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빠진 최태원…1.4조 이혼소송에 SK 지배구조 변수 있나
2019-12-09 13: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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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변수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이들의 이혼 소송은 재계 서열 3위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과 더불어 1조4000원대의 재산 분할 청구가 이뤄졌다는 점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만약 노소영 관장의 요구대로 재산 분할이 이뤄지면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사의 2대주주가 바뀔 수 있어, 향후 경영권과 밀접한 사안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타진된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은 지난 4일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이미 최 회장이 2017년 신청한 이혼 조정이 결렬되면서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노 관장도 맞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최 회장과의 이혼을 반대해온 노 관장은 처음으로 이혼 의사를 밝혔다.최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내연 관계이며 혼외자가 있다고 고백했고, 지난 2017년 7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 신청을 냈다.

노 관장의 반소에는 재산분할 부분도 포함돼 법원은 기존과는 달리 재산 부분도 함께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의 42.29%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의 요구가 완벽히 수용되면 최 회장의 보유 주식 중 548만7327주가 노 관장에게 넘어간다. 이는 지난 6일 종가(25만7000원) 기준 약 1조4102억원 규모에 달한다.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 소송의 관건은 재산 형성에 대한 노 관장과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여도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혼 시 분할 대상은 부부가 결혼 이후 일군 공동 재산에 대한 분할이다.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벌인 이혼 소송에서 임 전 고문 측이 1조2000억원의 재산 분할의 요구했을 때 재판부가 141억원만 인정한 것은 상속 받은 재산에 대해선 분할권이 없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지난 1988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에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대통령 사돈기업에 특혜란 논란이 불거지자 즉시 사업권을 포기했다. 이후 선경그룹은 김영삼 정부에서 제1이동통신사인 한국이동통신 지분을 인수하며 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형제 간 단합 전통 이어온 그룹 경영에 변수 생기나

노소영 관장의 맞소송은 SK그룹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SK그룹은 창업주 이후 두 번의 승계 과정에서 다른 재벌가들과 달리 단 한번의 잡음 없이 사촌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의 별세 이후 경영권은 동생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넘어갔다.

이후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의 타계 당시에는 장자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을 비롯해 최씨가(家) 5형제는 만장일치로 최 회장이 그룹 대표직을 맡는 데 동의했다. 최 회장은 형제 경영진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지난해 친족들에게 SK㈜ 주식 329만주(4.68%)를 증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관장의 요구가 완벽히 수용되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선 지주사의 2대주주가 되므로, 향후 경영권 분쟁의 여지가 없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노 관장이 요구하는 최 회장 보유 지분의 42.29%는 전체 SK㈜ 주식의 약 7.73%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1297만5472주로 전체의 18.28% 수준이다.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지분율 6.85%)이 2대 주주다.

재계에선 노 관장의 요구대로 재산 분할이 이뤄져도 당장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노 관장이 7%대의 지분을 가져가고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율이 29.64%에서 21.91%대로 낮아져도 경영권 방어에는 충분한 수준으로 여겨져서다.

다만, 향후 그룹 경영과 관련된 사안에서 외국인투자자 혹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어느쪽에 서느냐에 따라 지분싸움의 불씨를 배제할 수 없단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래의 지분싸움 가능성만으로도 그룹 입장에선 긴장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SK그룹은 경영권 위협에 특히나 민감하다. 헤지펀드의 경영권 장악 시도인 소버린 사태로 몸살을 앓은 바 있기 때문이다. 2003년께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경영 공백을 틈타 SK의 지분을 대량 매입, 2대 주주로 등극했다. 결론적으로 SK그룹은 소버린 측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지분싸움으로 인한 홍역을 크게 치렀다.

한편 노 관장의 맞소송과 관련해 일각에선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세 자녀의 후계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노 관장과 세 자녀는 SK㈜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최 회장은 지난 5일 제2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에서 기자들과 만났지만 이혼 소송과 관련한 재산분할 문제에 침묵을 지켰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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