌즈 출시확대 등으로 경쟁 심화가 지속되는 탓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인터로조(119610)의 연결 기준 5년 평균 현금전환주기(CCC)는 약 335일을 기록했다. 현금전환주기는 기업의 생산 제품이 현금으로 전환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매출채권회전일과 재고자산회전일을 더한 값에서 매입채무회전일을 차감해 산출된다.
 
일단 인터로조의 평균 매입채무 평균 회전일은 단 6일에 불과하다. 인터로조 매출 99%가 콘택트렌즈 판매에서 발생하는데, 콘택트렌즈 산업은 기술집약적 특성이 있어 원재료 매입비가 매출의 10%가량만 차지하고 있다. 부담이 덜하므로 거래처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지불유예 요인이 비교적 적은 셈이다.
 
반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평균 회전일은 둘 다 170일에 이를만큼 길다. 통상 콘택트렌즈 사업은 재고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일례로 난시용 콘택트렌즈는 축과 도수를 동시 교정해야 하므로, 제조사는 각각에 맞춘 제품을 일괄 보유해야 한다. 게다가 인터로조는 몰드캐스팅(Mold-Casting), 즉 원재료를 주형에 넣고 찍어내는 대량생산 기법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는 수요예측이 전제돼야 하므로 재고부담이 더욱 크다.
 
인터로조의 연결기준 현금전환주기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
 
더 큰 문제는 매출채권 회수 지연에 있다. 본론부터 말하면, 한국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콘택트렌즈 판매처가 안경점으로 제한된 탓이다.
 
한국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은 콘택트렌즈 판매 가능자를 안경사로 명시하며 동시에 온라인판매도 제한하고 있다. 국민의 눈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은 규제완화 토론회에서 종종 대두되지만, 국회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의뢰로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검토를 위한 용역이 최근 진행됐지만, 연구결과가 온라인 판매 제한 이후 콘택트렌즈 매출 증가에도 각막염 환자가 외려 줄었다는 내용으로 귀결됐고, 결국 제한 조처는 유지했다. 더불어 안경사 단체도 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을 강력히 반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로조 실적의 40% 내외를 차지하는 내수 매출은 전방산업군 끝단인 안경점에서만 창출될 수 있는 셈이다. 인터로조가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점유율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2위 기업임에도 교섭력 측면에서 철저히 ‘을’의 위치에 있는 이유다. 교섭력 약화는 곧 매출채권 회수 지연으로 이어진다. 크든 작든 거의 모든 기업은 재무관리를 위해 받을 돈을 빨리 받고, 줄 돈을 늦게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인터로조 관계자는 “매출채권 회수지연의 핵심 원인은 국내 관행에서 비롯된다”라며 “판매채널이 제한돼있고 당사가 시장의 독점적 위치에 있지도 않다 보니 계약서 상으로는 30일 이내 수금을 명시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안경점 상황을 배려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히려 해외 쪽의 수금이 더 괜찮은 상황이다”라며 “제조사개발생산(ODM) 거래를 주로 하기 때문에 중국 현지법인과 1~2곳의 거래처를 제외하면 매출채권 회수일은 100일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로조의 만성적 현금전환주기 지연은 점점 더 심화되는 분위기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380일, 올해 3분기 370일을 기록했다. 회수지연이 사업연도(1년)를 넘어선 셈이다. 즉, 올해 12월 말에 생산된 제품은 햇수로 2년 뒤인 2021년 1월이 돼야 현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 경쟁 심화로 인터로조의 교섭력이 더욱 약화된 탓이다. 현재 프랜차이즈 안경점은 몸집을 불려나가며 자체개발렌즈(PB렌즈)를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하고 있다. 업계는 PB렌즈 국내 점유율을 대략 10% 중후반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터로조 관계자는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매출채권 회수가 더 늦어진 측면이 있다”라며 “그러나 아예 수금이 안 되는 건 아니며 오히려 보수적 회계 관점에서 예의주시하는 거래처의 돈도 충당금으로 설정해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수에 큰 문제는 없다”라고 밝혔다.
 
인터로조의 주력 브랜드 중 하나인 클라렌 광고. 출처/클라렌 유튜브
 
인터로조의 만성적인 현금주기 지연은 결과적으로 재무건전성을 간접 압박하는 모양새다. 현금전환주기 지연은 유동성 악화로 이어져 곧 차입부담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로조는 30% 내외에 이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을 바탕으로 매년 100억원 내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며 예·적금 포함 현금성자산을 270억원 쌓아두고 있지만, 2공장 설비투자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 4월 200억원 규모의 만기이자율 0%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인터로조의 재무건전성은 당분간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오는 23일 제3공장이 마침내 착공에 들어가므로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인터로조 관계자는 “3공장은 공사기간을 약 1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중장기적 사업 관점을 감안했을 때 원데이, 실리콘원데이 렌즈를 집중 생산할 예정”이라며 “생산량은 공장 완공 후에도 라인을 한번에 세팅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발주 상황을 보고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업계는 인터로조 수익성이 상승기조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로조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원데이 렌즈 판매 수출 등을 확대할 예정인데, 일단 해외는 출고 물량이 많아 단가를 비교적 낮게 잡을 수밖에 없으며, 원데이 렌즈 마진율도 중·장기용 렌즈 대비 높지 않다.
 
대신 판매량 증가와 가격 상승분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콘택트렌즈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으므로 가격탄력성이 비교적 낮아 판가 상승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로조는 지난 10월 자사 제품 ‘클라렌’의 가격을 약 10% 인상한 바 있다.
 
김재훈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콘택트렌즈 수요는 가격에 비탄력적인 특성이 있다”라며 “향후 인터로조의 국내 매출액과 이익률은 점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